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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정론] ‘어디에 활용이 되나요?’ 묻는 학생들
[대학정론] ‘어디에 활용이 되나요?’ 묻는 학생들
  • 민경찬
  • 승인 2020.11.02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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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정론_ 민경찬 연세대 명예교수·수학 / 과실연 명예대표

 

민경찬 연세대 명예교수·수학
민경찬 연세대 명예교수·수학

지난 5년 간 1학년 대상으로 ‘세상을 바꾸는 수학’이라는 과목을 개설한 바 있다. 수학의 개념들이 역사적으로 어떻게 등장하였고, 인류 문명의 발전에 어떻게 기여해왔는지, 앞으로 어떠한 영향을 끼치게 될 것인가에 대한 내용이다. 대부분 인문?사회계 학생이었고, 소위 ‘수포자’ 등 수학에 호의적이지 않은 학생도 많이 수강하였다. 매 시간 질문 2개를 써 내도록 하였는데, 가장 자주 나온 질문은 ‘…은 어디에 활용되나요?’였다.  

어려서부터 수학이란 오로지 문제 풀기만 하는 과목이었다. 초등학교에서는 잘 했던 수학이, 언제부터인가 아무리 열심히 해도 점수가 잘 나오지 않는 과목이 된다. 여기서 좌절하게 되고, 수학과 멀어지는데, 모두가 수학을 잘하고 싶어 했다. 그래서 이들은 수학과의 관계회복을 기대하며 큰마음 먹고 수학 과목을 선택했고, 무언가 ‘동기부여’를 받고 싶어 ‘활용’에 대해 계속 질문한 것이다. 

대학마다 홈페이지에 교육목표, 인재상 관련 핵심 역량, 능력, 덕목에 대한 내용들이 제시되어 있다. 그런데 교수와 학생들이 이러한 내용들을 읽어봤을까? 기억은 하고 있을까? 실제 교과목 운영과정과는 어떤 관계가 있을까? 대학 시절 교양과목들은 필수요건이라 무조건 수강했지만, 나의 성장에 좋은 영향을 준 것은 분명하다. 그래서 이 과목들에 대한 동기부여가 잘 되었더라면 더 좋았을 것 같다.  

교육의 본질은 ‘한 학생의 변화’다. ‘선생’의 보람은 바로 한 학생의 변화를 확인하게 될 때다. 그런데 오늘 우리는 학생에게 어떤 변화를 기대하는 것일까? 지식, 적응력, 태도와 정신 등에서 어떤 것이라 이야기 할 수 있을까? 이를 위해 어떤 동기부여를 하고 있나? 특히 오늘과 같은 비대면 환경에서 더욱 중요하게 여겨지는 질문들이다.  

학생들은 수업시간에 무엇을 담아가며, 무엇에 의미를 부여하고 있을까? 강의평가의 주관식 답을 읽어본다. ‘수학에 대한 거부감의 벽을 허무는데 도움을 준 강의였습니다’, ‘수학에 관한 다양한 지식 뿐 아니라 세상 혹은 사물을 바라보는 시선을 다각화할 수 있었습니다’, ‘교수님의 말과 행동에서 보통 가치관, 태도를 느끼는데, 이것이 강의 내용 수용에 꽤 영향이 있는 것 같다‘ ’여러 가지로 교수님이 해주신 말씀들은 되새기고 실천해보면 괜찮은 것들이 있다‘

학생들은 지식과 역량의 습득과 더불어 새로운 관점, 생각하는 방법, 태도와 정신, 가치 등을 담아가고 이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이다. 학생들에게 ‘동기부여’할 수 있는 요소는 강의평가의 주관식 답에 있는 것 같다. 

미국 스탠포드대 마크 테시에-라빈 총장은 2016년 그의 취임사에서 학생들의 미래 일자리를 위해서는 교양기초교육이 중요함을 강조하였다. 졸업 후 80년 살아가며 일자리를 자주 바꾸게 되는 급변하는 시대에 대한 최선의 대비라는 것이다. 그는 비판적?도덕적 사고, 창의성, 다양성의 이해, 적응능력 등이 필요한 핵심역량이라며, ‘교양기초교육은 직업교육이다’라고 하였다. 미국 고용자들의 90% 이상도 이러한 역량들에 최우선적 가치를 부여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피터 드러커는, 한 보고서를 인용하며, 높은 생산성의 원인은 기계, 도구, 경영기법 등이 아니라, 경영자와 근로자의 ‘태도(attitude)’에 있다고 하였고, 경영자의 조건은 특별한 재능에 있지 않고 ‘진정한 성품(integrity)’에 있다고 하였다. 그는 또한 오늘의 모든 사회적, 전 지구적 이슈에는 비즈니스의 기회가 내재되어 있다고 하였다. 사회와 지구촌 문제에 대한 관심에서 미래를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오늘의 젊은 세대에게 절실한 좋은 일자리, 요구되는 생산성은 바로 대학의 교육에 달려있다. 튼실한 기초지식은 물론 학습과정에서 담아갈 수 있는 핵심 역량, 태도와 정신, 가치 중심 사고는 한 학생의 미래를 열어가게 하는 힘이 된다.  학생들의 교육과정에 대한 ‘동기부여’는 바로 여기에서 찾도록 해야 하며, 더 나아가,  ‘배우는 것들을 어디에 활용할 것인가?’를 생각하게 하여 더 좋은 세상을 만드는 주체가 되게 하는 것이다. ‘선생’의 보람도 여기에서 찾을 수 있다. 

민경찬 연세대 명예교수·수학 / 과실연 명예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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