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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부한 실증과 명료한 시각…'동태적 관점' 설명 미흡
풍부한 실증과 명료한 시각…'동태적 관점' 설명 미흡
  • 심상완 창원대
  • 승인 2004.04.2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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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서평: 『구조조정과 고용관계 변화의 국제비교』(박준식 지음, 한울 刊, 2004, 246쪽)

▲ © yes24
심상완 / 창원대·사회학
 
박준식 교수가 최근 출간한 '구조조정과 고용관계 변화의 국제비교: 한국 미국 독일 일본의 자동차산업을 중심으로'는 일본, 미국, 독일, 한국의 자동차산업과 이를 주도해 온 주요 대기업에서 1980년대 이후 이뤄진 고용조정의 특성을 일관된 관점에서 검토한 연구서이다.

사회의 큰 맥락 속에서 고용관계 분석해

이 책의 덕목은 많지만 크게 세 가지를 지적할 수 있다. 첫째, 세계화에 따라 격화되고 있는 구조조정과 고용조정의 문제를 ‘사회적 구성’과 ‘고용체제’의 변동이라는 관점에서 이해하고자 한 점이다. 고용관계는 고용에 대해 사회성원들이 명시적 암묵적으로 공유하는 사회적 계약을 반영하며 사회적 맥락 속에서 끊임없이 구성되고 재구성되기 마련인데, ‘고용체제’란 특정 사회적 맥락 속에서 존재하는 고용관계의 패턴을 가리킨다. 고용체제의 핵심내용에는 누가 고용을 결정하는가, 어떠한 사람들이 우선적으로 고용되는가, 고용된 사람들 가운데 지위, 권력, 보상, 안전 등이 어떠한 방식으로 배분되는가 하는 문제가 결정되는 방식이 포함된다. 따라서 고용체제는 고용관계의 이해당사자들과 그들의 영향을 받는 수많은 사람들의 사회적 관계를 규정한다는 점에서 고용체제의 사회적 구성방식과 그 변화를 이해하는 것은 그 사회의 역동성을 이해하는 자못 중요한 열쇠가 될 수 있다.

둘째, 자동차산업이란 특정 산업의 구조조정과 고용조정에 이러한 사회적 구성의 관점을 적용해 국제비교연구를 성공적으로 수행한 점이다. 경쟁의 세계화는 자동차산업이 공통적으로 직면하고 있는 변화다. 그러나 변화에 대한 대응은 개별국가나 산업 및 기업 수준의 구조조정을 통과하면서 차별화 된 방식으로 전개될 수 있다. 저자는 세계화에 따른 경쟁환경의 변화에 대해 노사관계의 주요 당사자들이 처한 역사적, 제도적 조건과 그들이 취하는 전략적 선택과 교환 및 타협의 패턴에 따라 고용체제의 사회적 구성 방식이 달라진다는 점에 주목한다. 즉, 고용 유연성의 증가라는 전세계적 수렴 경향이 있음을 부인하지 않으나 고용체제의 차별성이 새롭게 재구성되는 측면에 연구의 주안점을 두고 있다.

셋째, 일본, 미국, 독일, 한국 등 4개 국가 자동차산업이 추구해 온 고용조정의 독특한 방식에 대해 풍부한 내용의 분석을 제공하고 있다. 이들 국가들에서의 고용조정 방식은 ‘수량적 유연성’에 중점을 둔 영미방식, ‘시간적 유연성’에 치중한 유럽방식, 직무통합이나 배치전환과 같은 ‘기능적 유연성’을 추구한 동아시아방식으로 구분할 수 있고 각각의 방식들은 고유한 고용의 사회적 구성경로를 밟아 형성됐다. 이 책의 또다른 장점은 통계자료만 의지해 책상물림으로 씌어지지 않았고 현지조사를 통한 인터뷰 등을 함께 활용해 현장감 있는 묘사를 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각국의 경험이 한국에 던지는 함의를 끌어내려는 노력을 잊지 않고 있는 점이다. 4개 국가에 걸쳐 자동차 산업의 고용조정 경험을 살펴보고 곱씹어 소화하는 작업은 그 자체만으로도 엄청난 시간과 공을 요구한다. 4개국 사례연구는 따로 떼어 내 별도로 읽더라도 각국의 노사관계제도와 고용체제를 이해하는 데 깊이를 더해줄 것이다.

'역사·제도적 요인'과 '전략적 선택'의 결합 설명 못해
 
이처럼 이 책은 여러가지 장점에도 불구하고 아쉬운 점들이 있다. 이를테면 고용체제의 변화를 이해함에 있어 ‘역사적 제도적 요인’과 ‘전략적 선택’을 결합한 동태적 관점을 천명하는 데 그치고 역사적 제도적 요인과 전략적 선택이 서로 어떻게 결합되는지에 대한 논의가 미흡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고용체제의 변화를 설명하는 독립변수로서 고용체제의 역사적 배경이나 제도적 조건을 세계화에 따른 경쟁압력, 국내경쟁환경의 변화와 함께 나란히 설정하고 그리고 이해관계 당사자의 전략적 선택을 통한 교환 및 타협의 패턴을 매개변수로 취급하고 있기는 하다. 그렇지만 이러한 접근이 저자가 주장하는 사회적 구성의 관점에 부합되는지 의문이다. 오히려 세계화에 따른 경쟁압력에 대응하는 행위자의 전략적 선택을 매개하는 변수로서 역사적 제도적 요인들을 설정하는 것이 이론적으로 보다 적절한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군데군데 발견되는 오타와 본문에 언급된 참고문헌들이 책 끝의 참고문헌 목록에 없는 점 또한 이 책이 바로잡아야 할 흠이다.

필자는 영국 서섹스대에서 '자동차산업에서의 기술의 변화와 노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저서로는 '구조조정의 정치: 세계자동차산업의 합리화와 노동', '지구화와 한국의 대응', '한국시민사회의 변동과 사회문제', '한국사회의 위험과 안전', '지구화와 사회윤리: 변화된 노동관계'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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