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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한 유전
다정한 유전
  • 교수신문
  • 승인 2020.10.26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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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길 지음 | 아르테 | 152쪽

한국 사회가 앓아온 오랜 병증을 파헤치며 시대가 기다려온 여성-서사를 펼쳐내고 있는 작가 강화길의 새로운 소설 『다정한 유전』이 아르테 ‘작은책’ 여덟 번째 책으로 출간되었다.

신작 『다정한 유전』은 산골 마을 소녀들의 이야기와 그 소녀들이 써내는 글이 교차하는 콜라주 형태의 소설이다. 더 나은 삶을 찾기 위해 더 좋은 글을 쓰고자 하는 소녀들이 써낸, 자라는 동안 깨지고 망가지고 불안하고 아파하는 이야기들은 서로에게 ‘너무나 내 것이라 있는 그대로 느껴지는 마음’의 기록들이다.

인간은 태어나 성장하는 과정에서 오롯이 자신을 살피느라 누군가를 돌보기 어렵다. 그러나 그 홀로 서는 과정에서도 세상의 고통은 함께 경험한다. 나의 고통뿐 아니라 타인의 고통도 아프게 앓는다. 작가는 어린 소녀들을 통해 이 ‘공교롭게도 그렇게 연결되어 있는 우리의 삶’이 결국 서로를 보듬는다는 것을 아주 다정하게 말해준다.

소녀들이 쓴 소설 속에서 한 친구는 자신에게 벌어진 일, 기분, 수치심, 모멸감, 행복, 거듭해서 기억하고 싶은 일, 잊지 않고 싶은 일을 기록한다. 자신만의 마음을 누군가에게 맡겨두지 않고 스스로 간직하는 방식으로 ‘견딜 만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 방식을 배운 또 한 친구도 글을 쓰게 된다. 그렇게 이들은 서로를 읽고, 서로를 쓴다. 본래적인 제한, 공공연한 폭력의 고통을 함께 경험한 소녀-친구들의 이야기는 “서로를 미워하면서 사랑”하는 마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함께 있고 싶은 마음”을 깨닫게 한다.

상대를 향한 ‘그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은 곧 이해받을 수 있을 것 같은 기분, 세파에도 인간을 견디게 하는 마음의 큰 기운인 ‘다정’을 나누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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