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주안점은 2부와 4부에 놓여 있다. 1945년부터 1990년대 말까지의 남북한 시문학사를 정리하고 개관하는 것이 핵심적 내용이다. 남북의 시문학사를 독립된 장으로 구분해 기술했지만 목차 구성을 보면 남북의 시문학사를 대비적인 관계 속에 기술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음을 알 수 있다. 남한과 북한의 현대시사를 '분단 성립기', '분단 심화기', '분단체제 전환기'라는 동일한 개념을 설정해 구분하고 각 시기별 특징을 서술하고 있다.
여기서 분단 성립기는 1945년부터 1959년까지, 분단 심화기는 1960년부터 1979년까지, 분단 전환기는 1980년부터 90년대 말까지를 지칭한다. 이렇게 남북의 문학사를 동일 시기와 동일 개념으로 잡는 데에는 분단 상황을 극복하고 통일문학사를 지향하는 저자의 의지가 개입돼 있다. 북한에서 천리마운동이 본격적으로 일어난 시기는 1958년경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북한문학사 서술에서 1958년이나 1959년을 전환의 기점으로 잡고 있다. 그러나 저자는 남북한 문학을 통합의 시점에서 기술한다는 관점에서 천리마운동이 공고해지는 1960년을 분단 심화기의 기점으로 잡은 것이다. 저자는 이분화된 남북의 문학을 함께 아우르기 위해서는 포괄의 논리, 사실의 논리, 탈근대의 논리, 민족문학의 논리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북의 시문학사를 동일한 축으로 서술한 데에는 이 중에서도 포괄의 논리와 민족문학의 논리가 크게 작용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그것은 이 책의 서술방법상의 중요한 특징을 이루며 저자의 통합적 관점을 드러내는 단서가 되기도 한다.
저자는 과거의 문학사를 서술하면서도 현재와 미래의 문학을 아우르는 비평적 감각을 유지하려고 한다. 그러한 비평적 감각은 3부에 수록된 글에서 더욱 뚜렷이 드러난다. 당대 문학의 흐름을 관찰하면서 미래에 대한 문명사적 전망을 놓치지 않으려는 저자의 의식이 돋보인다. 책 제목에 '감각'이란 말이 들어간 것도 그런 의미를 살리기 위한 의도일 것이다. 시인이나 서지 사항에 대해 서술할 때 풍부한 사진자료를 함께 제시해 체재에 있어서도 감각적 기능을 살린 점도 이 책이 지닌 중요한 특징의 하나다.
이숭원 / 서울여대·국문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