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세상을 비틀어 웃음과 카타르시스를 만들어내는 해학이야말로 우리시대에서 가장 힘있는 미학의 원리일 것 같다. 하지만 실상은 별로 그렇지 않다. 우리의 해학 전통은 미술분야의 많은 작가들에 의해 계승되고 있지만 다른 분야에서는 ‘코미디’나 ‘야유에 가까운 패러디’에 머물고 있어 아쉽다. 이번호에서는 해학을 추구하는 예술흐름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그 흐름분석과 함께 구체적인 작품분석을 시도하고, 해학적 시도에 대한 평단의 반성적 목소리들을 모아봤다.
한국미의 특질 중 하나인 해학미에 대해 고유섭은 비정제성에서 우러나온 ‘弄調로서 유머’라고 했으며, 최순우는 ‘익살의 아름다움’으로 표현했다. 익살이 세련되게 그 사회의 서정과 조형미에 표현되는 것이 寂照美의 세계이며, 익살의 아름다움이 조형 위에 구현되는 것이 해학미의 세계다. 즉 해학은 사회에 의해서 고정관념화 된 언어 표현을 새로운 인식으로 뒤바꿔 놓는 역할을 한다.
풍류적 해학미보다는 풍자적 해학이 주류
우리시대 미술에서 해학미는 전통미술에서의 풍류적 해학미보다는 일탈과 유희, 시대 반어와 정치 풍자적 해학이 그 주류를 이루면서 성격상 여러 가지로 구조를 취하고 있다.
첫째, ‘자유분방한 상상력’이나 ‘엽기발랄’함을 허용하는 유희적이면서 농담과 유머가 돋보이는 해학, 둘째, 현대사회의 멀티미디어 독점을 비판하고 풍자하거나, 사회화와 도시화의 과정에서 초래되는 현상이나 자연으로부터 멀어져 가는 현실전반을 풍자와 은유로 표현하는 해학, 셋째, 우스꽝스런 권력의 힘을 묘한 비틀기와 뒤집기로 재미와 즐거움을 추구하는 ‘패러디’로 풍자하는 정치 비판적 해학, 그리고 사회구조의 과학화, 정보화에 따라 인터넷이나 가상공간, 다채로운 시각이미지로 제시하는 ‘유쾌한 저항’ 등은 새로운 해학미감으로 자리 잡고 있다.
여유롭고 멋스럽고 신명나고 즐거운
최근 한국 사회에선 해학미를 느낄 수 있는 또 다른 장르가 인기를 얻고 있는데, 그것은 ‘네티즌을 웃겨라’는 슬로건을 한 ‘패러디’다. 패러디는 인터넷이 일상화된 이후 네티즌에게 웃음을 주면서 정치의식까지 높이는 문화코드의 한 장르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 외에도 산업화와 도시화의 과정에서 발생하는 사회부조리나 초래되는 현상들을 제시한 신학철, 사진과 영화 장면을 합성한 이미지로 위선적이고 거짓된 세상에 대한 불만을 표출한 강홍구, 일본과 미국의 문화제국주의에 대한 비판으로 ‘아톰’과 ‘미키마우스’의 잡종 ‘아토마우스’를 탄생시킨 이동기, 사진을 이어 붙여 3차원의 해학적인 조각을 만드는 권오상 등은 사회와 현실에 대한 작가가 풍자와 은유의 방법으로 시대를 바라보면서 웃음과 비웃음을 혼합한 형태를 띠고 있는 게 특이한 점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해학미가 어떤 요소로 작용하던 간에 여유롭고 멋스럽고 신명나고 즐거운 해학의 참맛을 올바로 인식해 미술 분야에서는 물론 한국의 모든 예술 분야에서 향유할 수 있고, 재발견해 계승 발전시켜야 할 책임이 분명 있을 것이다.
심영옥 / 경희대 미술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