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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선정에서 들리는 공부를 권하는 노래
관선정에서 들리는 공부를 권하는 노래
  • 교수신문
  • 승인 2020.11.23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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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치유 지음 | 전병수 옮김 | 도서출판 수류화개 | 352쪽

관선정서숙은 남헌 선정훈(1888-1963) 선생이 사재를 내어 건립한 서숙이다. 선정훈 선생은 본래 전남 고흥 출신으로 부친 선영홍(1861-1924)과 함께 대동상사라는 무역회사를 설립하여 큰 부를 쌓았다. 그는 오직 교육만이 구국의 길이라고 결심하여, 1926년 관선정서숙을 건립하고, 매년 봄과 가을에 시험을 통해 학생을 선발하여 숙식과 교육을 무료로 제공하였다.

관선정을 세운 선정훈 선생은 이듬해인 1927년 봄에 겸산 홍치유 선생에게 관선정에서 강의를 해줄 것을 청하였고, 홍치유 선생은 이를 허락하여 12년 동안 관선정에서 교수로서 강단을 주재하였다. 관선정은 당시 일제의 식민교육에 맞서 전통한학을 가르치며 민족정신을 이은 곳으로서, 1944년 일제의 탄압으로 강제 철거되기까지 약 200여 명의 학생이 관선정을 거쳐 갔다. 이곳을 거친 학생이 1960-70년대 우리나라 한문학의 주류를 이루는데, 그중에서도 청명 임창순, 산암 변시연 선생 등이 유명하다.

홍치유 선생은 “몽학(蒙學)을 권면하는 데에 혹시라도 조그마한 보탬이라도 있을까 한다.”고 하였고, 초학자가 쉽게 떨치고 일어나길 바라는 마음에서 지은 것을 감안하여 가사의 유형을 ‘권학가(勸學歌)’로 규정하고, 초본과 개정증보본을 함께 번역하여 ‘관선정에서 들리는 공부를 권하는 노래’라는 제목으로 출간한다. 또한 초본과 개정증보본의 대조표를 부록하여 시국의 변화에 따른 홍치유 선생 사유의 흐름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도록 하였다. 꼼꼼한 역주를 통해 읽기 쉽게 나온 만큼 이 책을 부디 학문으로 나아가는 첫 발판으로 삼았으면 한다.

문화체육관광부의 예산을 지원 받아 출판문화산업진흥원에서는 출판의 다양성 확보를 위하여 지역에 거점을 둔 출판 관련 기관 및 단체를 발굴하여 그 활동을 지원하는 사업을 하고 있다. 이 도서는 2020년 지역 출판 산업 활성화 지원 사업에 선정되어 발행한 출판 콘텐츠다

이 책에는, 500년 조선왕조가 오래된 교목처럼 속이 썩어 들어가던 시기에 태어나 32세에 망국의 모습을 목도하고 일제 36년을 겪으며 가슴에 품은 한을 후생교육으로 달래다가 광복된 다음 해에 다시 찾은 나라의 장래를 걱정하며 68세로 일생을 마무리한 우국지사의 절절한 국가관, 역사관, 교육관, 문학사상 까지를 엿볼 수 있는 내용이 담겨있고, 그 내용들은 지금 또 열강의 이해에 얽힌 분단의 시대에 사는 우리 후생들에게는 새로운 시대정신을 찾아낼 수 있는 민족정신의 자료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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