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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학적 인간으로 살아가기
미학적 인간으로 살아가기
  • 교수신문
  • 승인 2020.11.23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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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광진 지음 | 현암사 | 296쪽

강의를 바탕으로 엮은 이 책은 총 5강으로 구성되어 있다. 미학적 인간이 요청되는 시대적 상황을 조명하기 위해 우선 1강에서는 사회 변동을 거시적으로 훑어본다. 과학적 이성이 중시된 근대를 지나 감성이 중시되는 포스트모던의 상황을 철학, 예술, 경제, 정치 순으로 고찰함으로써 그 혼돈의 가장자리에서 미학이 중요해지는 시대가 열리고 있음을 확인한다. 2강에서는 학문으로서의 미학의 태동 과정과 그 의의를 살피고자 칸트의 비판철학을 개괄적으로 다룬다. 진·선·미를 위계적으로 인식해온 서양철학은 칸트에 의해 비판적으로 수정되었고, 그 과정에서 미학이 탄생하게 된다. 저자는 오늘날 현대인의 불행이 인간 본성의 삼위일체라고 할 수 있는 진·선·미의 불균형에서 비롯되었다고 진단하며, 그 균형을 회복하기 위해 미학이 시대정신으로 요청되고 있음을 강조한다.

3강에서 미학적 인간의 조건을 논의하기에 앞서 저자는 세상에 네 종류의 인간이 있다고 말한다. 형식을 대하는 자세에 따라 저자가 분류한 네 가지 인간 유형은 다음과 같다. 첫 번째, 형식을 ‘만드는’ 자는 혼돈에서 질서를 찾아내는 ‘과학적 인간’이다. 이들이 만든 형식으로 인류는 문명의 혜택을 누린다. 두 번째, 형식을 ‘이용하는’ 자는 형식을 권력의 수단으로 삼는 ‘정치적 인간’이다. 이들은 형식을 활용하고 확산시킨다. 세 번째, 형식을 ‘추종하는’ 자는 주어진 형식의 혜택을 누리려는 ‘노예적 인간’이다. 어쩌면 가장 많은 사람이 여기에 속한다. 마지막으로, 형식을 ‘자유롭게 하는’ 자는 경직된 관습의 굴레에서 벗어난 ‘미학적 인간’이다. ‘미학적 인간’은 사심 없는 태도로 타자를 접하기에 타자를 직관으로 통찰하고 왜곡 없이 이해한다.

이기적인 욕심과 권력욕을 가진 ‘정치적 인간’은 자신의 이익을 우선하므로 공감 능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인류의 삶의 질을 위해 법칙을 찾아내는 ‘과학적 인간’은 자칫 경직된 형식과 지식에 갇힐 수 있다. 사회적 관습과 형식을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노예적 인간’은 주체성 없이 의존적인 삶을 살 수밖에 없다. 이들이 가는 길은 평탄하고 넓지만, 도달하게 되는 곳은 포로수용소다. 그러나 미학적 인간은 사회적 규범이나 관습적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주체성과 번뜩이는 영감으로 창의적인 삶을 살아간다. 이들은 이미 만들어진 틀이 가져다주는 안락함을 거부하여 배척당하지만, 형식의 본질을 꿰뚫고 있기에 역사적으로 의미 있는 자취를 남기기도 한다. 그런 관점에서 전 인류가 추앙하는 4대 성인의 삶이 권력화된 관습적 형식을 자유롭게 한 미학적 실천이었음에 저자는 주목한다.

4강에서는 미학적 인간의 필수 요건이라고 할 수 있는 ‘창조력’의 작동 원리와 그 메커니즘을 다룬다. 창조는 단단하게 굳은 관습적 형식을 녹여 자유롭게 하는 고도의 의식 활동이어서 의식의 충전 없이는 불가능하다. 순수의식을 충전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저자는 철학에서의 현상학적 환원과 불교에서 참선의 원리를 이어서 짚어본다. 마지막 5강에서는 미학적 인간의 실천적 행위로서 예술에 관해 이야기한다. 여기서는 예술이 우리 삶에서 어떤 긍정적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지를 살피고, 니체와 베르그송, 메를로-퐁티, 들뢰즈 같은 현대 철학자의 사상을 통해 예술이 철학의 주제로 부각되고 있음을 고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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