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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창근 '2020 이야기' 싱글 발표, "팬데믹을 노래하다"
박창근 '2020 이야기' 싱글 발표, "팬데믹을 노래하다"
  • 김재호
  • 승인 2020.10.12 10: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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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 재앙이 빼앗은 일상... 원인은 무엇인가

불교의 핵심사상은 '인연생기(因緣生起)'라 할 수 있다. 이것이 생기면 저것이 생기고, 이것이 멸하면 저것이 멸한다. 즉, 모진 인연은 끝없이 순환한다. 이번에 가수 박창근이 내놓은 <2020 이야기>(2020년 10월 7일)는 '인연생기'를 떠올리게 한다. 지금 나는 마스크를 "쓰고" 이 글을 "쓰고" 있다. 우리가 불러온 환경적 재앙은 누구를 탓할 수도 없는 지경이 되었다.

 

조금은 무섭기도 한, 박창근의 싱글 <2020 이야기>는 올해를 정리하는 노래가 될 것 같다. 그 어느 때보다도 인간의 모습을 반성하고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할 시기다. <2020 이야기> 노래 가사의 일부를 보자. "네가 먹은 걸 생각해봐", "네가 죽여 온 게 무엇이 됐든 / 눈물이든 / 지금도 계속 반복되는 / 먹구름 낀 창가". 인간이 죄 의식을 갖는 건 동물에 대한 살생 때문이라는 분석이 있다. 이 때문에 신과 종교가 탄생했다는 주장은 동물을 잡아먹지 않고는 살 수 없는 인간의 운명을 말해준다. 누가 얼마나 더 많은 고기를 먹어야 하는지는 또 다른 문제를 낳는다. 

 

싱글 앨범 자킷. 노래는 아래 링크에서 들을 수 있다. 
https://www.melon.com/album/detail.htm?albumId=10499504

 

전세계 3천만 명이라는 확진자와 100만 명 이상의 사망자라는 현 상황은 나아질 기미를 보이고 있지 않다. 박창근은 이로 인해 파괴돼 가는 보통인들의 일상을 슬퍼한다. "공포의 벽에 가로막힌 애달픈 발걸음은 / 은하계를 떠도는 우주 쓰레기 마냥 음 / 더 이상 일 할 곳도 돈을 벌 곳도 없는데 / 누가 버린 마스크라도 챙겨야 되지 않겠니 음". 퇴사와 폐업이 줄줄이 이어지고 있는 지금, 마스크마저 없으면 재앙의 위험에 그대로 노출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누가 버린 누가 버린 네가 버린 내가 버린" 마스크라도 주워야 할지 모르겠다. 

 

문자 해독력과 첨단 기술에 대한 적응(리터러시)이 사회를 균열시켜 왔다. 이젠 위생과 면역이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를 구분하고 있다. 더욱 복잡해져가는 의료시스템과 생활방역은 적응하느냐, 못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 차원의 조건이 됐다. 가수 박창근의 시선은 여기에 닿아 있고, 그 원인은 각자가 해온 짓들에 있으며, 앞으로 할 짓들에 놓여 있다고 그는 노래한다. 전세계 유행병이 한창인데도, 집회를 열고 있는 세력들과 마스크를 쓰라는 말에 폭력을 휘두르는 자, 생활방역의 경계 밖에 있으려는 이들 모두 그 '짓들'에 동참하는 셈이다. 

 

한류가 전세계에 열풍을 일으키는 지금도 수많은 뮤지션들이 허무한 삶과 부조리한 세계를 쓰고 그리고 노래하고 있다. 그 중 한 명 싱어송라이터 박창근은 여전히 날카로운 시선과 묵직한 질문으로 노래한다. 가수 박창근은 대구, 포항 등 여러 지역에서 소극장 공연을 펼침으로써 지역문화와 예술의 명맥을 이어가고자 한다. 

 

특히 그는 더 이상 앨범이 통용되지 않는 시대에 싱글을 부지런히 발표하고 있다. <춤추는 공허>(2017년 9월 27일) 이후로 <흔들리는 봄>(2018년 2월 15일), <우린 어디로 가는 걸까요?>(2018년 12월 18일), <깊게 더 깊게>(2019년 5월 22일), <나에게>(2019년 8월 29일)를 발표한 바 있다. 그의 예민함이 담긴 노래들은 건조한 사회에 작은 파장을 일으킨다. 그걸 알아차리느냐 못 알아차리느냐는 우리의 몫이다.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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