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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활용 안되는 10%, 그게 골치다
재활용 안되는 10%, 그게 골치다
  • 김재호
  • 승인 2020.11.06 10: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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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 이슈_홍수열이 말하는 쓰레기 문제
‘쓰레기 범람’ ‘처리시설 부족’ ‘재활용 미흡’…삼중고

쓰레기 재활용 문제 심각
일회용에서 다회용으로
과대포장 제품은 퇴출

 

유튜브에서 쓰레기 박사라고 불리는 이가 있다. 바로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소장이다. 그는 서울환경운동연합과 함께 ‘도와줘요 쓰레기박사’ 코너를 운영 중이다. 최근엔 『그건 쓰레기가 아니라고요』(슬로비, 208쪽)을 출간해 플라스틱부터 음식물까지 한국형 분리배출을 안내하고 있다. 

 

종량제 봉투 파쇄 후 선별하는 모습. 사진 =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홍 소장은 스스로를 ‘쓰레기 해설가이자 쓰레기 통역가’로 부른다. 서울대 환경대학원에서 폐기물을 공부한 후, 11년 동안 ‘쓰레기 문제 해결을 위한 시민운동협의회(현 자원순환사회연대)’에서 소각장 매립지·감염성 폐기물·다이옥신 편의점 쓰레기, 폐카트리지 재활용 캠페인 등 쓰레기 관련 여러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전국을 무대로 활동 중이라 꽤 바쁜 그를 지난달 29일 인터뷰했다. 


책을 보면, 쓰레기의 재활용률이 87%다. 하지만 재활용되지 않는 10% 미만의 쓰레기 양이 정말 심각한 문제다. 쓰레기 박사로서 현재 쓰레기 문제에서 가장 심각한 사안은 무엇이라고 생각할까? 


홍 소장은 “사업장쓰레기까지 포함한 재활용률이 그 정도다. 재활용시설반입량 기준 통계라서 실제 재활용률은 그것보다 훨씬 낮다”라며 “현재 쓰레기문제는 발생량은 증가하는데 처리가 원활하지 않은 것이다. 처리시설이 부족해서 불법투기가 증가하고 있고, 재활용 시장도 침체되어서 재활용도 원활하지 않는 것이 문제”라고 힘주어 말했다. 

 

 

 

기업보다 소비자 운동이 중요한 이유

 

특히 기업에서 생산단계에서 포장재를 줄이고 재활용이 잘 되는 물건을 만들지 못하는 이유는 무얼까? 생산단가 때문일까? 홍 소장은 “기업은 물건을 많이 위한 마케팅에 치중하기 때문에 화려하고 복잡한 포장을 선호 한다”며 “포장비용은 증가하고, 이 비용까지 소비자에게 전가된다. 과대포장 및 재활이 어려운 제품은 소비자가 불매를 통해서 시장에서 퇴출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쓰레기 줄이기 운동 등은 주로 소비자 관점에서 진행되는 것 같다.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업 차원에서 진행되기 어려운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는 기업들이 돈만 내는 것으로 책임을 이행한다. 돈으로 면죄부를 사는 꼴”이라며 “재생원료 사용을 촉진하고, 포장을 줄이기 위한 규제가 강화되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그건 쓰레기가 아니라고요』를 보면, 담배꽁초뿐만 아니라 물티슈 역시 심각한 사안이다. 플라스틱이기 때문이다. 기자 역시 오늘도 여러 장의 물티슈를 사용했다. 책에선 다음과 같이 나온다. “물티슈는 면·레이온·레이온과 폴리에스터 혼방 제품이 있는데, 천연 재질인 면을 제외하곤 모두 플라스틱입니다.” 물티슈는 소각이나 매립으로 처리되니 꼭 종량제봉투에 버려야 한다. 그는 “물티슈도 결국 일회용이다. 자꾸 친환경 재질을 이야기하는데 마음껏 써도 되는 친환경 재질은 없다”면서 “소비를 통제해야 한다. 일회용은 다회용으로 바꿔서 줄이는 게 최선”이라고 강조했다. 

 

홍수열 소장은 쓰레기의 양과 처리, 재활용 문제를 지적했다. 사진 = 홍수열

 

 

미국에서 폐지를 수입하는 한국

 

올해 6월 30일부터 국내 폐기물의 재활용 촉진을 위해 폐트병과 폴리에틸렌(PE)·폴리프로필렌(PP)·폴리스티렌(PS) 쓰레기 수입을 금지했다. 중국의 폐지 수입 금지로 인해 국내 폐지 대란이 또 언제 터질지 모른다는 우려가 많다. 폐지 가격이 낮아지면서 여러 문제가 동시에 발생한다. 책을 보면, 한국에서 연간 사용하는 1천만 톤의 폐지 중 8∼9백만 톤은 국내에서, 1∼2백만 톤은 미국에서 들여온다. 미국에서 굳이 폐지를 수입해야 하는 것일까? 홍 소장은 “국내 박스는 폐지 사용 비율이 높아서 다시 재활용할 경우 종이강도가 약해지는 문제가 발생한다”며 “미국산 폐지를 섞어줘야 한다. 미국산 폐지는 신재 펄프비율이 높아서 종이의 질이 좋다”고 설명했다. 


대부분의 현대인들은 사무실에서 일을 한다. 대학사회나 연구기관 등에서 쓰레기를 줄일 수 있는 일들에는 무엇이 있을까? 홍 소장은 “일회용품 사용 줄이기는 할 수 있다. 자기 컵을 들고 다니는 문화가 필요하다”며 “사무실 분리배출도 중요하다. 이것은 건물전체 분리배출 시스템과 같이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고 적었다. 덧붙여 그는 “개인의 실천도 중요하지만 기업이 바뀌는 것이 더 중요하다. 기업 감시와 행동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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