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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임교수가 주의해야 할 대학생활
신임교수가 주의해야 할 대학생활
  • 김조영혜 기자
  • 승인 2004.04.2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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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사행정 실수 염려보다 교수사회 적응 위한 노력해야”

신임교수가 대학에 처음 부임해서 학사행정을 처리하다 보면 실수가 생기기도 한다. 행정 담당 직원들이 신임교수들이 주의해야 할 사항으로 뽑은 유의사항은 크게 세 가지다.

 

우선 연구비 지원 신청건이다. 신청서가 내려오면 양식에 맞춰 연구지원처에 제출만 하면 되지만, 신임교수의 경우 자신이 신청대상인지조차 몰라 기회를 놓치는 경우도 있다. 유정세 건국대 연구지원팀장은 “교내 연구지원은 신청 서류가 미비하면 교체하거나 보강할 수 있지만, 외부에서 지원받는 연구비의 경우 지침공문에 따라 치밀하게 준비해야 한다”라며 “자주 문의하는 신임교수일수록, 실수가 적다”라고 말했다.

 

다음으로 주의해야 할 사항은 성적입력이다. 강의에 따라 상대평가하거나 절대평가할 수도 있어, 기준에 맞춰 채점해야 한다. 대부분의 대학에서 오류가 있으면 전산입력 자체가 안 되게 시스템 세팅을 해놓았지만, 성적석차를 다시 매기는 우를 범하지 않으려면 ‘주의’하는 수밖에 없다.

 

마지막으로 신임교수 오리엔테이션에서 가장 강조되고 있는 것은 ‘교수법’이다. 강사생활을 오래한 신임교수라면 별다른 문제가 없지만, 외국에서 학위를 받고 얼마 지나지 않아 강단에 섰다면 교수법에 특별히 신경을 써야 한다. 대학에 따라 교수연구업적평가에 학생들의 수업평가가 일정 정도의 비율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강의 전에 학생들의 수업평가 항목을 숙지해야 한다. 

 

손행철 국민대 교무팀장은 “성적입력 날짜를 지키는 것도 중요하다”라며 “휴강할 경우, 보름 전에는 휴강 신청을 하고 휴강 신청서에 보강 날짜를 기재해야 학생들에게 이메일로 휴강 공지를 할 수 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학사행정과 관련한 실수들은 대부분의 신임교수들이 오리엔테이션에서 숙지한 것만으로 별다른 문제없이 넘어갈 수 있다.

 

결국, 신임교수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문제는 다른 교수들과 원만한 인간관계를 맺는 일이다.

 

박영인 고려대 생명과학대 학장은 신임교수들에게 “점심식사는 선임교수들과 하고 평일 공강시간 때에도 선임 교수방에 찾아가서 차를 나누기”를 권했다. 선임교수들과 어울리는 것부터가 교수사회에 첫발을 내미는 단계라는 것. 박 교수는 “연구업적 달성하기에 바쁜 줄 알지만 교수들끼리의 회식에도 참가하지 않으면, 학과 분위기를 익힐 틈도 없어진다”라며 “자연과학 분야에서는 신임교수들의 연구업적이 더 뛰어나다 보니 선임교수들을 무시하기도 하는데 업적만 따지다 보면, 교수생활이 삭막해지고 만다”라고 말했다.

 

이찬규 중앙대 국어국문학과 학과장도 교수 사이의 의사소통을 강조했다. “일단 전체교수회의나 단대교수회의 참석은 기본이고 1년에 한 번 있는 전체교수 야유회는 필히 참석하라”는 것이다.

 

학생들과의 관계설정 역시, 신임교수에게는 어려운 부분. 박 교수는 “교수라면, 연구뿐만 아니라 교육도 같은 비중으로 중요하다”라며 학생들과 농구장에서 함께 뛰고 포장마차에서 소주도 한 잔 할 수 있는 여유를 갖기를 당부했다. 그러나 학생 엠티에 따라가서, 술에 취한 상태로 ‘아차’하고 실수를 했다간 학생들은 물론, 선임교수들에게도 나쁜 평판을 얻게 된다. 학생 수업평가는 재임용 문제와 직결돼 있을 뿐만 아니라 성추행 등 불미스러운 일에 휘말릴 경우 징계로까지 이어지기 때문이다.


연구, 교육 다음으로 신임교수들을 어렵게 하는 일이 학생면담, 학과 발전계획 수립 등 학과 허드렛일이다. 발전계획을 짜는 등 브레인 역할을 선임교수가 맡는다면, 실무적인 일은 신임교수에게 돌아오게 마련.

 

이럴 때, 신임교수들은 ‘궂은 일을 맡아 하는 게 상책’이다. 선임 교수가 학기 중 병가라도 냈다면, 비정규직 교수로 급히 대체하기도 하지만 사정이 여의치 않을 경우 대부분 신임교수가 선임교수의 강의를 고스란히 맡기도 한다.

 

신임교수들 중에서도 다른 학교로 자리를 옮긴 경우, 기존 교수들의 관계 속에 재진입한다는 어려움이 남는다. 지방대에서 수도권 대학으로 자리를 옮긴 한 교수는 “한 학기 정도는 다른 것보다 교수들과 친분관계를 쌓고 학과 분위기에 적응하는데 힘쓸 작정”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개성 강한 연구자들이 모인 교수사회에서 신임교수가 연구실 문 걸어 닫고 연구만 하다 보면, 같은 학과 교수끼리 수인사 하고 지내기도 어렵게 된다. 하나의 공동체인 교수사회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신임교수들의 적지 않은 노력이 필요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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