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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준의 뮤직톡]피가로의 결혼과 더불어 사는 사회
[김형준의 뮤직톡]피가로의 결혼과 더불어 사는 사회
  • 교수신문
  • 승인 2020.10.13 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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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차르트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
앙코르 요청으로 공연시간 2배 늘어

출연자 성격·감성 음악으로 완벽 묘사
모든 등장인물 주인공으로 만들어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의 한 장면. 사진 출처 - www.vam.ac.kr

모차르트 오페라 3대 걸작은 피가로의 결혼, 돈 죠반니, 마술피리. 이 중에서 하나를 꼽는다면 단연 피가로의 결혼이며 1786년 모차르트가 30세 때 작곡했다. 필자의 절친이 아끼는 칠레산 포도주 ‘알마비바’는 피가로의 결혼에 나오는 백작 이름이다. 원작은 프랑스 작가 피에르 보마르세가 1781년 완성한 희곡 3부작 ‘미친 날, 혹은 피가로의 결혼’ 중 2부에 나오는 내용이다. 

원작의 1부 <세빌리아 이발사>는 스페인의 도시 세빌리아의 알마비바 백작이 로지나라는 숙녀에게 반해 이발사 피가로의 도움으로 우여곡절 끝에 결혼하게 된다는 내용이며 피가로는 이로 인해 백작의 시중이 된다. 2부 <피가로의 결혼>은 피가로가 백작부인의 시녀 스잔나를 사랑해 결혼하려는데 백작이 초야권을 행사해서 스잔나를 잠시라도 차지하려 한다. 이를 눈치챈 스잔나와 피가로는 백작부인과 함께 대책을 세워 백작을 곤경에 빠뜨리게 하고 결국 해피엔딩으로 끝난다. 3부 <죄 있는 어머니>는 백작과 부인이 헤어진 후 따로 낳은 아이들이 서로 사랑하게 돼 결혼한다. 따라서 이 3부작은 모두 결혼과 관련이 있다.

원작 연극, 프랑스혁명에 영향 

1부 세빌리아의 이발사는 1782년 파이지엘로가 오페라로 만들어 성공하고 이를 계기로 모차르트가 2부를 원작으로 오페라를 만들기로 마음먹는다. 롯시니는 23세 때인 1816년에 1부를 오페라로 만들어 크게 성공하며 우리가 접하는 세빌리아의 이발사는 그의 작품이다.

보마르세의 원작을 무대에 올린 연극은 정치적 압력이 있었지만 특권층 지인의 도움으로 1784년 4월 24일 파리 오데온 극장에서 초연되고, 선풍적인 인기를 얻자 루이 16세는 공연을 금지시킨다. 1789년 5월 프랑스혁명에 이 작품이 영향을 줬다고 볼 수 있다. 빈에서도 연극 공연이 금지됐으나 황제는 내용을 수정한 오페라의 공연은 허가한다.  

모차르트는 대본가 로렌쪼 다 폰테와 협력해 작곡을 하며 원작 5막을 정치적 풍자의 삭제 등 분량을 줄여 4막 29개 곡으로 완성한다. 모차르트는 다 폰테의 일정이 될 때까지 기다렸다. 다른 대본가를 통해서는 만족할 작품을 만들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오페라 음악은 아리아와 중창, 합창 및 레치타티보(음정이 실린 대사)가 중심인데, 좋은 원작이라도 대본가의 엄격한 작시법(versification)에 따라 만든 대본이 있어야 작곡이 가능하다. 대개 7음절이나 11음절을 많이 사용한다. 우리의 시조창에 운율이 있는 것과 같다. 다 폰테는 모차르트 오페라 돈 죠반니와 코지판 두테(여자는 다 그래)의 대본도 작성했다. 모차르트는 다 폰테가 대본을 쓰는 대로 이어받아 작곡에 몰두해 6주 만에 완성한다. 다 폰테는 명콤비 모차르트가 죽자 짝을 잃고 버팀목이던 요제프 2세마저 세상을 떠나자 할 수 없이 런던으로 갔다가 다시 뉴욕으로 가서 장사도 해보지만 뜻대로 되지 않아 콜롬비아 대학에서 이태리어를 강의한다.

세밀한 부분까지 음악과 대사로 묘사

모차르트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이 1786년 4월에 완성, 5월 1일 빈의 브루크 극장에서 초연됐을 때 황제는 브라보를 외쳤고 아리아와 중창 때마다 관객들이 앙코르를 요청해 공연시간이 두 배로 늘어나자 황제는 이후 앙코르 수를 제한한다. 프라하 공연에서는 더 큰 호응을 보인다. 

이 작품의 특징은 첫째, 출연자의 성격과 감성을 음악으로 완벽하게 묘사해 모두 주인공으로 만들고 있다. 단 한 번 등장하는 정원사의 딸 바르바리나의 아리아도 주옥같다. 정원사 안토니오는 코믹하면서도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평민들도 귀족들 못지않은 주인공들이다. 

둘째, 두 집단이 대립하면서 박진감을 높인다. 원작가 보마르세와 루이 16세, 피가로와 알마비바 백작, 피가로 지지 측과 반대 측의 대립이다. 예컨대 3막에서 여시종 책임자 마르첼리나가 피가로의 모친으로 밝혀지자 피가로 지지 측은 “행복한 순간, 기쁨을 참을 수가 없네”라고 노래하는 반면 반대 측은 “분통이 터지는 순간, 고통이 가라앉지 않네”라고 노래한다. 평민들의 심정을 대변하고 있다. 

셋째, 디테일한 관리이다. 1막 첫 장면에서 신혼 방을 꾸밀 계획을 세우면서 피가로는 침대 놓을 공간의 치수를 재는 반면 수잔나는 결혼식에 쓸 모자(또는 면사포)를 자랑하는 장면이 나온다. 피가로가 치수 5. 10, 20, 30, 36, 43을 읊는데 치밀한 계산이 깔려 있다. 5, 6, 7이 더해진다. 모차르트와 다 폰테는 이처럼 세밀한 부분까지 음악과 대사로 묘사하는데 결코 소홀히 하는 법이 없다. 모차르트는 극적인 감동을 높이고자 거의 매일 연극을 보러 갔다. 

넷째, 주위를 살펴보는 여유와 배려가 있어야 한다. 수잔나가 결혼식 모자를 자랑하는데 피가로는 침대 공간 치수를 재느라 여념이 없다. 둘이 함께 노래는 하지만 내용도 마음도 각각이다. 수잔나의 거듭된 행동에 피가로는 할 수 없이 맞장구를 쳐준다. 사회생활에서 이러한 경우를 흔히 겪는다. 내가 하는 일에 여념이 없다 보면 옆 사람 하는 일에 관심을 놓치기 쉽다. 

주위에 대한 관심과 협력 중요

4단계 기여이론을 보면 첫째, 입사 초기 의존적 기여 단계(Dependent contribution)이다. 상사의 지시를 잘 수행해 신뢰를 얻고 다음 단계로 올라간다. 둘째, 중견 사원으로서 독립적 기여(Independent contribution)이다. 주관을 가지고 계획 수립 등 주도적으로 업무를 수행한다. 책임감과 관리 역량(Managerial capacity)이 신장된다. 셋째, 팀장급으로서 남을 통한 기여 단계(Contribution through others)이다.

주위와 담벼락을 쌓은 사람들은 이 단계에서 능력 발휘가 어렵다. 넷째, 전략적 대표 (Strategical representative)로서의 기여이다. 반드시 고위직이 아니더라도 역할을 어떻게 감당하느냐에 달렸다. 모차르트와 다 폰테는 주위에 대한 관심과 협력이 중요함을 일깨우고 싶었다. 더불어 사는 사회를 만들고자 하는 염원이다.

끝으로 피날레 부분에 나오는 노래의 가사와 같이 ‘대립’에서 ‘화합’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염원을 담고 있다. “고통, 분노, 시기, 질투를 극복하자! 오직 사랑만이 우리를 행복하게 한다. 흥겨운 행진곡에 맞춰 모두 축제를 즐기러 달려가자!”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이 던져주는 메시지는 오늘날 우리에게도 크게 공감이 가는 메시지다. 지금 우리가 하는 일을 통해 “꿈★은 이루어진다.”라는 신념을 새삼 되새겨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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