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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 생태계의 共進化 분석
벤처 생태계의 共進化 분석
  • 이덕훈 한남대
  • 승인 2004.05.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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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리뷰 : 『벤처진화의 법칙』(송동원 지음, 삼성경제연구소 刊, 2004, 302쪽)

▲ © yes24
전공이 비슷해 우연히 접한 '벤처진화의 법칙'이란 책은 모처럼 열중할 수 있는 시간을 줬다. 저자는 이 책에서 한국토양에서 기업진화는 과연 어떠한 모습인가 하는 도전적 물음을 던진다. 젊은 학자의 창조성처럼 여겨져 흥미롭게 읽어나갔다.

학자에 따라서는 기업의 발전을 진화론의 입장으로 보는 것이 타당성이 있느냐 하는 비평이 있지만, 생태계를 중심으로 한국의 벤처기업의 생존율, 특히 사라진 벤처연방제를 회상하면서 논의를 전개한 점은 높이 살만하다고 할 수 있겠다. 특히 제1부에서는 '사회조건으로서의 생태계(ecology)'란 말로 한국사회를 벤처활동의 무대로 조명했으며, 2부에서 '지역조건으로서의 생태계(habitat)'란 개념을 제시하며 특정지역의 서식조건에 초점을 맞춘 분석은 새로운 도전이었다.

아울러, '생태계'와 '공진화'를 설명하면서 이를 레드퀸 효과, 진화적 무기레이스 등으로 표현하면서 기업진화론을 설명한 부분은 대단히 흥미롭다. 즉, 무미건조한 기업을 하나의 생명처럼 이끌어가면서 그것이 환경의 힘을 받느냐, 기업과 환경이 서로 작용하느냐 하는 논리로 이끌어낸 점은 기업진화를 기업가정신으로 설명하는 것에 비해 설득력이 있다.

저자는 제1부에서 벤처연방제를 예로 들며 이 전략의 탄생과 소멸을 한국 벤처토양의 생태계조건으로 본다. 다시 말하면 이민화((주) 메디슨의 창업자)의 벤처연방제가 비록 실패하긴 했지만, 벤처성장기의 혁신성과 효율성을 동시에 달성해야 한다는 취지로 연방형 네트워크를 주도한 것을 한 개인의 기업창업에 속하는 게 아니라, 제도적 동질성이라는 한국 벤처계에 내재하는 구조적인 변수로 봤다는 점이다. 이민화의 기업가 정신 결여와 전략의 부재로 보지 않고, 그것을 생태계로, 제도적 동질성으로 봤다는 것은 회사들의 이견이 있을 수 있으나 적어도 필자는 대단한 논의라고 말하고 싶다.

그리고 이 책이 주목받는 것은 그 동안 혁신의 주체였던 국가를 벗어나 혁신의 시스템이 지역차원으로 존재한다는 점에 의미를 부여한 것이다. 이는 글로벌시대의 지방화가 가능하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시사하기도 한다.

제2부는 지역혁신으로서의 벤처생태계를 논했는데 지역혁신 클러스트로서의 실리콘벨리와 인천지역을 중심으로 논했다. 물론 대만의 신죽, 중국의 중관촌, 이스라엘의 실리콘와디, 한국의 대덕연구단지 등과의 비교가 없어 아쉬운 점은 있지만 나름대로 실리콘벨리를 제도, 네트워크로 분석했고 생태계로서의 실리콘벨리가 사회자본으로서 어떻게 기능하는지 등에 대한 논의전개는 흥미진진하고 사회과학자로서의 새로움이라 하겠다. 특히 기업진화론과 이민화의 벤처연방제 이외의 한국의 선도벤처들의 연방제와 해외벤처 연방제모델을 설명한 것은 저자의 학자적 도전이라고 말하고 싶다.

이덕훈 / 한남대·경영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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