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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 ‘감사백서’를 통해 본 교수 임용 불공정 행위 백태
초점 : ‘감사백서’를 통해 본 교수 임용 불공정 행위 백태
  • 손혁기 기자
  • 승인 2001.04.17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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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04-17 09:54:51
강원지역의 한 대학에서는 최근 학생들이 불공정 임용 논란이 일고 있는 신임교수의 연구실 문에 페인트칠을 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서울지역의 한 대학에서는 학과교수와 학교당국이 신임교수 불공정 임용으로 2달 동안 갈등을 벌이다 결국 임용 자체를 취소했다. 호남지역 한 국립대의 경우 교수 불공정 임용을 보다못한 시민단체가 개선을 촉구하기도 했다.

신임 교수 임용을 놓고 대학사회의 분란이 끊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교육인적자원부는 최근 지난 한해 동안 대학 등 1백54개 교육기관에 대한 감사를 실시해 적발한 사항을 모아 ‘2000년 감사백서’를 홈페이지(www.moe.go.kr)를 통해 공개했다.

그 가운데 신임교수 채용과 관련 불공정 사례나 절차상의 문제점을 지적한 것은 1백50여건. 이 중에는 특정인을 뽑기 위해 심사기준을 변경하거나, 전공 부적격으로 떨어진 지원자가 다음 학기에는 버젓이 ‘전공 일치’ 판정을 받아 임용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경우도 다반사다. 심사에서 떨어진 특정인을 뽑기 위해 별다른 이유도 없이 채용을 미루고 다음 학기에 떨어진 지원자에게 합격의 길을 열어 주기도 했다.

임용 심사 기준 ‘고무줄’

이번 감사에서 가장 많이 지적된 사항은 채용심사규정 자체가 모호하거나 기준을 임의적으로 적용해 특정인을 뽑은 경우다.

A대는 신임교수 채용에서 지원자가 증빙서류를 제출하지 않았는데도 점수를 부여한 반면, 제대로 서류를 갖춘 다른 지원자에게는 점수를 적게 매겨 특정인을 선발했다. B대는 심사에서 명백한 기준도 없이 전공과 출신학과에 따라 주관적으로 평가하고, 연구경력 인정에 대한 기준이 없어 평가자에 따라 임의대로 점수를 부여했다. C대는 아예 임용대상자를 선발 한 후에 연구실적을 심사하고, 발표하지도 않은 연구실적물을 인정하여 특정인을 뽑았다.

지원자에 맞춰 전공 바꿔주기

특정인을 뽑기 위해 다음 학기에는 아예 전공을 바꿔서 모집하는 경우도 있었다.

E대는 연구실적 인정 등의 문제로 특정인을 채용하기 어렵게 되자 다음학기에는 모집분야를 변경해서 뽑았다. F대도 1순위로 추천된 자가 전공이 맞지 않자, 2 순위자도 채용을 유보한 이후 다음학기에 모집 전공을 바꿔 당초 1 순위자를 채용했다.

전공 부적격인 사람이 한 학기가 지나자 전공 적격으로 탈바꿈된 사례도 있었다. G대는 신임교수 채용에서 전공심사에서 부적격으로 심사한 후 다음 학기에는 같은 학과 같은 전공분야에서 동일인을 전공적격자로 인정해 임용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전공적부심사를 했다.

이유 없이 채용 미루기

서류심사, 전공적부심사, 연구실적심사, 시범강의에 면접까지 다 끝내고 아무런 이유도 없이 채용하지 않거나, 아예 공고만 내고 심사조차 하지 않은 대학들도 지난해 감사에서 지적됐다.

J대는 전공적부심사에서 교수들간에 이견을 보여 재심을 신청하자 학부교수의 화합을 고려한다며 전원 불합격시켜 지원자들의 기대를 저버렸다. K대도 학과교수들의 견해가 일치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1순위자를 임용예정후보자로 추천하지 않고, 규정에도 없는 ‘전임교수 중에 외국박사가 많다’는 이유로 임용하지 않았다.

서울 D대의 조 아무개 교수는 “임용공고를 내고도 임용하지 않는 것은 우수한 연구자가 지원해 내정했던 특정인을 뽑기 어렵게 되거나 학과 교수들의 이해가 상반된 경우이다”며 “합당한 이유 없이 임용을 미루는 것도 불공정임용심사의 대표적인 단면이다”고 말했다.

신임교수 임용을 위해 학과심사나 인사위원회를 구성하고도 총장이나 이사장이 버젓이 인사에 개입하는 사례도 끊이지 않았다. L대는 교원임용구정을 무시한 채 학장이 임의로 선정한 임용예정자 명단에 따라 신임교수를 뽑았으며, M대는 이사장이 교원신규채용과 승진에 부당하게 관여해 특정인이 뽑히도록 했다.

사립전문대 불공정 사례 평균 5.1건

한편 교육부는 신임교수 채용과 관련 18개 사립전문대에 대해 집중적인 감사를 벌여 총 92건의 문제를 지적했다. 전문대 신임교수 선발에서는 관련제도가 미비한 사례가 가장 많았으며, 다음으로 학장과 법인 이사장의 인사전횡이 빈번했다.

A전문대는 서류심사 결과를 무시한 채 학장과 부학장이 공개강의나 면접심사를 하고, B전문대는 면접심사까지 치러 임용후보를 정하고도 학장이 이를 무시한 채 임의로 특정인을 뽑았다. 아예 C전문대는 학장이 혼자 신임교수를 선발하고 나서 교원인사위원회가 이후 찬성여부만 형식적으로 심의했다. 임용과정이 불공정하다보니 이사회 개최도 파행적이었다. D전문대 이사장은 이사회를 개최하지도 않고, 이사장이 보관하고 있는 이사들의 도장을 찍어 신임교수 임용관련 회의록을 허위로 작성했다.

이에 따라 교육부는 감사에서 신임교수 임용과 관련 객관성과 공정성이 확보될 때까지 중점적으로 점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제출했다. 손혁기 기자 pharos@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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