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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길의 생물읽기 세상읽기 257] 성질이 난폭하지만 밥도둑이라 할 만큼 별미인 민꽃게
[권오길의 생물읽기 세상읽기 257] 성질이 난폭하지만 밥도둑이라 할 만큼 별미인 민꽃게
  • 권오길
  • 승인 2020.10.28 08: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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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꽃게. 사진=위키피디아
민꽃게. 사진=위키피디아

바닷장어, 이면수어, 참가자미 등 여러 종류의 생선은 물론이고 ‘여수 돌게장’이 신문 한 면을 통째로 차지했다!? 그런데 ‘돌게장’의 돌게는 과연 어떻게 생긴 게일까? 게장은 염장한 게를 간장에 숙성시킨 다음, 그 간장을 따라 내어 끓였다가 식혀, 숙성한 게에 다시 부어 삭힌 음식이다. 음식점에서 돌게장이 아주 비싼 꽃게장으로 둔갑해 팔리는 수가 있을 정도라 한다.

돌게는 사투리(향어,鄕語)이고, ‘민꽃게(Charybdis japonica)’가 표준어인 우리말 이름(國名)이다. 민꽃게는 절지동물 십각목(十脚目), 꽃겟과의 갑각류(甲殼類,crustaceous)로 몸은 머리, 가슴, 배의 세 부분이 뚜렷하나, 머리와 가슴이 붙어 등딱지(두흉부,頭胸部)를 형성하고, 여러 마디의 복부(腹部)가 있으며, 두 쌍의 더듬이가 있다. 그런데 갑각(甲殼)이란 겉껍질(外骨格)이 갑옷처럼 딱딱하다는 뜻이다. 

민꽃게(돌게)는 작은 꽃게처럼 생겼는데, 등딱지(배갑,背甲,carapace)의 좌우에 날카로운 돌기가 없어서 민꽃게라고 불리며, 꽃게보다 작지만 매우 단단해 돌게라고 한다. 여기서 ‘민’은 ‘없음’을 뜻하는데, 민달팽이·민소매·민둥산·민머리·민물(소금기 없는 맹물) 등으로 쓰인다. 또 일부 지방에서는 박하지·무당게·돌게·천둥게·뻘떡게라고 부른다.

등딱지는 육각형이고, 보통 초록빛을 띤 암갈색 바탕에 미색(米色) 얼룩무늬가 있다. 민꽃게는 길이 6cm, 폭은 9cm 정도이고, 보통 어린아이 손만 하지만 큰 것은 어른 손바닥만 한 것도 있다. 등은 조금 볼록하고, 어린 개체는 윗면에 센털이 있지만 성체는 털이 없어지고 매끈하다. 

그리고 앞이마 가장자리에는 6개의 이(돌기)가 있는데, 가운데 것이 좌우 것들보다 좀 길다. 또한 집게다리는 튼튼하고, 왼쪽 것이 오른쪽 것보다 조금 더 크다. 보각(步脚,walking legs) 4쌍과 집게발(엄지발,claws/ pincers) 1쌍 등 5쌍의 다리를 가져서 십각류(十脚類,decapod)이라 한다. 다섯 쌍의 발 중에 첫째 발은 집게발로 먹이를 잡는 데 쓰고, 다른 네 쌍의 발은 헤엄치는 데 이용된다. 암컷의 배딱지는 넓적한 것이 7마디이고, 수컷은 제3∼5 배마디가 붙어서 5마디이다. 어느 게나 암컷(♀)은 배딱지가 넓어서 많은 알을 달라 붙이고, 수컷(♂)은 배가 좁고 길쭉하다.

민꽃게(Japanese swimming crab)는 꽃게보다 작고, 껍질이 단단하며, 야행성이다. 성질이 난폭해 잡으려고 다가가면 덤벼든다. 돌을 들어 올리면 다른 게들은 ‘게 눈 감추듯’ 숨거나 도망가기 바쁜데 돌게 놈은 오히려 집게발을 뻘떡 치켜들고 사람을 위협하며 공격하려 든다. 그래서 ‘뻘떡게’다. 그리고 다시 말하지만 껍질(甲殼)이 엄청나게 단단해 돌게라 부른다. 그래서 집게발 속의 게살을 먹으려면 반드시 펜치(pincers)나 전선이나 철사를 절단하는 데 쓰는 니퍼(nipper)같은 공구 신세를 져야 하고, 호두망치 같은 주방기구를 이용해야 할 판이다.  

민꽃게로 담근 ‘돌게장(뻘떡게장)’은 밥도둑이라 할 만큼 별미라 한다. 돌게는 봄에 벚꽃이 필 무렵에 그 맛이 최고라지만 알을 품는 여름 빼고 일 년 내내 먹는다. 사실 꽃게는 모든 게 중에 가장 감칠맛이 나는 고급 게라서 맛을 비교할 만한 게가 없다 하겠다.

꽃게 대신 털게나 대게를 주로 먹는 일본인들이 한국에 와서 꽃게장을 먹어보고는 환장(換腸)한다고 한다. 과거에는 민물참게로 게장을 많이 담았지만 참게 몸값이 비싸져 대신 꽃게나 민꽃게로 장을 담아 먹는 일이 잦아졌다. 그래서 민꽃게는 꽃게와 함께 간장게장의 대표적 재료가 됐다.

이들의 천적은 사람과 대형어류인 도미(돔)무리 정도일 뿐 그들의 서식 지역에서 거의 최상의 포식자이다. 그리고 민꽃게가 어릴 때는 소형 갑각류인 망각류(蔓脚類)나 요각류(橈脚類)를 주로 먹지만 다 자라면 어린 게나 극피동물인 거미불가사리류 및 연체동물인 이매패류와 두족류들을 먹는다.

서식지는 매우 다양하다. 주로 조수웅덩이(tide pool)를 포함하는 조간대 하부에서 수심 45m까지의 모래진흙이나 암초지대에서 많이 발견되고, 강물과 바닷물이 섞이는 기수역(汽水域)에도 서식한다. 간조 때 돌 밑에서 흔하게 잡히고, 걸그물(자망,刺網)에도 잘 걸린다.

6~9월에 2번에 걸쳐 산란하고, 부화는 7월 중순에서 10월 초순까지 이어지는데, 주로 음력 초순 무렵(new moon days)에 일어난다. 한국·일본·타이완,중국·말레이시아·하와이·호주·뉴질랜드 등지에 분포한다.

권오길 강원대 생물학과 명예교수
권오길 강원대 생물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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