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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에게 말을 거는 법
코끼리에게 말을 거는 법
  • 교수신문
  • 승인 2020.12.07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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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상철 지음 | 돌베개 | 300쪽

이 책의 저자는 매 학기 대학에서 중국어와 중국문화를 가르치지만, 중국에 대한 몰이해는 시간이 가도 좀처럼 나아질 기미가 없다. 더구나 중국이 코로나 전파자로, 전 세계 악의 축으로 몰리는 지금은 제대로 알려고도 하지 않는다. 초미세먼지 발생국 정도로 여기는 걸까? 바로 옆집에 사는, 세계 2위의 경제대국, 지구촌 인구의 5분의 1가량이 살고 있는 드넓은 나라임에도 말이다. 저자는 종종 학생들에게 중국은 사회주의 국가인가, 자본주의 국가인가? 하는 질문을 받는데, 이런 질문을 받을 때면 꽤나 곤혹스럽다. 중국을 조금이라도 안다면 이런 질문 자체가 무의미하므로.

저자가 어렸을 적 중국은 이데올로기로 점철된 땅이었다. 해마다 6.25가 되면 “무찌르자 공산당 중공 오랑캐” 하는 노래가 흘러나왔다. 중공은 중국공산당의 준말이다. 라디오극 『태권동자 마루치』 속 파란해골단이 중간보스에게 경례할 때면 으레 외치던 ‘쩌똥!’이란 구호는 당시 골목 친구들끼리의 인사였는데, 이 쩌동이 바로 마오쩌둥이다. 그러면 지금 세대에게 중국은 어떤 나라인가? ‘굴기하는 중국’, ‘자본주의 중국’, ‘G2’로서의 중국이다. ‘대륙 클래스!’라고 우스갯소리를 하면서도 경계심과 막연한 두려움을 갖고 대한다.

모든 세대에서 중국에 대한 편견은 만리장성만큼이나 높고 두껍다. 올 여름 장마로 많은 비가 쏟아졌을 때 이웃 중국도 싼샤댐 범람 위기에 놓였다. 이 당시 뉴스와 댓글을 살펴보면 마치 싼샤댐 붕괴를 기도하는 느낌마저 들었다. 우리는 중국을 모른다. 이들의 강점과 약점, 빈곤국에서 단시간에 세계 2위의 경제대국이 된 비결, 코로나19 전파자라는 오명 속에서 이들이 취할 다음 행보, 도무지 알 수 없는 것들뿐이다. 극소수의 전문가를 제외한다면, 우리에게는 이 나라를 이해하고 설명할 인식의 틀조차 없다. 그러다 보니 부분으로 전체를 상상하거나 마음대로 재단하는 일이 다반사다. 마치 장님이 코끼리 다리를 더듬듯이 말이다. 이 책에서의 코끼리는 알레고리에 지나지 않지만, 중국의 덩치나 물리적인 힘의 크기 등이 코끼리를 닮았다. 그렇다면 코끼리를 매개로 중국을 이해하는 하나의 인식 틀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이 책은 그런 의도에서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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