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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내세균의 역습
장내세균의 역습
  • 교수신문
  • 승인 2020.12.07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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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다 아카시 지음 | 박현숙 지음 | 비타북스 | 268쪽

식이섬유와 유산균을 많이 먹으라는 말은 잘못됐다고 당당히 말하는 저자 에다 아카시는 위장관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장내세균을 알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유해균을 줄이고 유익균을 늘려야 장 트러블을 고칠 수 있다, 뚱보균이 아닌 날씬균이 많아야 비만이 되지 않는다 등 세간을 떠도는 의학 정보를 누구에게나 천편일률적으로 적용하는 데는 무리가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사람들이 지닌 장내세균 종류는 지문처럼 다양하고 제각각이어서 성별, 연령, 식습관 등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인다.

소장내 세균 과잉 증식(SIBO)은 서식 장소를 잘못 찾은 장내세균이 비정상적으로 증식한 경우에 해당한다. 대장과 달리 소장은 직경이 가늘어서 세균 발효로 가스가 발생하면 과도하게 빵빵해져 문제가 된다. 소장 내 장내세균 환경이 나빠지고 이를 바로잡지 못하면 역류성 식도염, 소화성 궤양, 과민성 장 증후군이 발병한다. 이 책은 소화관과 장내세균의 관계성에 주목함으로써 우리 몸에서 흔히 일어나는 장 트러블이 어떤 기전으로 나타나게 되는지를 알기 쉽게 설명한다.

설사, 변비, 복부 팽만감, 소화 불량증과 같은 장 트러블은 명확한 원인을 규명할 수 없어 스트레스로 진단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저자는 불균형에 빠진 장내세균 즉, 디스바이오시스 문제에 집중해 몸의 이상 증상을 하나씩 규명한다. 또한 <네이처>, <미국소화기학회지> 등 저명 국제 학술지에 실린 논문 및 비교 연구를 바탕으로 때로는 임상 전문의로 쌓은 그간의 경험을 토대로 적합한 예방 및 치료법에 다가선다.

지금껏 저자가 국내외 치료법에 관심을 기울여 얻은 의학적 정보는 대중에게도 유익한 지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 유산균에 관한 흔한 오해, 건강하게 장수한 사람의 장내에서 발견한 17가지 세균 종류 등의 정보를 제공해 잘못된 장 건강 상식을 바로잡아줄 뿐 아니라 가장 이상적인 약, 치료, 식단을 선택하는 데 길잡이 역할을 한다. 치료 및 의약품에 관한 규정이 나라별로 다른 만큼 우리나라 현 상황에 밝은 소화기 내과 전문의가 감수를 맡았다. 감수를 진행한 김나영 교수는 한국인 최초로 ‘마샬&워런 연구상’을 수상한 인재이자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과 소화기계 질환을 30년 넘게 연구해온 내로라하는 소화기 내과 의사이다.

내성이 낮은 의약품의 사용, 분변 이식을 통한 장내 환경 개선, 간헐적 단식 혹은 글루텐 프리 식단… 장 건강을 위한 다양한 방법을 제안하고 있는 이 책은 특별히 저포드맵(Low FODMAP) 식사를 적극 권한다. 약이나 병원 치료와 달리 가정에서도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이면서 장 트러블 개선 효과가 75%에 달하기 때문이다. 소장 내에서 급격한 세균 발효를 일으켜 복부 팽만, 복통, 변비, 설사 등을 유발하는 당질 섭취를 제한하는 이 식단은 장내 환경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데 매우 이상적이다.

호주 모나시대학교에서 과민성 장 증후군 환자를 위해 개발한 저포드맵 식단은 궤양성 대장염, 크론병 환자의 증상을 큰 폭으로 완화한다고 알려졌다. 최근에는 SIBO 환자에게 응용하는 단계에 이르렀는데, 개개인이 보유한 장내세균과 과잉 발효하는 당질(고포드맵)을 직접 찾아낼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가령 프럭탄(빵)은 먹을 수 있지만 갈락토올리고당(콩류)을 먹으면 장 트러블이 유난히 심해지는 사람이 있고 반대인 경우도 있다. 감수자인 김나영 교수는 발효 식품, 쌀밥, 찜 요리 등을 주로 섭취하는 일본인과 한국인은 식습관이 유사해 이 책에 수록된 고포드맵 / 저포드맵 식품 열람표가 매우 유용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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