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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 밀과 토크빌
민주주의: 밀과 토크빌
  • 교수신문
  • 승인 2020.11.13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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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병훈 지음 | 아카넷 | 436쪽

한때 민주주의에 모든 희망을 건 시절이 있었다. 한국에서 특히 그랬다. 그러나 민주화가 진전되면서 민주주의의 부끄러운 속살도 함께 드러나고 있다. 민주주의의 이름으로 자유가 위협받고 있고, 만성적 체제 비효율이 민주주의의 트레이드마크처럼 치부되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이 책은 ‘이게 민주주의냐!’는 한탄을 함께 고민하면서 나름의 해답을 제시하고자 한다.

이 과정에서 재조명되는 학자는 밀과 토크빌이다. 밀의 사상 속에서 민주주의의 체제 효율성, 토크빌의 이론 속에서 민주독재의 예방책을 찾는다. 이 바탕 위에서 한국 민주주의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미래지향적 대안을 찾는 것이 저자의 목적이다.

밀은 ‘자유주의의 양심’으로 불린다. 그는 <자유론>과 <대의정부론> 등을 썼고, 그 누구보다 먼저 노동자와 여성의 참정권 확보를 위해 분투했다. 토크빌은 그의 나이 서른에 <아메리카의 민주주의>를 썼다. 그 책 한 권으로 토크빌은 민주주의 이론의 대표 주자가 되었다.

밀과 토크빌은 민주주의의 가능성을 믿었으나 걱정도 많았다. 특히 민주주의가 ‘오만’에 빠져 자유를 억압할 위험을 무엇보다 경계했다. 밀은 토론이 힘을 발휘하는 대의민주주의를 가장 이상적인 정치체제로 평가했다. 그러나 그것은 대중의 지적, 도덕적 수준이 일정 단계에 올라야 실현 가능한 꿈이다. 밀은 다수가 사악한 이익에 빠져 계급입법을 추구하면 대의민주주의의 두 가지 목표, 즉 인간 발전과 체제 효율성에 대한 기대는 접어야 한다고 경고했다. 토크빌은 민주사회 사람들이 오도된 평등 제일주의에 빠지면 다수의 압제를 자행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민주독재의 출현 가능성을 무엇보다 염려했다.

그러나 두 사람은 비관론에 매몰되지 않고 민주주의의 새 길을 개척하기 위해 분투했다. 관건은 사람들의 의식이다. 민주주의를 건강하게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대중의 생각이 바뀌어야 한다. 토크빌은 참여의 확대에서 그 답을 찾았다. 참여를 통해 민주사회의 시민들이 자유롭게 되고 공인의식도 키우게 된다고 생각했다. 참여가 민주독재의 등장을 차단해준다는 것이다. 밀도 공공 영역에서 참여를 늘려나가면 사람들이 지적, 도덕적으로 성장하게 된다고 믿었다. 이 점에서 토크빌과 생각이 같았다. 다만 밀은 그런 참여가 일정한 궤도에 오를 때까지 지적 능력이 뛰어난 지도자들이 정치적으로 더 큰 발언권을 가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그래서 그는 민주적 플라톤주의, 다른 말로 ‘숙련 민주주의’를 제창한다.

진실이 외면당하고 확증편향이 독버섯처럼 번져나가는 세기말적 현상 앞에서 과연 민주주의는 살아남을 수 있을까. 밀과 토크빌은 제도 개혁과 참여 확대, 그리고 인본교육의 쇄신에 온 힘을 기울일 것을 권면한다. 민주주의의 미래는 여전히 우리 하기 나름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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