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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성론 중심의 사상사 비판
심성론 중심의 사상사 비판
  • 전병술 전남대
  • 승인 2004.05.06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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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리뷰 : 『송학의 형성과 전개』(고지마 쓰요시 지음, 신현승 옮김, 논형 刊, 2004, 320쪽)

▲ © yes24
전병술 / 전남대·중국철학

일본 학자들의 책을 읽을 때마다 느끼는 방대한 자료수집과 세밀한 분석의 미덕이 이 책에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중국에서 많이 사용하는 송명이학이라는 용어는 일반적으로 송대 주자학과 명대 양명학을 통칭하는 말이다. 우리 나라에서는 주로 성리학이라고 부르는데 주자학에 한정돼 있으며 일본에서는 주로 宋學이라고 부른다. 특히 저자는 청대 漢學과 대비되는 개념으로 송대에서 명대에 이르는 유학사조를 송학으로 통칭하면서 그 형성과 전개 및 특징을 서술하고 있다.

송학이란 무엇인가. 저자는 책 말미에 다음과 같이 결론을 내리고 있다. "북송 건국 후 대략 80년 후 한대 이래의 해석 방법에 이의를 제기하고 새로운 틀에서 경서를 이해하려고 하는 학풍이 일어나게 된다. 다음 세대에는 그것을 계승해 왕안석의 신학이나 정호·정이의 도학이 탄생했다. 도학은 남송의 주희에 의해 주자학으로 집대성된다. 주자학이 사상계에서 우위를 차지하게 되자 그 지식 편중의 측면에 대한 반성에서 이뤄지고 육구연의 학풍이 이것에 대립해 심성을 중시하는 것으로서 평가를 받게 됐다. 그러한 상황아래 왕수인이 각자의 마음의 움직임 그 자체로서 理를 추구하는 양명학을 일으켰다. 그렇다고 해도 그것은 주자학이 관학으로서 고정화되고 정기를 상실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주자학이든 양명학이든지 간에 양자는 모두 사회 질서를 어떻게 해서 유지·안정시켜 갈 것인가를 절실한 과제로서 떠맡았으며, 그것은 실천과 실용을 중시하는 기풍과 통하는 것이었다."

이러한 결론은 우리 사상계에서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이해다. 그러나 저자는 과연 송학이 실천적이었는가에 의문을 품고 논의를 전개하며 강력하게 송학을 비판한다. 송학이 형성되기 시작하면서부터 사상계의 전반적인 풍토는 사회에서의 구체적인 실현의 모습보다는 이론적 전개에 집중함으로써 관념적 허구로 흐를 수밖에 없었고 지금도 우리는 허구의 신화적인 송학을 연구하고 있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주돈이가 도학의 개조라고 하는 것은 자신의 취미로 꾸며낸 이야기에 지나지 않고, 정호의 주장을 막무가내로 바꿔 적용하고 있는 주자의 속임수에 사상계 전체가 지금도 놀아나고 있으며, 양명학도 주자학과 똑 같은 한패거리에 지나지 않을 뿐만 아니라, 현대 신유학도 그러한 허상을 확대 재생산하고 있을 뿐이라며 저자는 심성론 중심의 사상사에 반기를 든다. 당시 도의 구체적인 표현은 禮敎였고, 이 점에서 저자는 통치 집단의 현실에 대한 구체적인 예의 적용 문제를 예제개혁 등 역사적 사실에 근거해 분석함으로서 새로운 연구방법론을 제시하고 있다.

책을 읽은 후 조선 성리학사를 체계적으로 정리한 다음 쓸모 없는 소모적인 논쟁의 역사였다고 주장하는 일본 제국주의 학자들이 모습이 떠오르는 것은 무슨 까닭일까. 끝으로 책을 편안하게 읽을 수 있도록 해 준 역자의 노고에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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