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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질의 물리학, ‘빛’에서부터 ‘제3의 고체’까지
물질의 물리학, ‘빛’에서부터 ‘제3의 고체’까지
  • 김재호
  • 승인 2020.10.29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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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 읽기_물질의 물리학
한정훈 지음 | 김영사 | 300쪽

 

빛은 입자이자 파동이다. 그렇다면 빛은 물질인가? 한정훈 성균관대 교수(물리학과)는 빛도 물질이라고 설명했다. 물질은 특정 공간에 보관할 수 있다. 하지만 과연 빛은 그런가? 최근작 『물질의 물리학』 5장 ‘빛도 물질이다’는 과학자들이 어떻게 빛을 물질로 규정하면서 양자역학의 세계를 만들어갔는지 보여준다. 이 책은 ‘모든 물질은 양자 물질이다’라는 전제 하에 쓰였다. 우리 몸과 빛조차도 물질, 양자 물질이다. 


빛을 처음으로 올바로 이해하게 된 데는 제임스 맥스웰(1831∼1879)의 공이 크다. 맥스웰은 빛이 파동이라는 걸 알아냈다. 한정훈 교수는 이에 대해 쉽게 표현했다. 그는 “빛의 파장은 달리기 선수의 보폭과 같다. 어떤 빛은 보폭이 굉장히 크고, 다른 빛은 보폭이 작다”면서 “전자기파의 세계에서 파동이 가질 수 있는 값은 수 킬로미터에서 수억분의 일 미터까지 다양하다”고 적었다. 

 

 

 

빛은 분명히 물질이라 할 수 있다


다음으로 한 교수는 막스 플랑크(1858∼1879)의 연구를 소개하며, 아인슈타인으로 이어지는 과학사적 맥락을 설명했다. 아인슈타인은 빛이 광자라는 걸 예측했다. 책의 설명을 보면, “만약 빛의 에너지가 아인슈타인이 예측한 대로 (플랑크 상수)X(진동수)로 주어지는 게 맞다면, 광전효과를 일으킬 때 사용하는 빛의 진동수가 커질수록, 그 빛에 한 대 얻어맞아 금속에서 튀어나온 전자의 에너지도 커져야 한다는 게 아인슈타인의 단순한 예측이었다”고 나온다. 이 예측은 나중에 미국의 실험물리학자 밀리컨(1868∼1953)에 의해 검증된다.


한 교수는 “아인슈타인은 플랑크 이론의 최대 수호자이면서 동시에 최대의 수혜자이기도 했다”면서 “그(아인슈타인)는 플랑크의 제안이 담고 있는 함의를 집요하게 파헤침으로써 광자가설을 도입했고, 광전효과를 설명했고, 자극 방출 원리르 발견했다”고 밝혔다. 우리가 눈으로 보는 밝은 빛은 에너지가 있는 빛 알갱이, 즉 광자의 형태로 원자로부터 방출된다. 

 

저자인 한정훈 교수는 '모든 물질은 양자물질'이라는 전제 하에 이 책을 썼다. 사진 = 김영사

 

 

겉과 속이 다른 물질의 발견

 

이 책은 좀더 구체적으로 ‘응집물질물리학’을 소개하는 대중과학서다. ‘응집물질’이란 말 그대로 액체나 고체처럼 입자 간 상호작용이 강한 물질로, 반도체, 금속, 자석, 초전도체 등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 가장 흔한 형태의 물질이다. 『물질의 물리학』은 9개의 장으로 구성돼 있다. 앞서 소개한 6장을 제외한 각 장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 1장 최초의 물질 이론 : 고대 그리스와 현대의 양자역학적 물질관 비교 △ 2장 꼬인 원자 : 위상수학적 개념과 물리학의 부침 △ 3장 파울리 호텔 : 양자역학적으로 물질을 구분하는 방법 △ 4장 차가워야 양자답다 : 저온 물리학의 개척자 카메를링 오너스 △ 6장 양자 홀 물질 : 100년 이상 이어진 양자 홀 물질의 발견과 이론의 발전 △ 7장 그래핀 : 김필립 교수 이야기 △ 8장 양자 자석 : 자석에 대한 양자역학적 이해와 역사 △ 9장 위상 물질 시대 : 자첨단 양자 물질 물리학 분야.


『물질의 물리학』에서 흥미로웠던 부분은 바로 제3의 고체다. 한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고체에는 딱 두 종류가 있다. 금속은 전기를 통하는 도체, 절연체는 전기를 통하지 않는 부도체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반도체는 부도체의 일종으로, 일부 조작으로 도체로 변화시킬 수 있다. 그런데 도체도, 부도체도 아닌 제3의 고체가 존재한다. 바로 위상 부도체(topological insulator) 혹은 위상 절연체다. 즉 속은 부도체이지만 겉은 금속인 물질이다. 이제 책은 양자 스핀 홀 효과를 거쳐, 짝수와 홀수 절연체, 상대론적 금속으로 나아간다.


우리는 매일 물질에 둘러싸여 살아간다. 그 물질이 무엇이고, 무엇으로 이뤄져 있는지 아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이며 과학의 기초를 이룬다.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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