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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몽이란 무엇인가
계몽이란 무엇인가
  • 교수신문
  • 승인 2020.11.23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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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마누엘 칸트 지음 | 임홍배 옮김 | 길 | 276쪽

칸트의 에세이를 포함해 계몽을 정의하고 또 제대로 실현하고자 치열하게 논쟁하고 고민했던 당대 지식인들의 글 16편을 골라 엮은 것이다.

1783년부터 1798년까지 프로이센의 지식인들이 매달 첫째, 둘째 주에 회원들의 자택에서 비공개 토론모임을 가졌다. ‘계몽의 벗들’이라는 이름의 이 모임은 열두 명의 회원으로 구성되었고, 모이는 날이 수요일로 정해져 있어서 일명 ‘수요회’라고 불리기도 했다. 그들이 주축이 되어 《베를린 월간 학보》라는 잡지를 간행했고, 이 매체는 모임의 토론 주제인 계몽에 관한 논의를 주도했다. 회원 중에는 프로이센의 재무장관, 국법을 기초한 법학자, 왕의 주치의, 출판인, 신학자, 왕립극장장, 교육부 장관 등이 있었다. ‘계몽의 벗들’과 그들의 기관지 격인 《베를린 월간 학보》는 계몽 군주를 자임한 프리드리히 대왕의 신임이 두터운 고위 관료와 학자들이 계몽에 관한 토론과 계몽사상의 전파를 선도한 구심점이었다고 할 수 있다. 이 모임과 매체의 성격에 비추어볼 때 그들이 주창한 계몽 담론은 소수의 지식인이 주도한 ‘위로부터의 계몽’의 성격을 띤다고 추정할 수 있다

국립국어원의 사전에서는 “계몽”을 이렇게 정의한다. “계몽(啓蒙): 지식 수준이 낮거나 인습에 젖은 사람을 가르쳐서 깨우침.” 이 풀이를 보면, 한국어에서도 계몽이란 먼저 깨우친 (잘난) 사람이 그렇지 못한 사람을 이끌어 깨닫게 만드는 것, 역시 ‘위로부터의 가르침’을 의미하는 듯싶다. 그러나 뒤에서 살펴보겠지만 칸트가 생각한 계몽 개념은 원칙적으로 ‘위로부터의 계몽’을 배제한다.

《베를린 월간 학보》에서 계몽이란 무엇인가 하는 토론이 시작된 직접적인 계기는 전통적인 교회결혼을 둘러싼 찬반 논쟁이었다. 교회에서 치르는 혼례성사는 번잡한 허례허식이므로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과, 결혼은 신성하므로 교회의 축복을 받아야 하고, 이를 통해 풍기문란과 도덕적 타락을 막아야 한다는 주장이 똑같이 ‘계몽’의 이름으로 제기된 것이다. 이에 쵤너는 ‘계몽’의 이름으로 야기되는 혼란을 비판하면서 무엇보다 계몽에 대한 분명한 개념 규정이 절실하다고 역설했다. “계몽이란 무엇인가? 우리는 계몽을 시작하기 전에 우선 진리란 무엇인가 하는 문제만큼이나 중요한 이 문제에 답해야만 할 것이다! 그런데 나는 이 문제에 대한 답을 어디서도 찾지 못했다!”

그렇게 시작된 논쟁에서 많은 글들이 생산되었는데, 우선 이 책의 제1부에서는 계몽 개념의 정의를 시도한 대표적인 글들을 소개하고자 했다. 그런데 계몽은 단지 개념적 정의의 차원에 국한되지 않고 국민대중의 이성적 각성을 추구하는 실천적 과제와 직결되어 있다. 따라서 계몽사상을 전파하기 위해서는 표현과 언론의 자유를 확보해야 한다. 제2부에서는 이런 맥락에서 사상과 언론의 자유를 논한 대표적인 글들을 수록하였다. 다른 한편 진취적인 이성적 각성과 사회개혁을 추구하는 계몽정신은 1789년 프랑스 대혁명이 터진 이후 혁명의 문제와 연동되는 첨예한 쟁점으로 부상하게 되었다. 제3부에서는 이런 시대적 배경 속에서 계몽과 혁명의 상관성을 논한 대표적인 글들을 수록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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