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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시대는 케이팝처럼 온다
아시아 시대는 케이팝처럼 온다
  • 교수신문
  • 승인 2020.11.13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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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재 지음 | 눌민 | 472쪽

전 세계 미디어에 노출되는 한국은 늘상 전쟁 위험, 부패 사건, 투쟁으로 점철된 “하드보일드 원더랜드”에 가까운 편이면서도 스포츠, 음악, 영화 분야에서의 눈부신 성과를 내는 “이상향”에 가까운 “멋진 신세계”이기도 하다.

어째서 한국이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주인공이 되었을까? 저자는 “개인이 국가와의 대결에서 굴복하지 않고 어느 정도의 자율성을 획득했기 때문”이라고 단언한다. 다양한 개인들이 국가의 감시와 통제를 이겨내고 창의성을 발현하고, 자신의 (신체적, 예술적) 재능과 아이디어를 실현하고, 합리적인 미디어 시스템을 구축하고, 국적을 뛰어넘어 호소할 수 있는 시야를 가졌기 때문인 것이다.

언뜻 보기에 케이팝 열풍과 동남아의 반부패, 반독재, 반군부 민주화 운동과는 큰 관련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저자는 이 두 가지 큰 사회적 현상에서 공통점을 발견한다. 동아시아의 역사는 국가 권력과 부를 독점하는 세력(군부, 귀족 가문 등)과의 투쟁을 통해 점진적으로 문명사적인 보편성을 나누고 있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인 셈이다.

이에 저자는, 식민지 시대 이후 아시아에서 두각을 나타낸 거인들을 하나씩 소개한다. 미얀마에서의 아웅산 수찌의 비타협 운동과 딜레마, 태국 왕정 질서에 대해 반기를 든 공화주의자 탁신(의 의미 있는 실패), 필리핀 독립의 아버지 호세 리살, 캄보디아 가족 정치의 희생양이 된 삼랑시, 싱가포르의 구태의연한 정치 체제를 뒤흔든 니콜 시아 등의 이야기를 전하며, 동남아에서도 부패하고 정체되어 있는 독재와 군부 정치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는 시도와 노력이 언제나 있(었)음을 전한다.

케이팝이 스타들과 팬덤이 음악과 엔터테인먼트를 공유하고 각종 통제와 제약에 저항하며 국제적인 시장을 일구어냈듯이, 동남아의 정치가들 또한 민중과 더불어 권력 기관에 저항하고 (때로는 유연하게 대처하면서) 자유와 민주주의를 점차로 획득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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