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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델 시티 평양
모델 시티 평양
  • 교수신문
  • 승인 2020.11.30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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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티아노 비앙키, 크리스티나 드라피치 지음 | 조순익 옮김 | 시공아트 | 224쪽

2015년에 북한을 처음 방문한 두 명의 유럽인 건축가들의 눈에 비친 평양은 건축가들의 은밀한 이상향이었다. 도시 계획 규제나 용적률 지침, 땅값 등 건축을 시작할 때 반드시 고려해야 하는 사항들이 북한에서는 불필요했고, 하나의 일관된 비전으로 모든 것이 설계된 도시였던 것이다. 평양이야말로 가장 완벽한 ‘모델 도시’다.

『모델 시티 평양』의 주인공은 건축물이다.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회색빛 우중충한 건물들 대신 웨스 앤더슨 영화에 나올 법한 파스텔톤의 건축물들이 책을 가득 채우고 있다. 알게 모르게 이데올로기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우리와는 달리 이 책의 저자들은 철저히 객관적인 시선으로 북한을 바라보는 것이 가능했기에 이런 결과물이 나올 수 있었을 것이다. ‘평양시의 건축과 도시 공간을 시각적으로 훑는 여정’이라고 책의 첫머리에서 밝힌 것처럼 이 책은 시각적으로 독특한 아름다움을 뽐낸다.

외부인의 시선으로 볼 때 허구와 현실을 구분하기 힘든 북한의 특성은 이 책의 사진에서 그대로 드러나는데, 흔히 북한의 예술가들이 북한 지도자들이나 성스러운 장소를 묘사할 때 사용하는 기법을 본뜬 것이다. 즉 건축물은 그대로 두고, 파스텔컬러로 서서히 농담을 변화시킨 하늘을 결합하여 시각적 이질감을 만들어 냈다. 평양의 실제 건축물들이지만, 다소 환상적으로 보이는 것은 이 때문이다. 현실이 비현실이 되고, 비현실이 현실이 되는 세계가 창조되면서 비로소 ‘모델 도시’ 평양이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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