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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로 세평] 지식기반경제의 사회적 도전
[신문로 세평] 지식기반경제의 사회적 도전
  • 김대환 인하대
  • 승인 2001.04.17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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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04-17 09:57:40

김대환 / 인하대·경제학

한국사회는 ‘지식기반 경제’가 던지는 새로운 도전을 맞고 있다. 이 도전은 양면적이다. 한편으로는 한국경제의 활로를 열기 위해 지식기반 경제를 구축해 나가는 과제를, 다른 한편으로는 이에 따른 사회경제적 문제들에 적절히 대처하는 과제를 한국사회에 부과하고 있는 것이다. 전자가 경제적 도전이라면 후자는 사회적 도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관심은 전자에 집중되어 지식기반 경제가 초래하는 사회적 문제에 대해서는 논의마저 본격화되지 않아 그만큼 지식기반 경제가 제기하는 사회적 도전에 대한 한국사회의 인식과 대응은 미흡하기 짝이 없다.

지식기반 경제는 단순히 생산력 발전에 있어서 지식의 적용이 점증되는 것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생산관계의 형성에 있어서 상품으로서의 지식의 중요성이 증대됨으로써 지식의 상품화가 專一化되는 경제를 의미한다. 지식기반 경제의 사회적 도전은 이 가운데 특히 후자와 관련하여 이루어진다.

지식은 본질적으로 희소한 것이 아닌데, 인위적으로 희소하게 만듦으로써만 상품형태를 취하게 되고, 이에 따라 단순한 가격이라기보다는 지대지급을 통해 지식과 정보에의 접근이 이루어지는 데서 사회경제적 문제가 발생한다. 지식과 정보의 상품화는 제한적 저작권에서 포괄적 지적 재산권으로 사적 권리를 확대함과 동시에 이를 독점화하는 경향을 갖기 때문에 경제력 격차에 따라 지식격차는 더욱 확대되고, 이는 다시 경제력 격차를 확대함으로써 사회경제적 불평등을 더욱 심화시키게 되는 것이다. 말하자면, 지식기반 경제의 사회적 도전은 기술지식의 불평등 분배로부터 오는 ‘지식격차’와 사물의 속성에 대한 불완전한 정보로부터 오는 ‘정보문제’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지식은 누구나 활용할 수 있는 공공재의 성격을 띠지만, 지식기반 경제에서는 이것이 경쟁의 중핵적 수단이 되고 보수의 지렛대로 작용하기 때문에 사적 재화로 급속히 탈바꿈된다. 따라서 지식의 창출이나 획득은 비용을 요하고, 그러한 비용을 지불할 수 있는 경제적 능력의 차이는 곧 지식격차로 이어지게 마련이다. 정보문제도 마찬가지로 정보의 부족이나 불완전성을 제거할 메커니즘이 부자와 빈자 사이에 큰 차이가 있는 데에서 비롯된다. 아무리 정보화 시대라지만, 아니 정보화 시대이기 때문에 정보의 상품화가 더욱 진전됨으로써 경제력의 차이에 따른 정보문제는 오히려 더 심각해지기 마련이다.

이러한 지식격차와 정보문제는 결국 계층간의 경제력격차를 가속화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하는 데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지식과 정보의 획득에 있어서도 그러하지만 창출에 있어서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커다란 격차가 존재하며, 이는 다시 소득이나 부의 격차를 훨씬 더 크게 벌여놓게 된다. 이는 사회적 불평등 심화의 악순환을 이루는 것으로, 경제력 격차가 기술 및 정보 격차를 낳고, 이 기술 및 정보의 격차는 다시 소득 및 부의 격차를 확대하게 된다. 이른바 ‘디지털 디바이드’(digital divide) 현상이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지식격차와 정보문제는 시장이 해결해 줄 수 있는 성격의 것들이 아니다. 시장에서는 금전적 보수를 전제로 지식이 ‘거래’되는 것이기 때문에 오히려 그 유통을 제한하기가 쉽고 설사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구매력이 부족한 저소득층을 배제시키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정보문제에 있어서도 사정은 마찬가지이다. 경제적 약자들은 자주 정보실패의 결과로 피해를 입고 그에 따른 시장실패로부터도 피해를 입게 된다. 시장경쟁이 격화되면 될수록 지식격차와 정보문제는 확대·심화되는 바, 현재 한국사회는 바로 이것이 던지는 커다란 도전에 직면해 있는 실정이다.

이는 곧 사회정책의 과제로서, 지식과 정보의 공공재의 성격을 감안하여 지식과 정보의 창출 못지 않게 그 분배에 정책적 노력이 기울여져야 한다. 지식격차와 정보문제를 해소 내지는 완화하기 위한 사회정책의 기본 방향은 교육, 금융 및 보험 등을 통해 저소득층의 지식 및 정보의 획득과 활용을 지원하는 것이다. 이 문제는 앞에서 본 바와 같이 사회경제적 불평등의 문제와 긴밀히 연관되어 있는 만큼, 지식시대가 진전되면 될수록 사회정책에서 이 부문의 비중이 커져야만 할 것이다.

협애한 경제적 효율을 앞세운 시장논리만으로는 지식기반 경제의 사회적 도전에 제대로 대응할 수 없다. 경제주의에 입각한 지식기반 경제는 지식과 정보의 공공재적 성격을 훼손할 수밖에 없다. 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사회통합을 위한 사회정책을 통하여 지식과 정보의 발달이 사회구성원 모두의 삶의 질 향상에 봉사하도록 하여야 한다. 이를 위한 종합적이고도 체계적인 사회정책의 수립과 시행만이 지식기반 경제의 사회적 도전에 대한 유효한 응전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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