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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준 교수] “이야기의 이야기는 참된 인간 모습 찾는 통로”
[박상준 교수] “이야기의 이야기는 참된 인간 모습 찾는 통로”
  • 김재호
  • 승인 2020.11.24 11: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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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인터뷰

『스토리 오브 스토리』 소명출판 | 276쪽

독자와 작가가 함께
실제를 올바로 보기 위해 독서가 필요
이 시대의 소명은 운동으로서의 문학

 

책의 제목이 흥미롭다. 바로 『스토리 오브 스토리』다. 부제는 ‘다 알고 또 모르는 이야기’인데, 책을 읽어보면 얼마나 많은 이야기들이 안과 밖에서 얽혀있는지 알 수 있다. 저자는 포스텍 인문사회학부의 박상준 교수다. 그는 대학에서 30년간 문학을 가르쳐왔다. 정말 수많은 이야기를 접해온 그가 이야기에 대한 메타적인 접근을 했다. 지난 17일 박상준 교수를 인터뷰했다.  

 

박상준 교수는 이야기의 이야기를 통해 작가와 독자가
현실을 올바로 보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진 = 박상준

 


그렇다면 이야기란 무엇일까? 박 교수는 “이야기란 시공간적 배경을 통해 스스로 하나의 세계를 만들고 그 속에서 서로 관계 맺는 인물들을 통해 일련의 사건들을 완결 짓는 말”이라며 “이런 이야기가 중요한 것은 이야기의 세계가 현실을 가리킬 때 발하는 효과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현실 사회나 사람 사이의 일을 재현하는 이야기는, 실제를 올바로 보게 하는 힘을 갖는다”라며 “소설 속의 이야기가 말해 주는 현실을 보되 그것을 통해 환기되는 실제 현실 즉 독자가 아는 현실이 그에 대비되면서 ‘실제 현실에 대한 이야기’를 우리가 만들게 된다”고 설명했다. 대화적 이야기가 중요하다는 뜻이다. 


『스토리 오브 스토리』에선 소유육과 거리두기로서 아름다움이 강조된다. 문학 역시 아름다움을 추구한다. 박 교수에 따르면, 문학은 세 가지 유형을 갖는다. ▷ 운동으로서의 문학 ▷ 작품으로서의 문학 ▷ 유흥으로서의 문학. 아름다움과 결부되는 ‘작품으로서의 문학’에 접근하려면 어떤 방식이 필요할까? 박 교수는 “문학작품 중에는 고유의 아우라(Aura)를 갖는 예술 작품이기를 지향하는 경우가 있다. 이들을 ‘작품으로서의 문학’이라 했는데, 이런 작품들을 십분 감상하기 위해서는 ‘작품이 말하는 것’(what)보다 ‘그것을 말하는 방식’(how)상의 특성을 음미할 수 있어야 한다”고 답했다. 특히 작품의 형식적 특성을 간취하기 위해선 각종 문예사조의 전개에서 보이는 특성 변화를 공부할 필요가 있다. 

 

실제를 올바로 보게하는 이야기

 

이 책에서 박상영의 중편소설 「우럭 한 점 우주의 맛」과 앤드루 숀 그리어의 『레스』를 대비시킨 대목은 여전히 우리 사회가 동성애를 차별하고 있는 걸 보여준다. 김혜진의 『딸에 대하여』 역시 마찬가지이다. 문학 작품이 들려주는 이야기가 현실을 반영한다고 할 때, 당분간은 한국 사회에서 동성애로 파국에 빠지는 작품만이 계속 등장할 것 같다. 박 교수는 “비극적 재현이 수행된다는 사실 자체가 상황의 변화 가능성을 열어 주는 것도 사실”이라며 “조남주의 82년생 김지영이 국내외적으로 광범위한 호응을 얻는 것이, 이미 준비된 독자들의 자세를 새삼 확인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렇지 못한 독자들에게 공감을 이끌어 내어 태도의 변화를 촉진하는 역할도 하듯이 말이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박 교수는 “거시적인 안목에서 볼 때 현대소설의 주된 기능이자 공적이 인간을 자유롭게 해 주었다는 데서 찾아진다는 점을 이 맥락에서 환기할 필요가 있다”면서 “박상영이나 김혜진의 소설을 통해서 성애에 대한 기존의 사고가 편협한 것이었다는 자각이 확산될 때, 성애에서의 차이를 성 소수자에 대한 차별로 이어가지 않고 그 자체로 인정하는 성숙하고도 자유로운 문화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때 편견으로부터 해방되는 만큼 자유로워질 수 있다. 


이야기(문학)가 만들어낸 이야기(현실)가 또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도 있다. 여기서 원형(原型)으로서 이야기를 추적하는 게 중요할까? 박 교수는 “이야기가 실제를 올바로 보게 하는 힘을 갖는다고 할 때, 이 말의 의미가, 소설과 같은 이야기가 실제의 참모습을 그대로 재현, 체현한다는 것은 아니다”라며 “엄밀히 말하자면 참된 실제란 사실 끝없이 추구될 수만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왜냐하면 실제는 부단히 변화 운동하기 때문이다. 덧붙여 박 교수는 “소설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그것과 작품 밖의 현실을 관련 지어 또 하나의 이야기를 만드는 창조적인 독해를 수행하는 것은, 실제를 올바로 보려는 노력을 작가와 더불어 행하는 일”이라면서 “작품의 이야기와 그것을 현실에 견주어 독자가 만들어 내는 또 하나의 이야기 이 두 이야기는 진위나 원형을 따질 관계에 있는 것이 아니라, 사회와 인간 삶의 참모습을 찾아 나아가는 하나의 통로”라고 말했다. 

 

작가와 함께 참된 실제 찾기

 

『스토리 오브 스토리』에 나오는 작품들 대부분이 비극처럼 들린다. 몇몇 작품은 해피엔딩이긴 하나, 그 과정 역시 온갖 고통과 오해와 편견, 배신 등이 담겨 있다. 작품이 허구는 아닐진대, 이 세상이 원래 그러한 것이라고 간주해야 할까? 이야기를 읽는 독자들은 어떤 태도를 갖는 것이 필요할까? 진실을 마주하기에는 벅찬 이야기들이 너무나 많다. 박 교수는 “본격문학은 작품이 지향하는 바 주인공이 추구하는 바가 우리 현실에서 성취될 수 없는 것”이라며 “자율적인 개인이나, 조화로운 공동체, 참된 예술 같이 우리가 지향해야 마땅하되 손쉽게 성취되지는 않는 가치를 추구하는 까닭에 본격문학은 해피엔딩을 갖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현대문학이 행복한 결말과 인연이 없는 것은, 우리 시대에는 사라졌거나 실현되지 않지만 우리가 추구해야 마땅한 가치들을 환기하고 있는 까닭이다”라며 “독자는 비관적 전망에 빠지는 대신, 작품들이 환기하는 가치에 동조하며 이상을 품는 것이 좋을 것이다”라고 답했다. 박 교수는 헝가리 출신의 비평가 게오르그 루카치의 ‘이로니(Ironie)’를 언급했다. 박 교수는 이로니를 “자신의 추구 행위가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을 엄연히 알면서도 그러한 추구 행위 자체가 의미를 갖는다는 믿음 위에서 부단히 추구하는 자세”로 설명했다.  


박 교수는 여러 작품들을 동시에 읽는 편이다. 다양한 작품 감상이 가능한 동력은 무엇일까? 박 교수는 “‘교학상장(敎學相長), 즉 가르치며 배우는 일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 두루 읽는다”라며 “우리가 사는 사회가 좀 더 인간적인 세상이 되기를 바라는 인문학자이자 지식인으로서 제 역할을 어느 정도나마 하기 위해, 분과 학문의 벽에 갇히지 않고 다양한 책들을 읽는다”라고 말했다. 타인의 이야기를 듣고 성찰하기 위한 다독인 것이다. 

 

인간적 세상을 꿈꾸며 다독하기

 

‘운동으로서의 문학’, ‘본격문학’, ‘대중문학’ 등 문학의 장르가 다양하다. 각 장르마다 고유의 역할이 있겠지만, 문학의 본연으로서, 2020년 말에 필요한 지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할까? 박 교수는 “우리가 사는 세상이 지금보다 좀 더 나은 세상이 되는 데 일조하는 ‘운동으로서의 문학’이다”라며 “이야기의 힘을 유감없이 드러내면서 우리의 삶을 조명하고 사회가 나아가야 할 길을 모색하는 작품들이 반갑다. 미의 추구도 유흥의 제공도 의미 있는 길이지만, 말의 질서가 흐려진 시대 말의 의미와 그것이 가리키는 바가 어긋나기 일쑤인 세상에서 보다 절실한 문학은, 실제를 올바로 보게 하는 이야기의 힘을 보이는 문학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아울러, 박 교수는 교수들의 독서에 대해 “문학과 거리가 먼 전공을 가진 교수님들께서 어떤 작품이든 불문하고 문학작품 읽기를 여가 생활의 하나로 삼으셨으면 좋겠다”라며 “밀도 있는 장편을 읽으면서 문해력을 높이게 되기를 소망한다. 텍스트를 깊이 읽는 능력이 세상을 폭넓게 읽는 능력에 이어진다고 믿는다. 우리 모두의 문해력이 한층 높아지는 만큼, 현실을 환기하는 이야기의 힘이 보다 널리 공유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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