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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서적 친밀감이 중요…e-메일 상담도 유익
정서적 친밀감이 중요…e-메일 상담도 유익
  • 이민선 기자
  • 승인 2004.04.20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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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학생상담법


지난해 ㅈ대에 임용된 최 아무개 교수는 요즘 학생 상담 때문에 고민이 많다. 학생의 고민을 들어주고 해결책을 같이 모색하는 게 교수의 일 중 하나라는 걸 알지만, 언제나 빠듯한 연구시간을 생각하면 난감하기만 하다.

강사시절 임용이 되면 학생과의 일대일의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지만, 막상 임용이 돼보니 사정이 여의치 않다. 그렇다고 자신과 대화를 원하는 학생들의 요구를 무조건 외면할 수도 없어 수위를 조절하기 힘들다.

최 교수의 고민은 신임교수가 아니어도 똑같다. ㅇ대 박 아무개 교수 역시 그렇다. 이제 전임으로 임용된 지 12년째인 박 교수도 “바쁘기 때문에 학생 한명 한명에게 신경써주지 못하는 건 사실이다”라고 털어놓는다. 또 “시간을 쪼개서 여러 가지 일을 처리하고 있는 상황에서 학생이 아무 일없이 찾아오면 난감하기까지 하다”라고 말한다.


이메일 상담 편하지만 신중해야

인터넷이 보편화되면서 시간이 부족해서 학생 상담을 하지 못한다는 말은 핑계가 됐다. 교수와 학생이 서로의 스케줄을 조절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없어졌고, 언제든지 묻고 대답할 수게 됐기 때문이다.

박 교수 역시 학생들에게 적극적으로 다가서면서도, 부족한 상담시간을 보충하는 방법으로 이메일을 선택했다. 일방적이긴 하지만 교수 자신의 근황,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 생각 등을 담담히 적어나간 이메일을 학생들에게 보냈다.

사실 회신율은 그리 높지 않았다. 하지만 몇몇 학생들은 답장 메일을 보내왔고, 이런 식으로 대화의 물꼬를 튼 일부 학생의 경우 내밀한 고민들을 털어놓기도 했다.

하지만 황순택 충북대 학생생활상담센터 겸임 상담교수(심리학과)는 “이메일을 통한 학생상담에 그리 큰 비중을 두어서는 안된다”라고 조언한다. 황 교수에 따르면 상담이란 얼굴을 직접 마주보고 해야 한다.

예를 들어 학생이 친구관계에 어려움을 느끼고 호소한다면, 이는 단지 겉으로 드러난 현상일 뿐이다. 사실은 학생이 언급하지 않은, 보이지 않는 어떤 요소로 인해 친구관계에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러한 본질적인 문제를 직시하려면, 오프라인 상에서 상담자(교수)와 내담자(학생) 사이에 상호작용이 필수적이다.

황 교수는 “이메일 상담은 실질적인 정보 제공 수단으로 사용하고, 학생이 심리적 어려움을 호소하는 경우라면 오프라인 상담을 해주는 것이 바람직하다”라고 말한다.

이메일 사용이 잦은 ㅇ대 설 아무개 교수는 이메일 상담이 자칫 교수와 학생 사이에 지켜야 할 예절을 무너트릴 수 있다는 생각에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설 교수는 이메일 상담을 하다보면 많은 학생들이 인터넷 상에서 사용하는 이모티콘이나 용어(~염, ~영 등)를 남발하고, 어떤 학생들은 수업시간에 충분히 말할 수 있는 내용인데도 이메일을 사용하는 경우를 보게 된다고 한다.

이 때문에 설 교수는 매 수업 첫 시간에는 이메일 예절 관련 오리엔테이션에 시간을 할애한다. 대부분 답장을 하지만 어떤 경우에 답장을 안하는지 학생들에게 명확히 공지한다.

최해림 서강대 학생생활상담연구소 소장(심리학과)은 이메일 상담 시에는 지나치게 친밀한 언어를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불필요한 오해를 살수 있을 뿐만 아니라, 교수와 학생 사이에 예절이 무너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오프라인 상담 시에는 교수가 학생의 문제에 전적으로 '공감'하려고 노력한다는 걸 보여주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ㅇ대 홍 아무개 씨는 몇 년 전 학과장을 맡고 있던 어느 교수에게 등록금 문제로 상담하기 위해 연구실을 찾아 갔었다.

등록마감을 앞두고 학과장 재량으로 하루 정도만 연기해 줄 수 없겠는가라는 간곡한 부탁을 하기 위해서였다. 그것이 가능할 지는 홍 씨도 가늠할 수 없었지만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찾아갔다.

하지만 홍 씨는 교수로부터 "나보고 어떻게 하라는 것이냐"라는 매몰찬 이야기만 들었다. 최소한 자신의 어려움에 대해 '공감' 정도는 해줄거라 생각했던 홍 씨는 가슴게 커다란 상처를 입었다.

학생 상담시 따뜻한 애정과 관심도 필수 조건이지만, '말없이 지켜보는 아버지'처럼 행동하는 것도 중요하다. 김미란 수원대 교수(국어국문학과)의 경우에는 적극적으로 말하기보다는 학생들의 말을 듣는 데 더욱 주력한다. 학생들이 고민을 털어놓으며 상황을 정리하는 가운데 답을 찾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것.

김 교수의 강의를 듣던 한 남학생은 자신의 여자친구 문제로 고민을 했었다고 한다. 꽤 고민스러웠던지 김 교수에게까지 찾아왔다. 김 교수는 남학생의 여자친구 또한 김 교수의 수업을 듣고 있어 직접 불러 문제를 해결해 줄까 고민했었지만, 남학생 스스로가 자신의 상황을 정리하며 문제를 해결토록 했다. 문제가 원만히 해결된 건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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