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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규제의 역사…갑질 규제하는 제도보다 법집행이 중요
독점규제의 역사…갑질 규제하는 제도보다 법집행이 중요
  • 김재호
  • 승인 2020.11.09 09: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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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인터뷰_지철호 전 공정거래위원회 부위원장
지철호 지음 | 홀리데이북스 | 232쪽

자유방임의 나라 미국에서 
독점규제한 이유는 건강한 경제생태계 조성
세계대전 발발은 독점기업들 때문

 

공정거래와 독점규제가 문재인 정부 들어 경제계 핫이슈로 부상했다. 한국이 질적 성장을 하기 위해선 ‘갑질’ 문화를 극복해야 하는 상황이다. 최근 출간된 『독점규제의 역사』는 공정거래위원회에서 부위원장을 지낸 지철호 저자가 썼다. 그는 독점규제 업무에 오랫동안 집중해 이론적이고 실무적 측면에서 깊은 경험을 쌓았다. 지난 2일 지철호 저자를 인터뷰했다.  

 

그동안 ‘독점규제’ 역사에 대한 책은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역사학이나 경제사에서 ‘독점’에 대한 기존 연구나 저술이 어떻했을까? 지 저자는 “보통 제국주의의 발달이나 경제 수탈의 역사, 재벌의 경제력 집중 문제, 특정 대기업의 역사 등과 같이 특정 주제에 관한 연구나 저술은 많이 있다”며 “그리고 여러 나라의 최근 독점규제 제도를 비교하는 연구나 저술도 많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독점규제 제도의 도입과 발전, 집행에 관한 역사를 여러 나라를 비교하여 연구한 결과를 보지는 못했다”면서 “30여 년 이상 공직생활의 대부분을 공정거래업무를 한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이런 책을 쓰게 됐는데 앞으로 다른 전문가들이 폭과 깊이, 질과 양적인 측면에서 더욱 보완하면 좋겠다”고 답했다. 

 

 


‘독점규제의 역사’를 현 시점에서 알아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지 저자는 “자본주의가 발전하면 독점이 생겨나게 되는데 이러한 독점을 적절히 통제해야 경제발전을 계속하면서 사람들이 혜택을 누릴 수 있다”라며 “독점규제 역사에서 특히 알아야 할 것은 먼저 자유방임(laissez-faire)을 기본이념으로 했던 미국에서 최초로 정부가 민간기업의 경제활동에 개입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독점이 방치되면 오히려 자유 시장 경제가 무너질 수 있다. 

 

자유시장 경제에서 필수적인 독점규제

 

지 저자에 따르면, 미국에서 처음으로 거대 기업에 대한 독점규제가 시행된 후, 미국의 영향으로 제2차 대전 이후에 일본과 독일이 독점규제법을 제정했다. 전쟁 발발의 원인이 패전국의 독점기업들 때문이라는 분석에 따른 것이다. 이어서 한국과 중국은 물론 다른 나라들로 독점규제 제도가 확산됐는데 그 방법과 내용이 특이했다. 독점규제의 역사에서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쳤다.


미국의 경우, 트러스트를 규제하려고 만들어졌던 「셔먼법」이 노동조합을 규제하는 방향으로 적용됐다. 참 역설적이다. 루스벨트 대통령에 와서야 트러스트를 통제하기 시작했다. 트러스트들을 해산시키지 않고, 통제 하에 두려고 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이에 대해 지 저자는 기득권 트러스트의 영향이 작용했다고 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물론 폐해가 극심한 일부 트러스트를 해체하기도 했지만 미국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보유하려면 독점일지라도 거대한 기업이 존재해야 한다는 것이었다”면서 “제28대 우드로우 윌슨 대통령은 보다 신속하고 빈틈이 없는 독점규제 제도를 새로 마련했는데, 이러한 제도를 설계한 것도 트러스트를 해체하기보다 적절히 통제하려는 것이었다”고 밝혔다. 


자유시장과 법은 언제나 균형잡기가 어렵다. 상충하는 법과 시장경제 원리가 바람직하게(?) 균형을 잡은 사례가 있을까? 지 저자는 “자유시장을 위해 법이 존재하는 것이지 법을 위해 자유시장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라고 할 것”이라며, “자유시장을 보장하면서 폐해를 야기하는 일부 행태를 법으로 적절히 규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미국의 독점규제 역사에서 경제활동에 법을 적용하는 경우 정확한 실태조사와 치밀한 경제분석을 거쳤다는 사실을 알아야 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정확한 실태조사와 치밀한 경제분석 중요

 

우리나라의 공정거래법은 어떤 특징이 있을까? 지 저자는 “우리나라 공정거래법은 국회가 해산된 상태에서 국가보위입법회의라는 기구를 통해 1980년 제정됐다”면서 “대개의 독점규제법에서 가장 엄격히 규제하는 카르텔의 경우 미국, 일본, 독일은 이를 처음부터 엄격히 규제했지만, 우리나라는 카르텔을 등록제로 허용하는 공정거래법을 제정했다”고 말했다. 특히 우리나라는 대기업의 ‘갑질’을 규제하는 제도를 많이 도입했으나, 법집행의 치밀함이나 엄정함이 미흡하다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대학사회에서 ‘독점규제’에 관심을 두어야 하는 이유는 뭘까? 지 저자는 “경제발전 과정에서 독점이나 경제력 집중의 폐해, 재벌의 문제, 대기업의 ‘갑질’ 행태는 항상 존재하는 문제”라면서 “이런 문제가 있다고 해당 기업을 분리하거나 해체하는 것은 결코 경제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이다. 문제를 예방하거나 최소화하고, 사후에 개선하거나 치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우리 몸의 병을 예방하고 치유하는 것이 의사인 것처럼 경제의 각종 폐해를 개선하는 것이 독점규제의 역할이다. 대학사회가 이런 문제에 더욱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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