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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군대 다녀온 나는 비양심적이란 말이냐?
그럼 군대 다녀온 나는 비양심적이란 말이냐?
  • 김재호
  • 승인 2020.10.16 10: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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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호 지음 | 이학사 | 242쪽

 

 

대한민국 사법부의 역사에서 2018년은 양심적 병역거부와 관련하여 하나의 뚜렷한 이정표가 된 판결이 나온 해로 기억될 것이다. 사법부는 오랫동안 양심적 신념에 따라 병역을 거부하는 이들을 병역법 제88조의 병역기피죄로 처벌해왔다. 그런데 이러한 입장이 2018년에 백팔십도 선회한다. 헌법재판소의 결정과 대법원의 판결이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에게 대체 복무를 통해 합법적으로 병역의 의무를 이행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 것이다. 사실상 양심적 병역거부를 합법화한 사법부의 입장 변화는 세계적으로 유례가 드문 엄격한 징병제를 시행하고 있는 한반도의 특수한 군사ㆍ정치적 상황에서 만만치 않은 사회적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이로 인해 촉발된 논란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병역 이행자의 불만이다.


“양심적 병역거부자가 병역을 거부하는 것이 양심적이라면 병역을 이행하는 것은 비양심적이라는 말이냐?”라는 불평이 공공연히 제기되었다. 일견 ‘X를 거부하는 것이 양심적이다’라는 전제로부터 ‘X를 이행하는 것은 비양심적이다’라는 결론이 따라 나오는 것은 합당해 보인다. 그렇다면 병역 이행자의 불만은 지극히 정당한 불만일까?


그동안 구체적인 삶의 문제를 깊이 있게 파고드는 치밀한 연구로 철학적 사유의 진수를 보여준 경희대 철학과의 최성호 교수는 이 책에서 이러한 병역 이행자의 불만을 철학적 통찰을 통해 심도 있게 논하고자 한다. 그는 먼저 양심적 병역거부 논란에 대한 충실한 논의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양심 개념에 대한 명확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문제의 핵심에는 양심 개념을 둘러싼 개념적 혼란이 있다는 것이다. 일반인들이 이해하는 상식적인 양심 개념은 무엇이고, 사법부가 양심적 병역거부를 합법화하면서 분석한 양심 개념은 무엇인가? 그리고 그들 사이의 관계는 무엇인가? 이 책은 양심에 대한 엄밀한 개념 정립을 통해 이러한 질문들에 답하고자 하는 동시에, 개념 공학이라는 철학의 분야를 소개하고 사법부의 양심관을 개념 공학적 관점에서 해석하면서 양심 개념에 대한 철학적ㆍ윤리학적 논의와, 양심적 병역거부나 양심의 자유와 같은 주제에 대한 법이론적 논의를 유기적으로 결합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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