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0-11-23 16:08 (월)
"인문사회·자연과학의 융합적 지식생산에 특별한 관심"
"인문사회·자연과학의 융합적 지식생산에 특별한 관심"
  • 김재호
  • 승인 2020.10.27 08:4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광억 학술운영위원장 인터뷰

창조적 생산역량 위해선
학교랭킹·논문 편수 벗어나야
높은 수준의 새로운 지식 대중화 지향

1980년대 초반, 대우재단의 초창기 학술사업 연구비는 과제당 800만 원이었다. 이는 그 당시 파격적인 금액으로, 국책 연구기관 지원비가 100~200만 원 수준이었으니 얼마나 상당했는지 짐작할 수 있다. 


김광억 대우재단 학술운영위원장은 연구업적의 수량보다는 질을 중시하는 연구지원을 해왔으며, 해당 분야의 권위자들에게 중간·최종평가를 의뢰함으로써 높은 수준의 학문적 업적을 이룰 수 있었다. 아울러, 고 김우중 대우그룹 회장이 일절 학술사업에 관여하지 않아 대우재단 학술사업은 자율적으로 운영될 수 있었다. 

 

김광억 대우재단 학술운영위원장은 융합적 지식 생산을 강조했다.

 


대우학술총서 목록을 보면, 인문·정치사회·역사 등 고전 분야와 수학·과학·천문학 등 과학기술 분야를 균형감 있게 지원해왔던 노력의 흔적이 역력하다. 인문사회와 과학을 엄격히 구분하는 게 쉽지는 않지만, 최근에는 ‘대우재단 학술사업’은 인문사회 쪽 출판 비중이 커졌다. 이에 대해 김 위원장은 과학기술 분야 연구에 대한 국가적 지원은 많았는데, 인문학과 기초과학, 기초사회과학 분야의 지원이 열악해 상대적으로 인문사회 분야에 지원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근래에 들어서 인문사회 쪽에서도 과학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고 있고 과학자들도 인문학적 문제에 관심을 두고 있는 경향을 볼 수 있다”면서 “대우학술 사업은 인문사회와 자연과학의 결합이라는 융합적 지식생산을 개발하는데 특별한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답했다. 그 결과, ‘대우휴먼사이언스’와 ‘포스트휴먼사이언스’ 시리즈들이 총서로 발간됐다. 

 

양보다는 질을 우선하는 연구지원

 

지난달 25일, ‘2020년 정기 학술연구지원(인문·사회과학 분야)’이 마감됐다. 이번엔 얼마나 많은 지원자들이 주로 어떤 분야로 지원을 했을까? 김 위원장은 “작년에도 그랬지만 예년의 문사철과 자연과학 외에 새로운 다양한 분야가 망라되고 있다”면서 “올해는 미술, 음악, 연극 그리고 아시아와 세계 지역연구 분야까지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다변화 돼 가는 학계와 지식계에서 좀 더 시간적 여유를 갖고 저작하려는 욕구의 표현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눈에 띄는 건 다양한 관심사를 추구하는 신진 학자들뿐만 아니라 정년을 앞둔 혹은 갓 정년을 한 중견 혹은 원로 학자들의 참여다. 김 위원장은 “원숙한 연구를 왕성하게 할 나이가 됐는데 이들이 학문연구의 공식적인 공간에서 내몰리고 있는 것은 국가적으로 큰 손실”이라며 “정년을 하면 그 순간부터 폐품취급을 하는 변질된 학문 풍토를 재고하게 만든다”라고 밝혔다. 


대우재단 학술사업은 기초학문을 우선시하고, 학문에 도움이 되는 걸 중요시한다. 그래서인지 희귀하고, 상업적 가치가 없어보이는 동·서양 고전번역 신청도 많이 들어온다고 한다. 경쟁률은 점점 더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 여기서 중요한 건 예상되는 연구결과의 수준이다. 그래서 얼마나 일관되고 심도를 더해가며 연구해왔는지가 평가된다. 


명실상부, 학술사업의 이정표를 제시하고 있는 대우재단. 이곳에서 학술운영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입장에서 우리나라 학술사업, 학술출판, 학술문화 등 발전을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할까? 김 위원장은 “근래에 국내외 학교랭킹 만들기에 대학이 함몰이 돼 논문 편수 위주의 학자 및 학교 평가제가 지배하면서 오히려 학문의 창조적 생산역량은 위축되고 있다”며 “학문은 성숙돼야 하고 거기에는 일정한 시간이 필요한데 그럴 수가 없게 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오히려 일회성 지식과 논의가 판을 치니 외국 학계의 유행어와 주제, 이론의 틀을 흉내 내는 데 급급하다”며 “이것은 아주 오래 전부터 말해온 것이니 진부하게 들리지만 해결해야 할 근본적인 숙제이다”라고 조언했다. 

 

젊은 학자들부터 중견·원로학자들까지 연구신청

 

앞으로 대우재단 학술사업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까? 기본은 설립 당시의 철학적 기조를 유지한다. 김 위원장은 “정부의 행정체계에 얽매이지 않고 유연하게 운영될 것이고 당장의 효과를 증명하는 응용기술적 지식생산에서 벗어나 길고 폭넓은 안목에서 기초학문의 지평을 두텁게 하고 확산하는데 역점을 둘 것”이라며 “대중적 지식의 확산보다는 높은 수준의 새로운 지식을 대중화 하는데 의미와 기치를 둘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인간과 인류의 생존과 존엄성을 확보하는 인문학과 사회과학 그리고 자연과학과 예술의 융합적 지식과 가치를 창출하는 방향의 학술연구의 지원을 시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정된 기금 속에서 물가는 계속 올라가 지원액수는 줄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 가운데 학자들에 의해 학문연구의 속성을 최대한 반영하는 지원방식이 유지될 것이라는 게 김 위원장의 설명이다.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