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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 중심의 ‘중세’에서 벗어나기…인문학의 거짓말
서양 중심의 ‘중세’에서 벗어나기…인문학의 거짓말
  • 김재호
  • 승인 2020.10.23 08: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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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을 말하다_인문학의 거짓말 두 번째 이야기
서양 중심의 ‘중세’에서 벗어나기…인문학의 거짓말

이슬람문명은 정말
퇴폐와 미신
여성차별의 종교인가

 

‘중세=암흑’이라는 공식은 어떻게 성립해온 것일까? 또한 ‘고대-중세-현대’라는 역사적 구분법은 언제나 유효한 것인가? 중세는 암흑이 아니며, 고대-중세-현대라는 구분법은 중세를 너무 크게 상정한 것이다. 

 

저자 박홍규(영남대 명예교수)는 “중세를 야만으로 보는 역사관은, 르네상스 이래 19세기까지 카를 마르크스를 포함한 독일인 중심의 유럽인들이 자신의 시대를 찬양하기 위해 만든 것이지만, 유럽 중심 사관도 마찬가지로 그들이 침략자인 자신을 부당하게 높여 침략을 정당화하기 위해 날조한 것”이라고 비판한다. 

 

인도 미술의 작품은 청동 조각인 「춤추는 소녀」.
이 작품이 세계 미술사에 잘 등장하지 않는 것은 서양 미술과 관련이 없어서다. 사진 = 위키피디아

 

 

중세를 달리 보아야 하는 이유는 뿌리가 같은 세 일신교인 기독교, 이슬람교, 유대교 사이의 개방과 관용을 이끌어내야 하기 때문이다. 기독교는 로마제국의 식민지 종교에 대한 포용 정책에 의해 용인되었고, 도시화와 문명화가 거듭되면서 서양 중세를 지배하게 된다. 

 

도시의 중산층과 부유층은 구원과 믿음의 측면에서 기독교에 매력을 느꼈다. 조직화와 관료화 역시 기독교가 널리 퍼지는 데 일조했다. 기독교 이전의 유대교 역시 로마제국의 보편적인 종교가 될 뻔 했지만, 선민사상, 식사, 할례 등 장애 요소가 많았다는 게 박홍규의 분석이다. 

 

일신교들의 개방과 관용을 이끌어내기

 

박홍규 저자는 중세를 논의할 때 소외되었던 이슬람문화 등 비서양의 중세 인문을 더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 동안 서양 중심의 중세를 논의한 결과, 우리는 미증유의 팬데믹을 맞이했다. 그래서 개방과 관용의 문화를 창조하기 위해 박홍규는 이번 책을 썼다. 서양 중심의 근대는 ‘지리상의 발견’이 아니라 ‘지리상의 침략’으로 시작된다. 

 

암흑시대라고 알려진 서양 중세와 달리 비(非)서양 중세는 개명시대였다. 그래서일까? 어느 시인은 가끔 중세를 꿈꾼다고도 했다. 우리가 흔히 중세라고 하는 6∼16세기에 서양은 그 앞뒤의 시대에 비해 낙후된 반면, 비서양은 그 어떤 시대보다 앞선 새로운 시대를 맞았다. 

 

예를 들어, 인도 미술은 세계 미술사에서 외면돼왔다. 하지만 5,000여 년 전 모헨조다로 시대부터 뛰어난 완성도를 보여준 게 바로 인도 미술이다. 영국인들은 간다라미술이 헬레니즘의 영향을 받았다고 하지만, 인도 고유의 마투라 조각과 결합해 발전시킨 것이다. 박홍규 저자가 좋아하는 인도 미술의 작품은 청동 조각인 「춤추는 소녀」다. 박홍규 저자는 “인도 미술품이 세계 미술사에 등장하지 않는 것은, 그것이 서양 미술과 관련이 없기 때문이다”라고 비판했다. 가장 좋은 예술은 시민을 위한 것이다. 그는 “고대 이집트나 메소포타미아 또는 서부 아시아 기탙 지역의 거대한 왕궁이나 왕릉과 달리 6,000∼7,000년 전의 모헨조다로에는 훌륭한 시민용 목욕탕과 편리한 개인 주택과 탁월한 하수도 시설이 있었다”고 적었다. 

 

가장 좋은 미술은 시민을 위한 것

 

이슬람 중세 이야기는 좀더 우리의 편견을 드러낸다. 저자 박홍규는 “서양인에게 이슬람은 사악하고 폭력적인 종교라는 한 가지 이미지만 뿌리내렸다”며 “십자군 시대 이래 식민지를 더욱 확고하게 굳히는 이데올로기로 오리엔탈리즘이 학문과 예술의 이름으로 군림했다”고 설명했다. 유럽에서 일찍이 이슬람문명을 퇴폐와 미신, 여성 차별의 종교로 비난했던 이유가 헤게모니 장악에 있었던 셈이다. 하지만 유럽은 이성과 추론의 방법뿐만 아니라 수학, 도서관, 병원을 이슬람으로부터 알게 됐다. 가령, 8세기부터 16세기까지 바그다드, 다마스쿠스, 카이로, 사마르칸트, 통북투는 도서관, 책방, 공중목욕탕, 병원들이 촘촘하게 엮인 선진적 도시였다. 

 

우리가 알고 있는 인문학은 대부분 서양 인문학에 가깝다. 그것도 서양 중세와 근대에 기반을 둔 서양 현대 인문학에 가깝다. 박홍규 저자 말하듯, 물질주의에 사로잡힌 인문이 아닌 진짜 인문 이야기는 감춰진, 혹은 의도적으로 숨겨진 인도와 이슬람, 중국과 우리나라의 중세를 밝히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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