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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존재에 기여한 바이러스? … 증거는 태반의 신사이틴 유전자
인류 존재에 기여한 바이러스? … 증거는 태반의 신사이틴 유전자
  • 김재호
  • 승인 2020.12.10 08: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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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책 『바이러스의 비밀』 l 다케무라 마사하루 지음 l 위정훈 옮김 l 파피에 l 232쪽

바이러스와 함께 생활하는 인간
세포는 바이러스의 생산 공장
거대 바이러스는 제4의 도메인일까

“병원성 바이러스가 아닌 이상은 먹어도 괜찮습니다.” 최근 출간된 『바이러스의 비밀』은 거대 바이러스에 대한 연구를 전문으로 하고 있는 다케무라 마사하루 도쿄이과대학 교수(이학부 제1부)가 썼다. 다케무라 교수는 우리가 숨을 쉬거나 수영을 할 때 수천 만 개의 바이러스를 삼킨다고 적었다. 심지어 우리가 먹는 음식물에도 무수히 많은 바이러스가 있다. 

전 세계 시민이 바이러스 공포에 떨고 있다. 사스코로나바이러스-2는 이제 상식이 된 듯하다. 그런데 바이러스에 대해서 정확히 아는 건 쉽지 않다. 잘 보이지 않아, 평상시 신경을 전혀 쓰지 않고 그 종류 또한 어마어마하게 많기 때문이다. 오히려 그렇게 많은 숫자의 바이러스는 감염해도 병을 발생시키지 않는다고 한다. 더욱이 다케무라 교수는 인류가 존재할 수 있는 건 바이러스 덕분이라고 주장한다. 왜냐하면 아이를 낳게 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하는 세포 때문이다. 그 세포가 바이러스에서 유래했다. 

인류가 탄생하는 태반엔 ‘신시티움 세포’라는 게 있어서 모체와 태아의 피가 섞이지 않도록 하고, 영양분들이 교환되도록 하며, 산소와 이산화탄소의 가스 교환을 가능하게 한다. 신사이틴 유전자는 신시티움 세포를 형성하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이 신사이틴 유전자가 그 옛날엔 레트로 바이러스(RNA 바이러스)의 유전자였다고 한다. 아울러, 인간 게놈의 절반 이상이 바이러스로부터 유래했다고 하니, 인류가 바이러스에 도움을 받은 건 사실이다. 

바이러스로 인해 인류가 존재

그렇다면 바이러스는 무엇일까? 우선 바이러스와 세포의 관계부터 정립해보자. 『바이러스의 비밀』에 따르면, 세포는 ‘바이러스 생산 공장’이다. 세포는 스스로 복제할 수 있지만, 바이러스는 세포가 필요하다. 그래서 바이러스는 생물과 무생물의 경계에 있다고 설명된다. 한 사람한테 300조 개의 세포와 세균이 있다고 가정하면, 거기다 전 세계 인구수 76억 명을 곱한 만큼이 양이다. 독일의 한 호수엔 1밀리리터당 약 2억5천만 개의 바이러스가 있었다고 하니, 인류의 상상을 뛰어넘는 만큼 바이러스가 존재한다. 

특히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1개가 24시간만에 100만 개로 폭증한다고 한다. 세포가 매번 2개로 분열하는 것과 비교된다. 한편, 다케무라 교수에 따르면, 바이러스는 색깔이 없다. 그는 “바이러스가 여러 가지 색으로 보이는 이유는 대상으로 하는 시료에 전자선을 쏘아서 보고 있기 때문이며, 애초에 극소의 세계에는 색깔이 없습니다”라고 밝혔다. 

바이러스과 세포가 비교되는 건 ‘결정화(結晶化)’ 여부다. 분자가 규칙적으로 배열이 되어 단단한 결정이 되는 게 결정화인다. 소금이나 눈 혹은 얼음을 생각하면 된다. 하지만 세포로 이루어진 생물은 결정화를 못한다. 세포로 이뤄진 생물은 조직이 물렁물렁할 뿐이다. 그래서 바이러스는 더욱 생물답지 않다는 게 다케무라 교수의 설명이다. 그는 세포를 갖지 않는 건 생물이 아니기 때문에 바이러스를 생물의 범주에서 제외시켰다. 하지만 국내에선 눈만으로 확인할 수 없는 아주 작은 생물의 측면에서 바이러스를 미생물로 간주한다고 한다. 참고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80~120나노미터(0.08~0.12마이크로미터), 황열 바이러스는 40~60나노미터(0.04~0.06마이크로미터)다. 세균은 약 1-5마이크로미터로서 광학현미경으로 겨우 관찰할 수 있다. 마이크로미터는 1천분의 1밀리미터, 나노미터는 100만분의 1밀리미터다. 

『바이러스의 비밀』에서 흥미로웠던 건 바이러스가 제4도메인의 생물이 진화한 것일지 모른다는 저자의 주장이다. 계통 발생학적으로 모든 생명은 세균, 고세균류(원핵생물)와 진핵생물로 파생됐다. 그런데 광학 현미경으로 발견된 거대 바이러스(미미 바이러스)는 이 3가지 도메인이 아닌, 제4의 도메인으로부터 진화한 생물일지 모른다는 것이다. 아직은 가설이지만 다케무라 교수의 추후 연구가 기다려진다.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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