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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민주주의적 관점에서 바라보다
코로나19, 민주주의적 관점에서 바라보다
  • 교수신문
  • 승인 2020.11.27 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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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상황 시 의회와 야당 역할 축소돼
코로나 대응도 중요하지만 의회·야당 견재도 중요
생명만큼 정신도 소중… 기본권 제한 예외적·한시적일 필요

현재 전 세계에 걸쳐 광범하게 전파된 코로나 바이러스는 우리의 생물학적 생존의 차원을 넘어, 정치적 ·경제적·사회적 삶의 조건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코로나는 공중보건의 위기임과 동시에 민주주의와 법치주의, 그리고 산업 생태계에까지 심각한 위기를 가져오고 있다. 이 글에서는 코로나 위기가 민주주의적 관점에서 어떠한 문제를 초래했는지, 그 문제들의 헌법적 문제점은 무엇인지를 4가지로 나누어 살펴본다.

이미지 = 픽사베이

코로나위기 대응, 행정부‘만’의 시간 되어선 안돼

첫째, 코로나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법률이나 예산, 그밖의 각종 조치(예컨대 위기단계를 격상하는 것)를 결정하는 주체와 결정과정의 문제이다. 위기는 필연적으로 ‘행정부의 시간’을 가져온다. 대의민주제 하에서 의회는 국가의사를 결정하는 핵심적인 기관이므로, 국민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하고 본질적인 사항에 대하여는 의회에서 결정하여야 한다. 그러나 현재와 같은 위기상황에서는 평상시처럼 국회내에서 심의와 토론, 교정과 협상과정을 거칠 여유가 없다. 결국 지난 몇 달간 경험했듯이, 심의과정이 거의 생략된 채로 표결을 거쳐, 속전속결로 집행된다. 한국의 감염병예방법도 올해 3번 개정되었는데, 법안제출부터 공포까지 모두 2주내에 마무리되었다.

과연 그러한 법률이 대의제 민주주의의 관점에서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할 수 있는지 의문이 아닐 수 없다. 위기대응에 필요한 조치를 구체적인 심의 없이 법률의 형식을 갖추어 통과만 시킨다면, 의회에 무슨 역할이 남는지 돌아봐야 한다. 위기상황이기 때문에 ‘행정부의 시간’을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행정부만의 시간’이 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물론 물리적으로, 정족수를 채울 만큼의 다수의 의원이 모이지 못하는 등 심의와 토론이 어려울 수 있다. 따라서 정족수를 낮추거나 화상회의나 원격표결(remote voting)을 도입하는 노력이 필요할 수 있다. 그러나 정상상황보다 시간적·절차적 단축이 필요하다고 하더라도, 의회는 최소한의 심의는 거쳐야, 민주적 정당성을 부여한 국민에 대해 대표기능을 제대로 수행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선거 연기되면 임기 연장은 언제까지?

둘째, 대표를 구성하는 선거 문제이다. 지난 2월 이후 11월 초까지 전 세계에서 70개가 넘는 선거가 연기되었다. 한국은 4월 15일에 국회의원 총선거를 일정대로 무사히 치러내서 주목을 받았다. 총선거에서 여당이 압승을 거두어 국회의 절대 다수를 차지함으로써, 코로나에 대처하는 정부결정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반면에, 의회의 정부에 대한 통제나 감시기능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게 되었고, 특히 의회 내에서 야당의 유의미한 역할도 찾기 어려운 실정이다. 만약에 선거를 연기했다면 어떤 문제가 발생했을까. 국회와 대통령과 같은 대표기관은, 헌법상 확정된 임기에 한해, 선거를 통해 민주적 정당성을 부여받는다. 만약 선거가 연기된 사이에 임기가 만료되게 된다면, 국회가 결의 또는 법률개정을 통해 자기임 기를 연장하는 결정을 해도 되는지 ‘민주적 정당성’의 관점에서 의문이다.

그렇다고 하여, 선거를 치르지 못한 상태에서 의회임기가 종료하여 의회가 없는 상태가 되는 것은 더 심각한 문제이다. 국민의사를 입법화할 주체도, 행정부를 통제할 주체도 사라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의회기능의 존속을 위한 비상대책으로서 독일 연방의회 의장인 볼프강 쇼이블레가 공중보건위기시에도 적용가능한 긴급의회를 도입하는 기본법개정을 제안했던 것이다. 이 제안은 비상시의 헌법개정은 부적절하다는 이유로 무산되기는 하였지만, 경청할 만한 것이었다. 결국, 선거를 연기하는 결정을 할 때에는 의회가 없는 상태를 방지하기 위하여 연기의 마지노선을 두어야 한다. 즉, 현재 의회의 임기가 만료되기 전까지는 반드시 선거를 치러야 하는 것이다.

위기 상황에서도 야당의 역할 중요

셋째, 정부형태에 따라 코로나 대응조치가 어떤 차이가 있었는지, 그 과정에서 의회와 정부의 역할에 관한 문제이다. 어느 정도 효율적으로 코로나에 대처하고 있다고 평가되는 한국과 독일은 비교대상이 될 수 있는데, 두 나라의 정부형태와 국가형태가 달라 흥미롭게 보인다. 한국의 정부형태는 강력한 대통령제와 약한 의회의 결합으로 표현될 수 있다. 의원내각제와 달리, 대통령제는 국민이 의회와 대통령에게 모두 강력한 민주적 정당성을 부여하는 구조이다. 또한 한국은 중앙집권적 단일국가 시스템이다. 각 지방정부는 자치권을 갖긴 하지만, 중앙정부의 지도·감독을 받는다. 이러한 구조에서, 한국은 초기부터 집중적인 법적 조치와 가용자원 동원을 통하여, 코로나 위기 대응에 효율성을 확보했다. 의회도 행정부의 각종 법집행에 대해 적절한 견제를 하거나 대안을 내놓는다기보다는, 지원하는 방향으로만 집중해온 것으로 보인다.

위기상황에서 정부·여당이 오버하는 일이 없도록 견제할 수 있는 세력이라고는 야당 뿐일텐데, 수적으로도 부족하고, 위기 시에 정부비판이 터부시되는 사회적 분위기 때문에 역할이 아주 미미한 상황이다. 심지어 한국 의회에서는 절대 다수의 여당이 법안통과나 추경예산안 통과에 야당을 배제한 채 표결을 감행하기까지 하였다. 물론, 정부가 위기를 신속하게 수습할 수 있도록 의회가 협력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의회가 정부에 대한 통제기능을 거의 상실한 이와 같은 상황이 위기극복을 위한 명목으로 무조건 정당화될 수는 없다. 정상상황을 회복해야 한다는 관점에서, 아무리 위기시라도 야당이 어떠한 적절한 역할을 맡아야 할 지, 또 그러한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어떻게 보장해야 할 지 진지하게 생각하여야 한다.

물리적 생존만큼 정신적 생존도 중요

마지막으로, 코로나위기로 인하여 민주주의를 유지하는데 핵심적인 국민들의 표현의 자유를 비롯한 수많은 기본권에 많은 제한이 이루어졌다. 원래 어떤 공동체에 위기가 닥치면, 의견이 다르거나 규율에 순종하지 않는 소수집단에 대한 관용의 수준이 약화되곤 한다. 찬반 의견을 주고받는 담론과정을 외면하고, 심지어 비판적인 의견을 처벌하기까지 한다. 위기상황이, 정상시라면 절대 수용하지 않았을 심각한 제한조치들까지도 국민 스스로 수용하게 만든다.

예를 들어, 한국의 감염병예방법 제47조와 제49조에는 실로 다양한 기본권제한조치들이 명시되어 있다. 11월 19일 독일연방의회에서 통과된 제3차 감염병방지법률이 행정부의 구체적인 조치들을 위한 근거규정을 도입하여 심각한 논쟁의 대상이 되고 있는데, 우리는 그것보다 훨씬 많은 종류의 개별적인 조치들을 일찌감치 입법하고 있었다. 질병관리청장, 시·도지사, 보건복지부장관이 그러한 조치를 명령할 수 있고, 시간적 제한범위도 모호하다. 물론 신속성과 효율성이 중요하지만, 그러한 조치들은 ‘예외적’이고 ‘한시적’이어야 하며 목적과 수단 사이에 ‘비례성’이 지켜져야만 한다. 국가차원이든 지방정부차원이든 취해지는 조치들이 그러한 기준을 충족하는지 여부에 대하여 국민들도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고 언론과 시민단체도 감시해야 할 것이다.

물리적 생존을 위해 정신적 생존의 토대를 포기해서는 안된다. 아무리 위기시라도 포기되어서는 안 될 가치가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현재의 과도하고, 예외적이고, 민주주의적 관점에서 우려되는 조치들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일이 없도록 특별히 주의해야 한다. 우리가 그동안 역사적으로 힘겹게 발전시켜온 민주주의와 법치주의가 코로나 위기를 겪으면서 후퇴하는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이론적·법리적·실무적 대비가 필요하다.

 

 

윤정인 고려대 법학연구원 연구교수 unalibertas@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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