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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외한인 연구의 총결산
재외한인 연구의 총결산
  • 정근식 서울대
  • 승인 2004.04.2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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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리뷰: 『코리안 디아스포라』|윤인진 지음| 고려대 출판부 刊| 2004| 352쪽

지난 백여 년간 지속된 한국 이민사에 대한 학계의 관심은 1990년대 전반까지는 세계 냉전체제와 사회경제적 요인에 의해 구체적인 연구로 이어지지 못했다. 세계화가 시작된 1990년대 중반부터 해외 지역연구와 함께 재외한인에 관한 연구가 본격화됐는데, 이 분야에 대한 집중적인 연구자 중 한 사람이 윤인진 교수이고, 이 기간에 그가 이룩한 연구 성과가 이 책이다.

그는 이 책에서 재외한인을 국가별로 설명해온 방식을 넘어서서 “일관된 설명틀을 가지고 비교 설명해 재외한인의 경험을 이론화하려고” 한다. 즉 ‘재외한인현상’을 디아스포라論으로 포착하고, 이민자와 소수민족의 사회문화적 적응에 관한 기존 이론들을 검토한 후, 재외 한인의 사회문화 적응유형을 설명할 수 있는 통합이론을 제시한다. 이어 중국의 조선족, 독립국가연합의 고려사람, 재일한인, 재미한인, 캐나다한인을 차례로 검토했다. 각 장은 현지설문조사에 바탕을 두고, 이주와 정착, 이입국의 민족정책과 민족관계, 인구지리적 특성, 사회경제적 특성, 언어 및 민족정체성 등의 순서로 기술했다. 

이 책은 한마디로 여태껏 이뤄진 해외 한인연구의 결산내지 종합판이라고 할 수 있는데, 하나의 주제를 일관되게 밀어붙이기 쉽지 않은 우리 학계의 풍토에서 방대한 내용을 일목요연하게 묶어낼 수 있었던 건 그의 부지런하고 성실한 연구결과다. 이 책이 가진 수많은 장점은 지면관계상 생략하고 몇 가지 아쉬움만 적어보기로 하자.

우선 눈에 띄는 건 디아스포라론과 사회문화적응 유형론의 거리다. 적응유형론은 이입국의 맥락에서 발전한 것이기 때문이다. 디아스포라론에 충실하려면 적응유형보다는 역사적 경험 자체에 좀더 초점을 둬야 하지 않을까.

둘째, 해외 한인사회를 주어진 것으로 보고 이를 상호비교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보다 통합적인 시각을 확보하려면, 19세기 후반~20세기라는 역사적 시간의 질적 측면과 세계자본주의체제의 구조적 변동이라는 맥락 속에 한민족 이민의 역사를 위치시킬 필요가 있다. 한민족 이출의 역사는 근대국민국가의 형성과정 속에 놓여있고, 또 식민지체제 및 전후 분단체제와 함께 전개된 것이다.

셋째, 전체 재외한인 상황을 보여주는 그림없이 5개 지역의 한인사회를 검토함으로써 연구사례들의 중요성을 부각시키는데 약간 흠이 남게 됐다. 남미나 유럽, 오스트레일리아 등의 한인 사회에 관한 간략한 언급이 있었으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넷째, 이 책은 현지 한인들에 의한 연구까지 부분적으로 포괄하고 있지만, 정체성의 지표가 외면적 변수들에 한정돼 있어서 내적 경험에 관한 분석이 약화됐다.

앞으로의 연구에서는 한인조직의 정치사회적 활동이나 문화예술활동에 나타난 정체성 분석을 통해 보다 생생한 역사적 경험을 드러내는 연구들이 필요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본론에서 검토한 내용과 결론에서의 정책제언이 떠 있는 느낌이 있는데, 이는 전체 책을 이끌어가는 질문과 재외동포정책의 방향과 약간 각도를 달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오늘날 우리에게 부닥친 문제를 중시한다면, 국적과 시민권에 초점을 둔 비교연구도 가능했을 것이다.

정근식 / 서울대 사회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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