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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선제와 간선제의 통합모형, 총장선출의 대안인가
직선제와 간선제의 통합모형, 총장선출의 대안인가
  • 김조영혜 기자
  • 승인 2004.04.2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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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벌형성 등 직선제 폐단 극복…직원 참여 놓고 고심 여전

대부분의 대학은 총장선출에 대학의 사활을 건다. 교수를 비롯한 직원, 학생, 동문, 외부인사들까지 대학의 총장선거에 이목을 집중하는 것은 대학의 권력이 총장에게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한 대학의 총장이 갖는 권한은 △학교회계 예산편성 및 집행권 △교직원 임면 및 보직 임면권 △교과운영 및 학사운영권 △대학행정조직의 구성 및 운영권 등으로, 총장은 명실상부한 대학의 최고 운영권자이다. 대학의 주요 업무를 실질적으로 관장하는 사람이 바로 총장이니 총장선출에 대학 구성원의 이목이 집중되는 것은 당연지사인 셈이다.

올 한해동안 9개 국공립대와 23개 사립대의 총장이 새로 선출된다. 연세대 등 이미 선출과정을 밟은 대학을 제외하고도 전남대, 성공회대, 명지대 등의 총장선출이 남아있다. 대규모 총장선출을 앞두고 교수신문은 총장선출 과정을 둘러싼 오래된 문제제기들을 끄집어내 대안을 찾아보려 한다. 대학마다 새 총장 선출을 둘러싸고 겪었을 법한 학내 혼란과 내분이라는 ‘산고’를 조금이나마 줄여보고자 함이다. 

1996년 계명대의 총장 직선제 폐지 방침 발표를 기점으로 불거진 총장직선제 폐지 논란을 뒤로 한 채 CEO형 총장의 외부영입이 논쟁거리가 되는 현 시점에서 총장선출을 둘러싼 대안을 모색해 본다.

<편집자 주>


직선제와 간선제의 통합모델이 뜬다

고려대는 법인 이사회가 김정배 전 총장의 연임을 강행하자 학내 분규를 앓다 지난해 1월 직원, 학생이 참여하는 직선제와 간선제의 통합 형태로 총장선출 방식을 개정했다.

 

1단계로 총장 후보선거 입후보자들을 대상으로 전체교수가 직접선거를 통해 부적합자를 걸러낸 다음, 교수 15인, 법인 4인, 교우회 5인, 직원 및 학생 각각 3인으로 구성된 총장후보추천위원회(이하 총장추천위)에 입후보자의 절반을 추천해 총장추천위가 다시 투표를 통해 2명의 후보자를 법인이사회에 추천하도록 한 것. 1단계에서 교수직선제를 보장했다면, 2단계에서는 학내 구성원을 비롯한 동문, 법인 이사회의 의견을 수렴해 간선제를 치뤘다.

 

또한 경희대, 부산외대, 아세아연합신학대, 한성대 등은 이사회에서 특정인원을 후보로 결정한 후 교수단 투표를 거쳐 최다 득표자를 총장으로 확정임명하는 방식으로 직선제와 간선제를 통합, 실시하고 있다.

 

이같은 통합 모델은 기존에 지적돼 오던 직선제의 폐단을 수정, 보완하면서도 정부나 이사회의 일방적 ‘임명제’를 거부하는 형태로 발전하고 있다. 이에 대해 김균 고려대 교수협의회 부회장(경제학과)은 “직선제만으로 가자니, 파벌 형성 등 부작용이 심하고 직선제를 포기하고 이사회에 맡기기에는 불안한 상황에서 직선제와 간선제를 절충했다”라고 설명했다.


파벌 조장 막기 위한 선거세칙 강화

1996년 계명대가 총장 직선제 폐지 방침을 발표하면서 불붙기 시작한 직선제 폐지론은 국공립대를 제외한 대다수 사립대가 법인 이사회의 입김에 따라 총장을 임명하고 있다는 점에서 설득력을 잃고 있다. 사립대의 경우, 그렇지 않아도 넘치는 권한으로 법인 이사회가 대학을 쥐락펴락하는 상황에서 이사회를 견제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인 총장만은 교수들의 손으로 뽑아야 한다는 게 교수들의 중론이다. 그러나 직선제의 폐단은 여전히 미해결 과제로 남아있다.

 

총장직선제의 폐단 중 하나로 지적되는 것이 ‘파벌 형성’이다. 지난 1월 교수신문의 설문조사 결과 나타났듯이, 교수들은 ‘대학 내 파벌’이 교육이나 연구에 대한 부담감보다 어려운 점으로 꼽고 있다.

 

이에 따라 몇몇 대학들은 선거세칙을 강화해 선거운동을 제한하는 등 미봉책이나마 대안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지난해 총장선거를 치뤘던 조선대는 총장선거 후보자들에게 불법선거를 하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받아 공증을 하기도 했다. 이 서약서에는 ‘추석에 선물을 돌릴 시 후보 등록 취소’, ‘선거운동원과 참관인 등 핵심 참모는 보직자로 임명하지 않겠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이보다 앞서 충남대는 지난 2000년 총장선거 윤리강령을 채택해 ‘연구시간을 방해하지 않는 선에서 교내에서만 선거운동을 하며, 학연•지연이나 특별한 관계를 이용하지 않고, 후보등록이전에 보직을 사퇴할 것’ 등을 요구했다.

 

고려대는 선거운동 과열을 막기 위해 직접선거에서 총장으로서 자격이 없는 후보자를 뽑게 하는 네가티브 선거를 치르기도 했다. 10명의 후보자 중 5명 이하를 선택하는 투표를 해, 과반수 이상의 표를 얻은 후보자를 탈락시킨 것이다. 네가티브 투표 도입으로 후보들이 적극적으로 선거운동을 하지 않아, 후보자끼리의 과열 경쟁, 파벌 형성 등의 문제는 사라졌지만 후보자들이 출마 자체를 꺼리게 될 우려도 있다.

 

또한 선거인단 구성을 투표 당일에 하거나 선거인단 중의 10%만을 무작위 추출해 간선제로 선거를 진행하자는 의견 등도 제기되고 있다.


교수들만의 선거에서 직원 등 참가 대세로

또 하나, 현행 총장직선제가 위협받고 있는 것은 직원 등 학내 구성원의 반발이다. 대학이 학문, 교육 공동체라는 점에서 교수가 대학의 주체인 점은 당연한 사실이지만, 대학운영을 담당하는 직원들이 총장선거에 참여를 요구하고 있어, 총장선출을 둘러싸고 교수, 직원의 대립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러한 대립은 지난해 경상대가 직원을 비롯한 학생들에게 총장선출 지분을 배분하면서 중요한 전환점을 마련하고 있다. 경상대는 학내 구성원의 총장 선출 지분을 논란 끝에 교수 91%, 직원 8.1% 학생 0.9%로 나누고 직원은 전원 투표, 학생은 단과대학 이상의 선출직 학생 간부들까지 투표에 참가할 수 있도록 했다.

 

다른 국립대들도 직원 참여를 확대하고 있는 추세다. 군산대는 후보자를 선발할 당시에 직원, 학생, 동창 등을 참여시켰으며 부산대, 안동대, 경상대 등은 투표에 직원들이 참여하도록 했다. 강릉대, 경북대, 서울시립대 등은 규정을 바꿔 차기 선거때부터 직원, 학생 등을 참여시킬 예정이다.

 

사립대 가운데 직원, 학생 등 전임교원 외의 인사가 총장 선임과정에 참여하는 대학은 경남대, 광운대, 대구대, 대구외국어대, 대구한의대, 배재대, 상지대, 아주대, 조선대, 중앙승가대학원대학, 한남대 등 10곳이 넘는다. 최근 총장후보선출 선거를 치룬 연세대도 막판에 직원노조와 협상을 벌여 직원들에게 교수 전체 선거인단의 10%를 할애하는 등 직원 참여는 대세로 굳혀지고 있다. 이에 대해 박홍이 연세대 교수평의회 의장(물리학과)은 “직원이 참여해야 행정분야 공약을 제대로 평가할 수 있지 않나”라며 “이번 선거에서도 대부분 보직을 경험했던 교수들이 출마했는데, 직원들이여야 학교돈을 어떻게 쓰는지 부하 직원을 어떻게 대하는지 등에 대해 알 수 있다”라며 직원 참여의 현실적 이유를 들기도 했다.

 

한편, 총장 외부 영입에 대한 제안도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연세대는 차기 총장 선거부터 헤드 헌터를 도입해 외부 영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기로 했다.

 

그러나 어떤 총장선출과정을 밟던지 간에 최종 임명권은 사립대의 경우 법인 이사회에, 국공립대는 교육부에 있다는 점에서 총장선출은 여전히 한계를 갖고 있다. 성신여대는 지난해 교수들이 직선으로 교수 2인을 이사회에 추천했으나 2인이 아닌 3인을 추천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사회가 총장선임을 거부하고 일방적으로 외부 인사를 총장으로 임명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제한된 민주주의 안에서 대학 구성원의 의견을 수렴해야 하는 총장선출은 여전히 대안을 모색 중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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