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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자본주의 만들기: 압축과 불균형의 이중주
한국자본주의 만들기: 압축과 불균형의 이중주
  • 이혜인
  • 승인 2020.10.12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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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자본주의 발전 모델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
저자 이병천 | 도서출판 해남 | 510쪽

코로나 위기, 기후 위기, 불평등 위기, 민주주의 위기가 겹친 거대한 전환의 시대에 한국은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일까. 한국판 뉴딜은 우리의 미래가 될 수 있을까. K-방역 성공의 이면에서 한국은 다시 과거에 발목 잡히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한국 사회경제의 진로는 과연 안전한가. 전환시대 한국이 보여 주는 널뛰기식 불안함은 그간 한국 발전 모델의 역사에 대해 새로운 궁금증을 불러일으킨다. 역사는 현재를 비추는 거울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성공과 실패가 뒤엉켜 있는 두 얼굴의 역사를 똑바로 읽어 내고 그 교훈 위에서 오늘의 위기가 주는 기회를 살려 내야 한다.
    
이 책은 한국의 대표적 진보경제학자 이병천 강원대 명예교수가 ??한국 자본주의 모델?? 이후 6년 만에 내놓은 한국 자본주의 모델의 정체성과 전환의 변곡점을 분석한 본격적 연구서이다. 그동안 ‘민주 대 반민주‘의 이분법을 넘어 우리 학계의 사회경제적 진보 논의를 선도해 왔던 원로 교수가 한국 발전 모델의 역사와 현단계, 그 진로를 바라보는 일관된 생각이 잘 온축되어 있다. 

저자에 따르면 한국은 동아시아의 개방 중소국 모델이라는 공통된 특징과 함께 국가·재벌 성장 연합이 주도한 독일-일본 모델 또는 비스마르크-메이지 모델의 특징을 갖고 있다. 그러니까 이중의 발전 계보에 속해 있는 것이다. 국가·재벌 성장 연합이 중심축이 되어 안으로 집단행동의 제도적 조정 문제를 해결하고 밖으로 개방 이익을 폭넓게 활용한 것이 한국 후발 발전의 핵심 논리이다. 

하지만 한국은 극우적 냉전반공 분단 체제 아래 권위주의적 압축 산업화를 추진하고 뒤이어 민주화와 세계화 시대 압축적 시장 자유화의 경로를 걸었기 때문에 자본주의와 민주주의 간의 불화(不和)가 유별나게 심하다. 국가 권력 및 거대 자본의 사회적 책임 규율이 취약한 무책임 자본주의의 성격이 짙다. 자본주의 비교 정치경제학에서 볼 때 한국형 후발 발전 모델이 갖는 이 같은 예외주의 성격은 역동적 압축 전환의 패턴을 보임과 동시에 극심한 불균형성을 내장한 모델로 나타난다. 압축적 산업화와 민주화의 이중전환에 성공한 모델이 동시에 민주적·사회적 규율 기제가 취약한 모델이라는 것은 한국 압축 근대성 모델의 역설이 아닐 수 없다. 이 책은 한국 모델이 보여 주는 이 발전 역설과 교훈에 대한 탐구서라 할 수 있다.

저자는 한국 자본주의 모델을 관통하는 핵심 논리를 ‘압축과 불균형의 이중주’(이 책의 부제이다)로 파악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권위주의적 압축 산업화 시대에는 돌진적 성장 제일주의의 질주와 압축적 고집중이 낳은 불균형 이중구조가 주요한 위기 요인이었다고 한다면, 민주화와 세계화 시대에는 노동·토지주택·화폐금융의 무리한 상품화와 사회적 시민권 저발전 간의 불균형 그것에 따른 삶의 불안(폴라니적 모순)이, 나아가 계층 상승 기회가 막힌 신종 가난의 대물림과 부의 대물림 간의 불균형이 중심적 위기 요인으로 부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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