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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인류가 지구를 바라보아야 할 때
모든 인류가 지구를 바라보아야 할 때
  • 김희철
  • 승인 2020.11.04 08: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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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 ‘데이비드 애튼버러 - 우리의 지구를 위하여’(2020) 리뷰

현재 인간을 위해 지구 독점하는 형국
생태계 파괴로 생물들 보금자리 잃어

자연은 절대로 무제한이 아니라 유한
최소한의 쓰레기 배출 위해 노력해야
다큐멘터리 '데이비드 애튼버러 - 우리의 지구를 위하여' 사진 = 넷플릭스

데이비드 애튼버러, 1926년에 태어나 이제 아흔을 훌쩍 넘은 이 남자는 누구보다 특별한 삶을 살았다. 동물학자 및 방송인으로서 반세기 동안 수많은 다큐멘터리 영화의 내레이션을 했다. 그뿐만이 아니다. 수백만 킬로미터의 여정을 소화하면서 고릴라, 혹등고래 등 개체 수가 얼마 남지 않아 멸종 위기에 처한 종들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다. 

이 다큐멘터리에는 경이로운 자연의 풍경들, 엄청난 개체 수의 동물과 식물들이 평화롭게 살아가고 있는 모습들이 많이 나온다. ‘세상에 저런 모습의 동물들이 있다니!’라고 할 정도로 신기한 외형을 가진 생명체들도 등장한다. 인간도 그러한 생명체들의 한 종으로 조화를 이루며 살아왔다. 하지만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날로 발전하는 기술은 인간의 삶을 바꿔놓은 것을 넘어 지구에서 살아가고 있는 모든 생명체의 운명을 흔들고 있다.  

인간의 중량과 인간이 먹기 위해 키우는 닭, 소, 돼지의 중량이 지구에 사는 포유류 총 무게의 96%에 달한다. 수만 년의 시간 속에서 자연스럽게 형성된 우림의 다양한 나무들이 톱으로 베어진다. 그 자리에는 인간들이 체스판처럼 인위적으로 조성한 기름야자 나무숲이 들어섰지만 그 생태계에서 살고 있던 온갖 종류의 생물들의 보금자리는 모두 파괴된 상태다. 바다도 마찬가지. 인간의 무분별한 노획은 바다의 영양소 순환에 문제가 생긴다. 산호가 백골처럼 하얗게 변하고 급기야 바다 속의 죽은 땅으로 변해가는 것이다. 지난 200년간 인간이 석탄과 석유를 태우면서 발생한 탄소의 양은 지구가 더 이상 감당하지 못할 정도가 됐다. 2020년 현재 78억 명의 인간이 오로지 인간을 위해 지구를 독점하고 있는 형국이다. 

최초의 달 착륙선 아폴로호가 바라본 지구의 모습을 거의 모든 인류가 텔레비전을 통해 시청했다. 지구는 파랗고 연약해 보였다. 애튼버러는 말한다. “자연은 절대로 무제한이 아니다. 유한하다. 보호가 필요하다”라고. 지난 여름 한반도 여러 곳을 물바다로 만든 기나긴 우기를 사람들은 장마라고 부르지 않았다. 사람들은 이제 ‘기후 위기’를 실감하게 됐다. 자연을 남용하고 학대했던 인류가 대가를 치를 시간이 된 것인가? 거울 보는 것을 잊을 정도로 정신없이 살아가는 것을 잠시 멈추고 우리의 지구를 바라보자. 그리고 어떤 방법과 대책으로 전 지구적 위기에 대비하고 우리의 미래를 안전하게 할지 정확하게 진단하고 함께 행동해야 한다. 그래야만 지금 이 순간에도 착착 진행되고 있는 6번째 대멸종을 조금이라도 늦출 수 있다. 

1971년 애튼버러 일행은 뉴기니로 간다. 외부의 접촉 없이 선사시대에 사는 것처럼 살아가는 부족을 만나기 위해서다. 그들은 고기는 먹지 않고 전통적 기술을 사용한 채렵으로 지속 가능한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 지금의 이 자본주의 시스템은 너무나 파괴적이다. 끊임없이 자원을 소비하면서 감당할 수 없는 양의 쓰레기를 내뱉고 있다. 하루아침에 바꿀 수는 없을 것이다. 지구를 살려야 한다고 모든 인간이 뉴기니의 부족처럼 생활해야 한다고 주장할 수는 없다. 하지만 지금 이대로의 생활방식에 치명적 문제가 있음을 인식하면서 환경을 고려한 제품 제작을 요구하고 최소한의 쓰레기를 배출하기 위해 모두가 노력해야 한다. 

이 작품의 시작과 끝은 우크라이나의 폐건물에서 촬영됐다. 1986년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의 폭발로 더 이상 생명들이 살 수 없는 지역이 됐다. 매일매일 인류의 탐욕 때문에 조용히 진행되고 있는 생물 다양성의 감소는 지구 전체를 체르노빌 폐허로 만들 수 있다고 데이비드 애튼버러는 경고한다. 전 세계를 탐험하면서 지구의 몰락 과정을 목격한 노인의 호소를 무시한다면 인류는 머지않아 그가 소년 시절 채석장 터에서 발견했던 암모나이트 화석처럼 멸종에 이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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