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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기경 마르크스의 자본론
추기경 마르크스의 자본론
  • 교수신문
  • 승인 2020.10.26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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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인하르트 마르크스 추기경 지음 | 주원준 옮김 | 416쪽

두 명의 마르크스가 있다. 한 명은 1818년에 태어난 19세기의 카를 마르크스(Karl Marx)다. 다른 한 명은 1953년에 태어난 우리 시대의 라인하르트 마르크스(Reinhard Marx)다.

둘 다 성이 마르크스인 것과 독일어가 모국어인 것 이외에도 두 사람은 서로 묘한 공통점을 지니고 있는데, 카를 마르크스가 트리어에서 태어났다면 라인하르트 마르크스는 트리어의 주교로 임명되었다는 점이 그렇다. 또한 둘 다 『자본론(Das Kapital)』이란 대작을 저술했으며 둘 다 당대 최첨단 이론의 대가였다. 심지어 덥수룩한 수염도 닮았다.

이 책은 19세기의 마르크스가 아닌 우리 시대의 마르크스가 독일 뮌헨과 프라이징 대교구의 대주교로 봉직할 당시 2008년에 『자본론Das Kapital』이란 이름으로 출간한 책을 완역한 것이다.

이 책에서 그는 카를 마르크스뿐만 아니라 아우구스티누스, 홉스, 루소, 로크, 애덤 스미스, 호르크하이머, 아도르노, 하이에크, 스티글리츠 등을 섭렵하며 국가와 사회, 자유와 윤리, 정의의 문제를 탐색한다.

특히 그는 카를 마르크스가 활약하던 당시의 (카를 마르크스가 경멸해마지 않았던) 케텔러 신부와 고 김수환 추기경의 스승이었던 회프너 추기경에 주목한다. 케델러 신부는 훗날 독일 헌법에 적용된 “소유권은 의무를 수반한다”라는 유명한 기본 원칙을 주장하며 가난한 사람들의 위기에도 불구하고 이기심과 냉혹한 마음을 놓지 않는 소유주들을 비판한 인물이다.

회프너 추기경은 신학자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정치, 경제, 사회 실천가들에게 큰 영향을 미친 인물로 경제의 근본 목적을 “개인과 사회 구성원이 인간의 존엄성을 펼칠 수 있게 만들어주는 모든 물질적 조건들의 장기적이고 확실한 창조”로 정의했다.

책에 등장하는 수많은 사상가와 실천가들의 이야기들을 읽다 보면 인간의 존엄성과 자유, 노동의 가치와 연대를 향한 서양 지성사의 큰 물줄기를 접하는 셈이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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