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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 ‘코지 판 투테’와 거울 속의 나
오페라 ‘코지 판 투테’와 거울 속의 나
  • 김형준
  • 승인 2020.11.03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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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목적인 사랑보다는 다시 회복한 사랑이 진짜 사랑
결혼 내용·귀족에 대한 풍자·등장인물의 변장 등 특징

역발상으로 새로운 작품 탄생, 창의력·유연성 발휘
서로가 서로를 비추는 자기 반영적 요소로 자기성찰
코지 판 투테 공연 모습. 사진 = Balletandopera.com

모차르트는 명콤비 로렌조 다 폰테가 쓴 대본에 곡을 써서 1790년 빈에서 ‘코지 판 투테’를 초연한다. 코지 판 투테는 이태리어로 ‘여자는 다 그래’란 뜻이다. 두 쌍의 연인들이 벌이는 러브스토리로 짝이 바뀌는 소동이 벌어지고, 여자가 초심을 지키는지를 시험하는 내용도 나온다. ‘여자는 다 그래’란 말은 여자의 특성을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당시 시대 상황으로 순정주의를 강요받는 여성들의 입장을 헤아리고자 했던 것이라 여겨진다.

무대는 나폴리이며 6명이 등장한다. 언니 피오르딜리지와 여동생 도라벨라는 각각 굴리엘모, 페란도와 약혼한 사이다(두 약혼자는 사관임). 여기에 철학자 알폰소와 하녀 데스피나가 등장한다. 막이 열리면 페란도와 굴리엘모, 알폰소가 토론을 벌인다. 알폰소는 “아라비아에 있다는 불사조를 본 사람이 없듯이 여자의 정절도 이와 같다”고 주장하나, 두 사관은 자기들의 약혼녀가 불사조라고 주장한다. 알폰소가 24시간 내 여자들이 변함없는지 내기하자고 제안하고 사관은 동의한다. 

약혼자의 사진을 보면서 행복해하는 자매 앞에 알폰소가 나타나 사관들이 영장이 나와 당장 전쟁터로 가야 한다고 알린다. 물론 꾸민 것이다. 두 사관이 작별을 고하고, 두 자매는 울면서 차마 손을 놓지 못하며 사관들은 전쟁터로 떠나는 모습을 보인다.
알폰소가 멋진 터키풍의 외국 신사 2명(두 사관이 변장)을 데려와 두 자매에게 인사를 시키고 사랑을 고백하나 두 자매는 요지부동이다. 피오르딜리지는 화려한 기교의 콜로라투라 아리아 ‘바위가 움직이지 않는 것처럼’을 부른다. 가사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Reckless intruders, leave this house at once. Do not poison our hearts and minds with your wicked words. It is in vain for you or anyone to try to seduce our souls. We have resolved to be faithful to our lovers until we die…whatever destiny may have in store for us. As the rock remains stalwart…against wind and storms so this soul remains strong in faithfulness and love.”


뒤바뀐 약혼자로 치를 뻔한 결혼식

여동생 도라벨라도 마찬가지. 청년들은 이겼다고 기뻐하지만 알폰소는 아직 단정하기는 이르다고 말하며 더 강한 전략을 펼친다. 두 외국 신사(변장한 사관)는 두 자매가 자신들의 사랑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죽겠다며 가짜 독약을 먹고 쓰러진다. 의사로 분장한 하녀 데스피나가 달려온다. 엉터리 용어를 중얼거리며 자석으로 치료하는 척 한다. 두 자매는 부득이 외국 신사를 안고 간호하게 되며, 겨우 깨어난 척 연기하는 두 신사가 ‘고맙다’며 두 자매를 껴안는다.

2막이 시작되면서 하녀 데스피나가 두 자매에게 자유분방하게 남자를 사귀어 보라고 하자 그 말을 듣고 외국 신사를 비교해 본다. 검은 머리, 금발... 등 호감을 표시하는데 선택한 상대가 원래 약혼자와 바뀐다. 

알폰소의 주선으로 두 사람씩 만나고, 적극적인 굴리엘모가 사랑을 속삭이니 여동생 도라벨라가 먼저 그의 품에 안긴다. 페란도는 신중한 피오르딜리지 앞에 칼을 빼들고 사랑이 아니면 죽여 달라고 한다. 그녀는 ‘사랑을 받아주지 않으면 죽겠구나’ 하며 안아준다. 마지막에 성대한 결혼식이 진행된다. 물론 약혼자가 서로 바뀐 상태이다. 그 순간 군대 합창소리가 들려오고 황제의 명령이 취소돼 약혼자가 돌아온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피오르딜리지와 도라벨라는 당황해 패닉에 빠진다. 그 틈새에 굴리엘모와 페란도는 원래의 모습으로 다시 나타나고 알폰소는 꾸민 것임을 밝힌다. 지난 일 잊어버리고 맹목적인 사랑보다는 다시 회복한 사랑이 진짜 사랑이라는 말을 하고 두 커플의 사랑은 깊어진다.

행복, 인생의 좋은 면만 보는 것

이 오페라를 통해 느낀 바는 다음과 같다. 첫째 모차르트와 다 폰테처럼 명콤비가 있으면 행복한 사람이다. 명콤비는 양이 아니라 질에 달려 있다. 친구가 나를 명콤비로 여기게 하려면 내가 먼저 솔선해 도와주는 사람이 돼야 한다. 

둘째, 모차르트와 다 폰테의 3부작(코지 판 투테, 돈 죠반니, 피가로의 결혼)의 공통점은 결혼에 관한 것, 귀족에 대한 풍자, 그리고 등장인물들이 변장해 다른 역할을 겸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역발상을 하면 새로운 작품을 탄생시킨다. 다른 방식으로 생각해 보면 일상에서도 창의력이 길러지고 상대방의 입장을 헤아리게 되는 유연성을 발휘하게 된다. 

셋째, 의사로 분장한 데스피나가 자석으로 치료하는 장면이 나온다. 당시 유럽에서 인기를 끈 오스트리아 의사 프란츠 안톤 메스머(1734-1815)의 자석치료법에서 인용한 것으로 시대상을 반영해 치밀하게 작품을 구성했음을 알 수 있다.

넷째, 사상가·음악애호가이자 ‘오리엔탈리즘’의 저자인 에드워드 사이드(1935~2003)가 사랑한 오페라이다. 두 커플이 다시 회복될 수 있을까에 대해 많은 성찰이 필요하다고 했다.

다섯째, 등장인물 철학자 알폰소는 클로징 멘트로 “행복이란 인생의 좋은 면만 보는 것. 인생이 힘들 때나 즐거울 때나 이성으로 헤쳐 나가며, 사람을 울게 하는 요소도 긍정적으로 보면 웃음의 원천이다. 세상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평안을 찾을 수 있다”라고 설파한다. 이는 미장아빔(mise en abyme)의 일종이다. 마주 보는 두 거울에서 반대편 거울의 상이 끝없이 비치는 심연을 지칭한다. 영화 속의 영화, 그림 속의 그림, 소설 속의 소설 등 이야기 속에 또 다른 이야기가 이어지며 원본과 복사의 경계가 무의미하다. 서로가 서로를 비추는 자기 반영적 요소 때문에 자기성찰의 기능을 갖게 된다. 사회가 선한 방향으로 발전하는데 편 가르기 같은 경계를 지을 이유가 없다.

심리치유에 ‘나안의 나’, ‘거울 속의 나’, ‘수정구슬’ 개념이 있다. 어린 시절 마음의 상처나 현재 마음의 고통을 겪고 있을 경우 효과적인 치유 수단이다. 자기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으면 어려움을 쉽게 극복할 수 있다. 어려움은 누구라도 닥치지만 이를 극복하는 방식은 사람마다 다르다. 주어진 시간은 누구에게나 동일하지만 활용하는 방식은 사람마다 다른 것과 같다. 바닷물의 염분의 농도는 3.5%, 24시간의 3.5%는 50분이다. 매일 50분을 마음먹은 일을 위해 투자해 보고자 다짐해 본다. 

김형준 경영&뮤직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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