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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스튜어트 밀의 윤리학 논고
존 스튜어트 밀의 윤리학 논고
  • 교수신문
  • 승인 2020.12.07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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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스튜어트 밀 지음 | 방상혁 옮김 | 아카넷 | 276쪽

우리는 밀의 『자서전』에 근거해서 공리주의자로서 밀의 인생을 성장기, 전환기, 성숙기로 나누어볼 수 있다. 성장기 동안에 밀은 자신의 아버지 제임스 밀과 벤담에 의해서 영재 교육을 받아 벤담주의자가 되었고, 10대 후반에 이미 공리주의 선전가로서의 입지를 굳혔다. 전환기는 밀이 20대 초반에 겪은 정신적인 위기로부터 시작되는데, 밀은 공리주의가 여전히 옳다고 믿고, 공리주의가 가장 좋은 의미에서 자신의 종교이기도 하지만, 자신이 지금까지 원했던 모든 공리주의의 이상이 실현된다 하더라도 자신은 행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고백하고 있다. 밀은 이런 정신적 고갈 상태에서 벗어나기 위해 자신의 정신세계를 넓히게 되는데, 워즈워드와 괴테의 문학, 미슐레, 기조 같은 역사학과 헤르더의 역사철학, 그리고 콩트와 토크빌의 사회정치철학, 그리고 칼라일, 콜리지 및 프랑스 이론가들을 통해 간접적으로 알게 된 독일 철학이 이에 포함된다. 이런 전환기에 나온 대표적인 저술이 「벤담」과 「콜리지」이며, 비록 「‘자연을 따르라’는 윤리」는 그의 사후에 출판되기는 했지만 이 시기의 문제의식을 담고 있다.

「벤담」에서 밀은 벤담의 철학적 방법론이 진정으로 위대했지만, 벤담의 인간 본성에 대한 이해가 너무 제한되어 벤담의 실천철학 내용은 법철학 분야를 빼놓고는 윤리학이나 사회철학에서는 빈약하다고 평가하며, 벤담의 공리주의를 넘어 적절한 공리주의를 향한 발전 방향을 시사하고 있다. 콜리지는 낭만주의 시인이기도 했지만 당대에 유명한 정치평론가, 정치철학자, 종교철학자인데 밀은 진보주의적인 공리주의에 반대한 콜리지의 보수주의철학에 대해 평가하고 있다. 밀은 자신이 진보주의자이고 이런 진보주의가 절반의 진리를 가지고 있지만, 콜리지의 보수주의 철학은 진보주의자들이 보지 못한 다른 절반의 진리를 가지고 있으며, 진보주의자들은 이런 절반의 진리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밀의 이런 주장은 밀이 벤담의 공리주의와 그와 대척점에 있는 보수주의 철학을 ‘지양’하려 한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자연을 따르라’는 윤리」는 자연, 윤리, 종교의 관계를 다루는데, 벤담이 전투적으로 반종교적이었는 데 반해 밀은 콩트를 비판적으로 연구하며, 종교의 주장이 문자 그대로 진리가 아니라 하더라도 인간적 진리를 담고 있다고 보았고, 콩트가 제시한 인간성의 종교(religion of humanity)를 조건부로 수용했다. 이 에세이에서 밀은 ‘자연을 따르라’는 도덕원리를 주장하는 여러 윤리 이론이나 종교 이론을 비판하는데, 특히 당대 영국에서 영향력이 컸던 이신론적(deist) 도덕주의에 비판을 집중한다. 이신론자들은 자연에 신성이 깃들어 있기 때문에 자연을 따르는 것이 올바른 행동의 규칙이라고 주장했다. 밀은 이런 이신론적 도덕주의에 반대해서, 만일 신이 존재한다면 신은 전능하지 않아서 세계를 인간에게 가장 좋은 세계로 디자인하지 않았기 때문에, 인간이 자연을 따르는 것은 비합리적이거나 비도덕적이며, 오히려 인간이 해야 할 바는 신을 도와 자연과 인간 본성을 개선해 나가, 세계를 보다 정의롭고 행복한 곳으로 만드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밀은 자신을 폭넓게 성장시킨 이런 전환기를 거쳐 성숙기에 이르는데, 이런 성숙기의 대표적인 저작들이 『자유론』, 『공리주의』, 『여성의 종속』, 『대의정부론』 등이다. 그런데 이런 성숙기의 저작들에는 전환기의 경험이 반영되어 있어서, 이런 성숙기의 저작들을 적절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전환기의 저작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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