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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춘향전과 한옥
영화 춘향전과 한옥
  • 교수신문
  • 승인 2020.11.30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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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옥, 조관연 지음 | 은행나무 | 192쪽

'집'이라는 공간은 사는 이들의 생활습관과 행동을 규정하지만, 동시에 사람이 추구하는 욕망이나 가치가 집의 모습을 재구성하기도 한다. 그리고 영화는 그 사회의 가치와 욕망을 반영하는 중요한 ‘창’이다. 감독에 의해 재현된 영화 속의 집에는 감독과 관객, 더 나아가 사회 전체의 욕망이 반영되어 있다. 이 책은 이를 ‘춘향전’ 영화들에서 찾아본다.

이 책에서 다루는 ‘춘향전’ 영화는 막대한 제작비를 들여 1961년 거의 동시 개봉한 「춘향전」(홍성기 감독)과 「성춘향」(신상옥 감독) 그리고 2000년의 「춘향뎐」(임권택 감독)이다. 1961년은 일제 식민 통치와 한국전쟁으로 인한 혼란 상황을 극복해나가던 시기였다. 한국전쟁 이후 남북한 정부는 문화를 통해 각자 체제의 우월함과 조선을 잇는 정통성을 국내외에 인정받기 위해 ‘문화냉전’을 치르고 있었다. 이는 서구 세계에게 인정받고자 하는 “인정 욕구”의 발현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이러한 이유로 ‘춘향전’ 영화들은 과장되고 이상화한 경향을 보인다. 특히 「성춘향」 속 월매의 집은 상류층 한옥으로, 광한루는 궁궐 누정에 버금가는 규모로 재현되었으며, 주변 풍광은 화려하게 묘사되었다.

「춘향전」과 달리 흥행에 성공한 「성춘향」은 아시아영화제에 출품됨으로써 정권 홍보와 선전에 이바지했다. 한편, 북한은 1959년, 1980년에 ‘춘향전’을 두 편이나 제작했지만 국제적인 주목을 받지 못하자 신상옥 감독을 납치해 「사랑, 사랑, 내 사랑」(1984)을 제작하며 “춘향전 전쟁”을 다시 시작했다. 이 흐름은 「춘향뎐」까지 이어졌다.

기존 ‘춘향전’ 영화들의 부실한 역사 재현을 비판하고 판소리와 결합한 새로운 형식으로 탄생한 「춘향뎐」은 한국 영화 최초로 칸영화제 본선 경쟁작으로 선정되었다. 하지만 이 영화 역시 우리가 서구에 비해 뒤떨어지지 않음을 영화를 통해 증명하고, 전통을 인정받고자 하는 “인정 욕구”의 발현이라고 저자는 평가한다.

이렇듯 춘향전은 꽤 오랜 기간에 걸쳐 여러 창작자들에 의해 변주되어왔다. 한옥과 전통적 공간 그리고 그곳에 존재하는 인물들이 영화 속에서 시대의 요구에 맞춰 각각 어떤 모습으로 그려졌는지 분석하고, 이러한 작업을 통해 우리의 과거를 이해함으로써 미래로 나아갈 길을 제시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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