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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제국
몽골제국
  • 박강수
  • 승인 2020.11.18 09: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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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리스 로사비 지음 | 권용철 옮김 | 교유서가 | 232쪽

이 책은 몽골제국의 역사에 대해 가장 명료하면서도 포괄적으로 서술한 저작이다. 몽골제국사 연구를 선도해온 저자 모리스 로사비 교수는 유목민의 삶, 칭기스 칸과 제국의 등장, 제국의 팽창과 세계 지배, 동서 교류의 확장, 제국의 쇠퇴 등 중요하고 굵직한 테마를 통해 몽골제국의 역사를 흥미진진하게 소개한다. 세계 역사에서 가장 거대하고 연속적이었던 몽골제국은 광범한 영역에 걸쳐 전례 없는 수준의 폭력을 분출했다. 그러나 몽골족은 잔인한 정복자에서 현명한 지배자로 재빠르게 진화했고, 자신들이 복속시킨 지역의 경제를 육성했다. 한편으로는 현지인들에게 익숙한 정치·경제 제도들을 채택하고 토착 관료들을 등용함으로써 피정복민 다수를 설득했고, 다른 한편으로는 지역의 예술과 문화를 열렬하게 후원하고 다양한 민족 집단에 속한 상인들, 과학자들, 예술가들, 선교사들 사이의 교류를 불러왔다. 저자는 “제국 영역의 모든 곳에서 몽골족은 무기, 전략, 전술, 군사 조직에 영향을 끼쳤다”면서, ‘팍스 몽골리카’는 유럽과 동아시아 사이의 직접적인 관계를 처음으로 형성했다고 강조한다. 세계사는 몽골제국에서 출발했던 것이다.

몽골족의 말(馬]과 관련한 서술도 흥미롭다. 몽골족은 전투가 벌어지기 전에는 가죽으로 된 덮개로 말들의 머리를 감쌌다. 말들의 가치를 충분히 인식하고 있던 몽골족은 말들을 무척 아꼈다. 개개의 몽골 기병들은 대체로 4~5마리의 말을 보유하고 번갈아 가며 탔기 때문에 말들이 긴 휴식을 취할 수 있었다. 다른 말들은 장비를 날랐는데, 그중 한두 마리에는 짐을 싣지 않았다. 전투를 앞두고 힘을 비축했던 것이다. 말들은 덩치는 작아도 강인했다. 몽골족은 거세마와 암말을 선호했다. 수컷보다 다루기 쉬운데다 젖을 생산한다는 이점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주 드문 경우이기는 하지만, 말들은 유목민이 장기간 이동하던 중 음식이 소진되었을 때 먹을 것을 제공하기도 했다. 말의 혈관을 끊어서 그 피를 마시고 원기를 보충할 수 있었던 것이다. 말에 대한 몽골족의 경의는 매장 관습에 드러나 있었다. 유력한 몽골 귀족이 사망하면, 그의 말은 희생되어 함께 매장되었다. 가장 신뢰했던 말을 사후에도 필요로 할 거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몽골족이 세계사에서 가장 위대한 정복이라는 평판을 듣는 원정에 나서게 된 실제 이유로 저자는 무엇보다 그들의 경제가 불안정했다는 점을 든다. 가뭄이나 추운 겨울, 동물들 사이에서 발생하는 질병은 그들의 생존을 위협했고, 이러한 상황에서 그들은 생필품을 얻기 위해 교역을 하거나 약탈을 해야 했다는 것이다. 게다가 정주 문명에서 나오는 화려한 물건들을 더 많이 보게 되면서 한편으로는 사치품을 갈망하기 시작했다. 만약에 교역을 거부당하면 그와 같은 생활 기반이 무너질 수도 있었기 때문에, 그들이 필요로 하거나 선망하는 물건들을 획득하고자 공격에 나섰던 것이다. 그런데 12세기 말에 이르러서는 몽골족이 아주 급속도로 성장함에 따라 이러한 공격들은 그들이 약탈하고자 노렸던 거주지를 황폐화시킬 수도 있었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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