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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진 작가 큐레이션 1] 한윤희, 「환대와 적대의 간극」, 2020.
[신진 작가 큐레이션 1] 한윤희, 「환대와 적대의 간극」, 2020.
  • 하혜린
  • 승인 2020.11.12 11: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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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윤희, 「환대와 적대의 간극」, 24.2×24.2cm, acrylic on canvas, 2020.
한윤희, 「환대와 적대의 간극」, 2020, 캔버스에 아크릴, 24.2×24.2cm.

한윤희의 「환대와 적대의 간극」은 작가가 퐁피두센터 에스컬레이터에서 경험했던 장면을 소재로 하고 있다. 작가는 에스컬레이터를 오르며 자신을 환대하는 여자아이와 적대적 시선을 보내는 남자아이를 동시에 마주했다. 교차하는 시선의 양극화는 이 작품의 모티프로 작용한다. 

한윤희는 실재와 경험 사이의 간극에 대해 관심이 있다. 그는 실재를 대상으로 하지만 자신만의 내러티브를 반영한다. 그 내러티브는 에스컬레이터라는 엇갈림과 교차의 장소와 만나 극대화된다. 

「환대와 적대의 간극」은 팬데믹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타자를 환대할 것인가? 적대할 것인가?” 더 본질적으로 “마주한 실재를 어떻게 경험적으로 사유할 것인가?” 우리는 작품 속에서 간극의 교차를 체감하며 타자를 바라보는 시선에 대해 사유한다. 
 

“나에게 세상은 현실이며 거기서 실재를 뒤쫓는 것”

 

[신진 작가 큐레이션 1] 한윤희 인터뷰

-‘에스컬레이터’라는 교차의 장소가 자주 등장하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한윤희, 환대_에스컬레이터들의 교차로, 65.1x45.5cm, acrylic on canvas, 2020.
한윤희, 「환대_에스컬레이터들의 교차로」, 2020, 캔버스에 아크릴, 65.1x45.5cm.

에스컬레이터는 오르막길과 내리막길로 구조화되어 있습니다. 오르내리는 두 길은 서로 붙어있는 구조로 엇갈리거나 시선이 교차하는 장소죠. 이는 요즘 제가 연구하는 환대라는 개념과 유사점을 가지고 있어요. 보다 직접적으로 말씀드리면 에스컬레이터는 엇갈리는 장소로서 환대가 없다는 의미를 전제합니다. 저는 이전에 '환대 불가능성의 가능성'이라는 의미에서 ‘에스컬레이터들의 교차로’라는 보다 직접적인 작품 제목을 사용한 적이 있습니다. 저는 이 작품에서 두 개의 천사 조각상을 에스컬레이터 위에 배치시켰습니다. 구약성경에서 소돔과 고모라에 방문한 두 명의 천사를 유일하게 환대해 준 롯에 대한 내러티브를 적용하기 위함이었습니다. 「환대_에스컬레이터들의 교차로」는 소돔과 고모라이며, 그 두 점의 천사 조각상은 소돔과 고모라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적대 받았던 두 명의 천사를 표현한 것입니다. 이러한 작품 형성 배경은 현 상황에도 통용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현재 코로나19로 인해 감염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이방인을 환대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따라서 직접적인 표현보다는 구약성경에서 환대와 적대의 내러티브를 가지고 와 은유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이러한 생각에서 작업한 근작이 「환대_에스컬레이터들의 교차로」입니다.

 

-'실재와 경험한 현실 사이의 간극'에 관심이 있다고 하셨는데, 그 '간극'은 무엇인가요? 

저는 항상 실재는 그 사이의 간극에서 등장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그 간극이 실재라고 생각하고 있는 사람입니다. 간극, 즉 그 틈에서 뜻밖의 것을 발견할 때가 많아요.

 

-대체적으로 작품들의 색감이 팝아트를 연상시킵니다. 색감 선택에 의도가 있는지?

10년 동안 꾸준히 유화 작업을 해왔습니다. 최근 3년 동안은 아크릴물감으로 채색을 주로 하는 편인데, 물감의 특성상 색감이 팝아트를 연상시킵니다. 그렇기 때문에 발색이 화려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명암으로 구분했을 때 밝은 색감과 어두운 색감을 나누어 두 가지 색감으로 처리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 작품이 바로 「환대와 적대의 간극」입니다. 이 작품은 지난해 미국에서 벌어진 인종차별 사건에서 영감을 받아 밝은 스킨 색감과 진한 보라색으로 표현하였습니다. 

 

-인물의 위치와 방향을 구상할 때 어떠한 점을 염두에 두시는지 궁금합니다. 

오르고 내리는 구도에서 인물의 위치와 방향 구상은 드라마틱한 효과를 줄 때가 많습니다. 내리막길이라거나 하단에 위치하고 있다고 해서 나쁜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아닙니다. 저는 인생이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도 있다는 생각을 가볍게 하는 편이기 때문에 오로지 드라마틱한 연출로 인물의 위치와 방향을 구상합니다. 

 

-작업의 아이디어를 주로 어디에서 얻으시는지?

제 아이디어는 주로 에스컬레이터라는 공간에서 나옵니다. 거기에서 파생되는 여러 시리즈들 중에서도 에스컬레이터 공간 바깥을 작업한 경우도 많습니다. 그럴 때면 묘하게 기분이 좋아지기도 합니다. 에스컬레이터 바깥 작업을 할 때면 그동안 에스컬레이터가 억압의 장소로 기능했던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작품들이 사각과 원형의 프레임으로 나눠지는데, 이 둘을 나누는 의도나 기준이 있나요? 

한윤희, 「Le Centre Pompidou Escalator」, ∅70×70cm, acrylic on canvas, 2018.
한윤희, 「Le Centre Pompidou Escalator」, 2018, 캔버스에 아크릴,  ∅70×70cm. 

 

원형 캔버스는 찌르고, 상흔을 입히는 '푼크툼'으로 기능합니다. 롤랑 바르트(Roland Barthes, 1915-1980)는 푼크툼(punctum)과 스투디움(studium)으로 구분하는데, 사각 캔버스는 스투디움으로 보시면 됩니다. 사각 프레임은 전체를 나타냅니다. 그렇기 때문에 4개의 모서리 부분에서도 많은 정보들을 얻을 수 있지요. 그 모서리들을 제거한 것이 바로 원형 캔버스입니다. 저는 전체를 압도하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해 원형 작업도 해나가고 있습니다. 

 

-앞으로의 작업 계획이 궁금합니다. 

내년에는 환대 시리즈를 주로 작업할 계획입니다. '환대' 시리즈는 조각상들이 등장하는데 그 조각상들은 환대와 관련된 그리스신화 조각상들입니다. 눈이 먼 오이디푸스와 그의 딸이자 여동생인 안티고네가 콜로노스에 도착했을 때 ‘공포의 여신들’이 살고 있는 아테네의 왕 테세우스가 그들을 환대합니다. 이 작업은 코로나19와 환대라는 주제로 그리스신화를 차용해 은유적으로 표현하는 회화 작품입니다. 

 

한윤희 작가(37세)=동덕여대 회화과 졸업, 홍익대 회화과 석, 박사 졸업 ▷개인전 8회·단체전 다수 ▷서울특별시 미술작가 작품구입 공고 선정작가 등 ▷「여행자로 머무를 권리」, 커피에스페란토, 내년 2월 전시 예정.
사진=한윤희 

 

하혜린 기자 hhr210@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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