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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교수들의 살림살이
요즘 교수들의 살림살이
  • 전미영 기자
  • 승인 2001.04.19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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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04-19 14:20:39

교수들의 한 달 수입은 얼마이고 한달 용돈은 얼마나 될까. 자녀들의 과외비는 얼마이며 하루에 몇 시간 연구하고, 몇 시간 책을 읽을까.

우리 사회에서 ‘교수’라는 직업은 대표적인 전문직종의 하나이다. 대학교수들이 소득면에서는 고소득자이고 계층 구조에서는 중산층 이상에 자리한다는 인식은 일반적이다. 그렇다면 교수들은 실제로 고소득자이고, 중상 이상의 생활 수준을 유지하고 있을까.

지난 1997년 우리 신문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전국 2백 51명의 교수 중 86.4%가 교수직에 만족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교수직에 만족하는 이유로 ‘자유로운 학문 추구의 기회’(43.1%)와 ‘독립성과 자율성’(43.1%)을 꼽은 이들이 많았는데, 교수직 만족의 이유로 ‘급여’항목을 꼽은 수치는 불과 1.6%밖에 되지 않았다. 교수들의 소득이 높을 것이라는 세간의 인식과 소득에 대한 교수들의 생각에 차이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실제로 대학과 년차에 따라 교수들의 소득차이가 큰 것이 사실이다. 작년 우리 신문이 조사한 ‘서울지역 20개 사립대 교수연봉 비교’에 따르면 대학마다 연차마다 적게는 몇백 만원에서 많게는 몇천 만원까지 소득 차이가 있었다. 이런 소득차이가 불러오는 교수들의 상대적 박탈감은 교수들로 하여금 급여에 대한 불만을 갖게 하고 있으며, 연봉제와 계약제가 확산되면서 소득에 대한 불만은 더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다음에 보여질 세 교수의 살림살이를 통해 40대 교수들의 보편적인 생활 수준을 짐작해볼 수 있다. 7년차에서 13년차까지의 세 교수는, 4천 5백 만원에서 5천 2백 만원까지의 연봉을 받고 있다. 이 액수는 같은 년차 교수들의 연봉 평균치와 비슷한 수준이다. 각각 강원도 원주, 서울, 대구에서 살고 있고, 전공이 다른 세 교수의 소득과 지출경향을 비교해보았다. 세 교수의 평균 가계 생활비는 3백 만원∼3백 50만원으로 비슷한 선이었고, 가장 크게 차이가 나는 지출 항목은 차량 유지비와 교제비, 여행 경비 등으로, 생활반경과 방식에 따라 지출 항목의 비중이 다른 것을 확연히 알 수 있다. 독서 시간과 연구 시간도 큰 차이를 보여서 전공에 따라 하루 시간의 운용도 다름을 알 수 있다. 교수들 각각의 비교와 함께 은행과 정보통신회사 등, 다른 직종에 종사하는 일반 회사원들과의 소득과 라이프스타일을 교수들의 생활 수준과 비교해 보았다. (오른쪽 표)

△강원도 원주시의 한 대학 산업공학과에 재직중인 o 교수(남 41). 1995년 3월에 교수가 되어 올해 7년 차로 접어든 그의 현재 연봉은 4천 5백 만원 정도이고 부인과 맞벌이를 하고 있다. 한달 평균 2백 만원을 저축하고, 빚은 없다. 12세, 2세인 두 자녀의 한 달 과외비는 12만원. 네 식구의 한달 생활비는 3백 만원 정도이고 o 교수의 한달 평균 용돈은 1백 5십 만원 정도이다. 그 중 가장 많이 차지하는 부분은 차량 유지비로, 산학 관련 야외활동이 많아 한 달 평균 70만원 가량 든다. 그 외 교제비로 40만원 정도를 쓰고 문화생활비, 도서 구입비, 취미 활동비로 40여 만원을 쓴다. 저축 외의 재테크에는 별로 관심이 없다. 현재 살고 있는 집은 전세이고, 관련 기업체 소유의 2천년 6월형 옵티마 승용차를 타고 있다. 전공과 관련해 하루 평균 2시간 연구하며, 신문, 잡지 등을 포함해 1시간 정도 독서를 한다. 하루 TV 시청은 2시간, 인터넷 활용 시간은 30분 정도. 집안 일에 참여하는 시간은 하루 평균 2시간으로, 여가 시간에는 주로 아이들을 돌본다. 1, 2개월에 한번 꼴로 여행을 하며, 그 동안 10여 차례 해외에 나간 경험이 있다.

△서울의 한 대학 경제학과에 재학중인 ㅈ 교수(남 42). 외국에서 공부를 마치고 돌아와 1991년에 교수가 되었다. 현재 세금을 제한 순 수입이 연 4천 5백 만원 정도이고 맞벌이를 하고 있다. 자녀는 하나를 두고 있는데 영어회화, 피아노 등 세 군데 학원을 다니는 딸의 한 달 과외비는 35만원이다. 3인 가족 한달 평균 생활비는 3백 50만원이며, 부부가 각자의 월급통장을 따로 관리한다. 한달 평균 2백 만원 정도 저축하고 있다. 5년 전에 은행에서 대출 받아 집을 장만했으며, 아직 갚아야 할 대출금이 1천 만원 정도 남아있다. ㅈ 교수가 개인적으로 쓰는 돈은 한달 평균 1백 50만원 선으로 그중 교제비가 90만원으로 제일 많고, 2001년 1월에 산 옵티마 승용차의 유지비는 25만원으로 보통 수준. 도서 구입비, 문화생활비, 취미활동비 등에 30만원을 쓴다. 하루 연구시간은 3시간이며 1시간 30분 정도 독서를 한다. TV 시청과 인터넷 활용 시간은 3시간이며 맞벌이를 하기 때문에 하루 2시간씩은 집안 일을 한다. 여행은 거의 못하며 여가시간에는 수영을 주로 한다.

△대구의 한 대학 사회학과에 재직중인 ㅎ 교수(남 44). 1988년 3월에 교수가 되어서 현재 13년차에 이르고 있는 그의 연봉은 5천 2백여 만원이고 한달 수입은 4백 60만원 정도이다. 수입에 비해 비교적 적은 50만원 정도의 저축을 하는데, 아파트를 분양 받을 때 빌린 은행대출금 5천 만원을 갚아 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자녀는 하나를 두고 있으며, 과외비로 약 10만원을 쓴다. 3인 가족 평균 생활비는 3백 만원 정도이며, ㅎ 교수의 용돈은 1백 만원 정도이다. 술을 즐기지 않는 터라 교제비는 20만원 정도로 비교적 적은 편이고 대신 영화나 연극 관람이나 영과 관람 등 문화생활 비중이 높아 한 달에 20만원 정도 지출한다. 도서 구입비 10만원, 차량 유지비는 35만원으로 보통 수준을 유지한다. 저축 외에 재테크는 안하고 있고, 집을 마련한지는 약 10년 가량 되었다. 1999년 1월에 구입한 액센트 승용차를 탄다. 신문, 잡지 등을 포함한 하루 평균 독서시간은 약 5시간으로, TV 시청 1시간, 인터넷 활용 30분을 제외하고 틈나는 대로 독서와 글쓰기를 한다. 하루 평균 30분 정도 집안 일을 하는데, 주로 청소를 맡아서 한다. 여가 시간에는 집 근처를 산책하는 것이 주된 일과이다. 한 달에 한 차례 정도 여행하며, 지금까지 세 번의 해외여행 경험이 있다.

 전미영 기자 neruda73@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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