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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의 배신
권력의 배신
  • 교수신문
  • 승인 2020.11.18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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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포터, 캐서린 겔 지음 | 박남규 옮김 | 매일경제신문사 | 292쪽

많은 이들이 ‘정치 시스템은 헌법에 기반한 원칙과 절차를 준수하는 공적 제도’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생각은 틀렸다. 현재 미국 정치 시스템은 자기 잇속만 챙기는 이들로 가득 찬 산업의 모습을 하고 있다. 세계적 석학 마이클 포터는 미국 정치에 기업의 경쟁 전략을 분석하기 위해 개발한 ‘5가지 경쟁요인 모델’을 미국 정치에 적용, ‘바람직한 경쟁의 힘’이 의도적ㆍ체계적으로 무력화되는 메커니즘을 파악했다. 다시 말해 ①기존 경쟁의 성격 ②구매자(유권자)의 힘 ③공급자(정당)의 힘 ④ 대체품(무소속 정치인) ⑤신규 진입자(신규 정당)를 적용했을 때, 일명 정치 산업에서는 국민의 이익을 위한 바람직한 경쟁이 이루어지지 않고 오로지 선거에서 이기기 위한 공화당과 민주당의 싸움, 법안 통과·저지를 위한 불필요한 경쟁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런 정치권에 로비하는 기업과 언론도 불건전한 경쟁 체제 유지에 공모하고 있어 책임을 피할 수 없다는 주장도 제시한다. 실제로 미국 대선 광고는 미국에서 가장 비싸다는 슈퍼볼 광고 규모를 뛰어넘는 조 단위 시장이다. 이 시장에서는 정치인뿐 아니라 로비스트, 캠페이너 등이 활약한다. 이를 따져보았을 때도 정치는 충분히 경제·산업 차원 분석이 가능한 영역이다.

대한민국의 상황도 미국과 크게 다르지 않다. 두 거대 정당의 밥그릇 싸움에 국민이 골머리를 앓는다. 지난해 거대 정당의 독점을 막기 위해 연동형 비례대표 선거법 개정안을 도입했지만 올 4월 국회의원 선거에서 ‘위성정당’이라는 기이한 현상을 만들어 결과적으로 두 거대 정당을 제외한 다른 당의 입지를 좁혔다. 원래 산업 내 ‘바람직한 경쟁’은 모두에게 이익이다. 경쟁 기업들은 고객의 요구를 더 잘 충족시키기 위해 더 나은 제품을 제공하고 서비스를 개선한다. 따라서 산업 내 신규 진입자와 대체품은 질 낮은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존 기업에게 위협적 존재가 되며 혁신을 촉진한다. 그러나 두 개 정당이 완전 독점하는 정치 산업에는 유권자를 위한 서비스를 공급해야 한다는 압력이 생겨나지 않는다. 대체재나 새로운 (시장)진입자가 없기 때문이다. 그 결과 유권자를 배제한 선거는 국민의 뜻과 점점 멀어졌고, 정치인들은 여론이 분열된 국가적 문제를 해결하지 않은 채 내버려두는 것이 유리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복점구조를 사수한 두 거대 정당의 권력 남용 문제도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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