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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천 영암사지 '쌍사자석등'은 왜 서 있을까
합천 영암사지 '쌍사자석등'은 왜 서 있을까
  • 김재호
  • 승인 2020.11.09 09: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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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봉출 지음 | 손봉출 사진 | 학연문화사 | 368쪽
화제의 책_잠자는 문화유산을 깨우다

독서와 답사로 일궈낸 문화유산 알기
석공의 마음을 헤아리기까지
자신의 편견을 깨워주는 역사와 문화유산

 

손봉출 저자는 잠자는 문화유산을 깨우기 위해
독서와 답사를 많이 했다. 사진 = 학연문화사

 

 

우리의 문화유산을 직접 발로 뛰며 글과 사진으로 기록했다. 바로 『잠자는 문화유산을 깨우다』이다. 요샌 해외여행이 쉽지 않아 국내 문화유산을 돌아보는 일이 더욱 소중해진다. 우리나라에 유서깊은 문화유산들이 역사의 씨줄과 시공간의 날줄로 엮여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손봉출 저자는 창녕 영산초등학교 교감으로 재직 중이다. 그는 소중한 문화유산들을 여러 번 찾아다니며 자신의 편견을 깨쳤다. 

 

 

 

경남 합천에 있는 황매산 모산재에 가면, 쌍사자석등이 있다. 폐사진인 영암사지에는 무려 20마리나 되는 사자들이 있다. 쌍사자석등은 중국이나 일본엔 없고 우리나라에만 3개가 있다. 법주사와 중흥산성의 쌍사자석등은 국보다. 영암사지의 쌍사자석등은 국보는 아니고 보물 제353호로 지정이 되어 있다. 하지만 저자의 눈에는 쌍사자석등은 영암사지를 더욱 빛나게 한다.   

 

손 저자는 “가슴과 앞발을 맞대어 석등의 화사석을 떠받들고 있는 두 마리의 돌사자는 사람들의 시선을 단박에 사로잡습니다”며 “우리나라에서도 온전한 형태를 유지하고 있는 석등은 영암사지 쌍사자석등을 비롯하여 총 3기밖에 없는 희귀한 유물입니다”라고 적었다. 

 

아울러, 영암사지 금당터 면석에는 훼손이 있는 사자들이 터를 지키고 있다. 처음에 손봉출 저자는 사자들이 불편하게 몸이 비틀어진 채 새겨진 것이라고 판단했으나, 더 면밀히 살펴보니 사자들의 다양한 면모를 석공이 연출했던 것이라고 깨닫는다. 자주 보고 공부하다 보니 석공의 마음이 헤아려진 셈이다. 사자는 똑바로 앉은 채 몸 전체를 살짝 틀었을 뿐이다.   

 

저자의 질문은 더 나아간다. 쌍사자는 왜 저리 서 있는 것인지, 입김으로 석등을 떠받들고 있는 모습은 왜 그런 것인지. 이런 질문들에 답하기 위해 독서와 답사를 많이 했다. 그 결과 손 저자는 “돌사자가 일어선 까닭은 사람으로 변하기 위해서이다”며 “영암사지는 도상의 보고이다”라고 밝혔다. 

 

쌍사자석등이 서 있다. 그 이유에 대해 손봉출 저자는
사람으로 변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사진 = 학연문화사

 

도상의 보고인 영암사지를 답사하다

 

『잠자는 문화유산을 깨우다』에는 합천 영암사지 이외에도 △ 성도 석굴암 △ 열반 불국사 △ 반가사유상 △ 천마총 금관 △ 신라왕릉과 십이지시상 △ 마애삼존불 △ 부석사 무량수전과 봉정사 극락전 △ 구례 화엄사 △ 황룡사지 △ 적석목곽분 △ 월지 △ 성덕대왕신종 등이 감칠맛 나게 소개된다. 

 

특히 눈에 띄는 문화유산 중에 백제미의 정수를 보여주는 7장 ‘명품만을 남긴 문화강국’이 등장한다. 손 저자는 『삼국사기』의 「백제본기」의 다음 구절을 인용했다. ‘검이불루 화이불치’의 뜻은 “검소하지만 누추하지 않고 화려하지만 사치스럽지 않다”이다. 그 구체적 예로 태안 동문리 마애삼존불입상이 나온다. 이 이름이 너무 길다며, 손 저자는 ‘샘불’러 부르길 월한다. 샘물이 솟아나듯 부처가 탄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마애삼존불입상은 보살이 중앙에 있다. 흔치 않은 파격이다. 손 봉출 저자는 가운데만 덜 핀 연꽃 세 송이로 그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양쪽의 연꽃은 활짝 피었으니 조만간 질 것이고 가운데의 연꽃은 덜 피었으니 얼마 후면 활짝 필 것입니다”라며 “태안 마애삼존불에는 꽃이 연이어 피어나듯이 보살이 태어나고 불상으로 변해가는 과정이 구현되어 있습니다”라고 밝혔다.  

 

아울러, 손 저자는 “백제인이 새긴 삼존불은 벌써 백제 당으로 나투고 지금 우리가 마주한 삼존불은 때를 기다리던 미래불이었을 것만 같습니다”라고 강조했다.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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