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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영의의 문학프리즘] 표현의 자유와 가짜 뉴스
[심영의의 문학프리즘] 표현의 자유와 가짜 뉴스
  • 교수신문
  • 승인 2020.11.18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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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에 발표된 필립 로스 장편소설 『휴먼 스테인』(문학동네, 2010)은 우리에게 몇 가지 생각할 거리를 안겨주지만 이 글에서는 소문과 편견 그리고 가짜 뉴스에만 한정해서 살펴보겠다. 대학교수 콜먼은 출석을 부르는 동안 한 번도 참석하지 않은 두 학생을 무심코 유령들(spooks)이라 불렀고, 결석을 했던 학생들은 하필 흑인이었다. 콜먼은 인종차별을 했다는 혐의로 청문회가 열리고 비난을 받자, 결국 자신의 주장을 철회하지 않고 교수직을 사직한다. 

사건의 충격으로 아내마저 죽고 혼자 지내던 콜먼은 자신이 재직했던 대학의 청소부인 서른네 살의 여자 포니아 팔리와 연인 사이가 된다. 그녀는 전 남편의 계속되는 폭력으로 이혼을 했는데도 여전히 스토킹에 시달리고 있다. 콜먼을 애증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불문과 여교수 델핀 루는 “당신이 당신 나이의 절반 나이 밖에 안 되는 학대받고 문맹인 여성을 성적으로 이용해 먹고 있다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다”라는 내용의 편지를 보내 협박한다. 기실 그 두 사람은 신분과 나이의 차이를 넘어 서로 사랑하는 사이였던 것이다.

최근 우리 사회 디지털교도소와 관련한 논쟁은 저 소설에서와 같은 소문과 편견 그리고 가짜 뉴스가 갖는 치명적인 위험성을 경계하도록 만든다. 해외에 서버를 두고 있는 디지털교도소는 한국인 강력범죄자·성범죄자·아동학대범 등의 사진은 물론 이름·나이·거주지·휴대전화 번호 등 각종 신상정보를 담고 있는 익명의 웹사이트다. 그러나 재판 결과가 나오지도 않은 피의자들의 신상정보 공개가 이뤄지는 데다가, 민간의 기준에 의한 신상 공개는 법의 영역을 벗어난 불법행위여서 실정법 위반이라는 비판이 지속되고 있다. 처음에는 공익적 취지에 호응이 있었지만, 신상이 공개된 어느 대학생이 결백을 주장하다 극단적 선택을 한 데 이어 한 대학교수의 무고도 경찰 수사로 밝혀져 무리한 사적 제재가 아니냐는 비판과 함께 불법성 논란으로 여론이 들끓었다. 

논란이 일자 방송통신위원회 통신심의소위원회는 처음에는 디지털교도소 사이트를 차단해달라는 경찰청 등의 민원에 대해 심의를 진행한 뒤‘해당 없음’으로 의결했다고 한다. 다만 사이트 운영자가 해외에서 체포되고 그 불법성 그리고 관계당국의 안이한 대체에 대한 비난 여론이 높아지자 결국 사이트를 폐쇄하기로 결정했다.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것은 민주주의의 실현과 개인의 자아실현을 위해 본질적이다. 미국의 홈스 대법관이 말했듯이 진정한 표현의 자유란“우리가 싫어하는 사람들의 주장까지 허용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라는 주장에도 동의한다. 그러나 “표현이 지니는 해악이 회복 불가능한 것이라 하더라도, 그와 같은 표현이 합리적 지성에 의하여 배제되는 과정에서 사상의 자유경쟁시장은 오히려 면역력을 갖는 것”이라는 일각의 주장은 지나치게 공소하다는 느낌이다. 허위 사실이 게재되어 무고한 개인이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본 사례가 있었다는 것에 대하여까지도 표현의 자유를 기계적으로 옹호하는 셈이 된다. 

프랑스 대혁명 이후 발표된 인권 선언 중에는 나의 자유는 타인의 자유와 부딪히는 지점에서 확장을 멈춘다는 의미의 내용이 있다. 타인의 자유와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표현의 자유를 운용하지 못하는 이들에 대한 제재는 공동체의 안녕을 위해 불가피하다. 인간은 다른 이들에게 피해나 손해를 끼치지 않는 한도 내에서 자신의 자유를 누릴 권리가 있다는 것을 거듭 확인할 필요가 있겠다. 

심영의(문학박사. 소설가 겸 평론가)
심영의(문학박사. 소설가 겸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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