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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새로운 자료와 사진, 증언 등을 취합정리해 박헌영의 일대기를 냉정한 시각으로 재구성하고 있다. 특히 러시아에 소장된 원자료를 발굴, 새롭게 정리한 사실이 적지 않다. 그 예로 1945년 10월 8일 개성에서 열린 조선공산당 남북요인 회의시 박헌영의 발언을 추적한 것을 들 수 있다. 또 필자의 주관이 개입될 수 있는 서술을 배제하고 사실만을 객관적 시각으로 나열하는 연대기 방식을 취함으로써 객관성이 두드러진다. 이는 사회주의운동과 박헌영에 대한 평가가 아직 쉽지 않은 현실을 반영한 것으로 이해된다. 연보나 연대기는 사실만을 나열할 경우 무미건조한 책으로 평가되기 쉽다. 하지만 이 책은 필자의 유려한 문장과 평이한 서술, 돋보이는 편집과 구성으로 일반인들도 쉽게 읽을 수 있는 대중서로도 손색이 없어 보인다.
그러나 아쉬운 부분도 있다. 첫째, 새로운 자료와 참고문헌을 바탕으로 수정?보완돼야 할 부분이 상당수 있다. 예를 들면 1948년 제주 4?3항쟁에 대해서는 “제주에서 4?3민중항쟁이 발발하다”라고만 서술했다. 그러나 이 사건에 박헌영과 남로당이 관련됐다는 것은 거의 확실하다. 따라서 주요 사건과 관련된 직접 자료가 없다 하더라도 최근의 연구성과를 활용해 그가 관계된 사실과 사건의 개요를 충분히 서술할 필요가 있다. 둘째, 독자들이 정말 궁금해 할 부분에 대해서는 상세한 보충설명이 있어야 했다. 예를 들면 일제시기 감옥에서 나올 수 있었던 과정이나 1940년대 초 도피생활, 8월 테제나 박헌영 노선에 대한 諸說, 한국전쟁 발발이나 전개과정에서의 역할, 1956년 7월 ‘미제국주의자들의 고용간첩 두목’이란 혐의로 총살되는 과정에 대해서는 충분한 자료와 해설, 나름대로의 평가를 덧붙였으면 독자들이 더 쉽게 이해하지 않을까 한다. 셋째, 자료부족 탓으로 생각되지만, 3부 ‘북한에서’의 서술내용이 가장 적다. 추후 보강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이 책이 한국 근현대시기 사회주의운동과 이 운동의 주요지도자인 박헌영을 올바로 이해하는데 크게 기여할 것은 확실하다. 이 책을 토대로 추후 본격적인 사회주의운동과 박헌영에 대한 연구가 심화되기를 기대한다. ‘박헌영 평전’도 하루빨리 출판돼야 할 것이다.
장세윤 / 성균관대 한국근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