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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읽고 싶은 책: 『고대로부터의 통신』
함께 읽고 싶은 책: 『고대로부터의 통신』
  • 송희복 진주교대
  • 승인 2004.04.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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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역사연구회 고대사분과 지음| 푸른역사 刊| 2004| 411쪽

“공주는 궁중에서 태어나 어려서부터 유순하기로 이름이 났다. 용모는 보기 드물게 뛰어나  瓊樹에 핀 한 떨기 꽃처럼 아름다웠고, 품성은 비할 데 없이 두드러져 곤륜산에서 난 한 조각 옥처럼 온화하였다.”

서기 792년에 사망한 발해의 정효공주의 묘지에 기록된 한 부분이다. 화려하고 세련된 수사로 치장된 이 추도문은 당시 발해의 문화 수준을 가늠케 한다.

기록하는 후세 집단의 동시대적인 목적에 맞춰서 역사의 문헌이 기록되는 일이 적지 않았다. 이에 비해 금석문은 옛 사람이 남긴 삶의 직접적인 흔적이자 진솔한 기록의 실상이란 점에서 사료의 가치가 매우 높다. 그것이 하나하나씩 발굴되어 옴으로써 가려지고 숨어 있던 역사의 진실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字句 하나가 수수께끼를 푸는 열쇠가 되고 문장 한 줄이 동아시아 고대사의 통설을 뒤집어엎을 수도 있다는 점에서, 그 기록의 편린은 어두운 망각의 저편을 비추는 한 줄기의 빛이 된다.

얼마 전에 발간된 ‘고대로부터의 통신’은 연구서이면서도 무척이나 흥미롭고 대중적인 지적 호기심을 충족시켜주는 책이다. 고대사를 전공하는 소장 학자들의 연구 성과가 매우 돋보인다. 銘文이 가리키는 객관적인 엄밀성만을 따졌다면 이 책은 건조할 것이다. 이 책의 미덕은 역사에도 필요한 상상력을 다소 인정하고 있다는 점일 테다. 그러나 문맥과 논리를 좀더 확장하여 문학적 진실의 부분과 공유하게 하는 것은 어떠했을까.

진흥왕 순수비와 사택지적비, 칠지도의 비밀, 신라사를 재조명케 하는 봉평비?냉수리비, 고구려 건국 신화의 원형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모두루의 무덤, 거대한 입석에 새겨진 수 십자는 문학적인 관점에서 볼 때 지배층 궁정 로망스를 방대하게 재구성 할 수 있게 한다.

송희복 / 진주교대 국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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