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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비평_승효상 展
건축비평_승효상 展
  • 임종엽 인하대
  • 승인 2004.04.1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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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어려운 건축과 일상의 결합

▲수졸당 ©
지난 2002년 국립현대미술관에서 건축가로서는 최초로 올해의 작가라는 예술가로 선정된 승효상은 한국 근현대건축의 대가인 김수근의 제자로 수입된 형식에서 탈피한 독자적인 언어 구축, 빈자의 미학과 실천미학을 통한 순수건축이론의 시도, 도시와 건축의 문제를 동시에 다루는 어번 보이드(Urban Void) 개념의 집중적인 탐구를 해왔으며, 건축문화가 지니는 다중시점의 관점들을 실천하려고 노력해온 작가다.

땅은 무엇인가에 대한 오래된 질문

지금 ‘쇳대 박물관’에서 선뵈고 있는 그의 근작들에선 그동안의 승효상의 건축사뿐만 아니라, 일상의 소중함을 실천 윤리로 다듬고 표방하는 그의 건축관을 엿볼 수 있어 그가 현재 한국의 건축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살펴볼 수 있다. 또한 그의 건축에 대한 이전의 비평적 수식어들이 표현하던 ‘장소의 뜻’을 읽어내고, ‘삶의 궤적’을 건축공간에 반영한다는 것과 ‘현재성의 재구축’이 어떻게 설득력을 지니는가를 볼 수 있다. 

승효상의 ‘貧者의 미학’은 이번 작품을 포함해 1992년 수졸당과 돌마루 공소, 웰컴시티 등과 또한 그의 건축이념을 담은 ‘빈자의 미학’이라는 책을 통해 지속돼왔다. 굳이 루카치를 인용하지 않아도 그가 건축에서 가장 중요시해왔던 건 역시 삶의 실체로서 ‘일상’에 대한 문제였다. 즉 건축이 지니는 소기의 목적과 기능에 부합하게 공간이 짜여지고 다시금 기억의 장치가 되고, 건축이 본질로 돌아가도록 묻게 하는 건축과 장소, 즉 땅에 대한 고유한 정의들이 그가 풀어왔던 숙제였다. 이들 중 어느 하나도 건축가에겐 완벽히 풀릴 수 없는 것으로, 단지 좀더 근접하려 할 뿐이다. 그래서 지금의 건축은 건축의 지위를 대중에게 이해시키는 방법으로 건축을 조각에, 건축을 미술과 음악에, 건축을 철학과 춤에 비유하는 등 타 장르와의 교류를 무던히도 시도해왔다. 물론 이런 모습은 때로 그 본질을 잃어버리고 타 장르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치게 확대돼 비굴함과 초라함으로 읽혀지기까지 한다.

건축가 승효상은 우리시대 누구보다도 성실하고 모범적으로 또 설득력 있게 일관된 자세를 유지하고 있다. 즉 다양한 문화행사의 리더와 신문칼럼의 글쓰기로 한국건축의 사회적 위상회복에 힘쓰며, 건축주와의 관계에서도 건축의 지위를 결코 훼손시키지 않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다른 관점에서 보자면, 그의 건축은 순수하게 건축으로서 평가되는 못해온 것도 사실이다. 건축이 예술에 더 가까워지고 문화전반에서 그 위치를 회복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가 이뤄가는 건축 이야기가 진정한 건축의 본질에 얼마나 근접해 있는가 하는 의문은 해결되지 않는다. 즉 그의 건축이 말하는 외형들에서 우린 그 속삶의 시스템을 읽어내기가 아직도 어렵고 때론 포장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재료 등의 구체적인 의도 역시 시각적인 상징과 기호로만 취급되는 것 같아 그의 작업에 대해 공유하기 위해선 아직 얼마간의 시간이 요구되는 것 같다.

보편적 공감획득 가능할까

▲수백당 ©
대개의 건축가들은 현 사회보다 조금 더 앞서는 건축 개념이 삶을 바꿀 수 있다고 믿는다. 그러나 그의 스승인 김수근의 작품조차 아직도 보편적인 공감을 형성하지 못하고 있는데, 대표작 중 하나인 ‘자유센터’가 대중들의 기억 속엔 그저 현재의 ‘웨딩 홀’로만 기억되고 있을 따름이다. 동일한 관점에서 승효상의 탁월한 감각으로 선택돼 그 성격과 의도가 분명해진 코르텐 강판도 대중의 눈에는 그저 녹슬은 철판이어서 매끈하고 광택 나는 스테인레스 재료보다 무엇이 더 좋은 지를 인정하기 어려운 게 현재 우리 사회다. 즉 건축이 지니던 일상과의 공유가 체험적인 감동과는 거리가 멀리 있다. 그래서 그 모든 노력들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예술의 한 단편으로만 인식돼야 한다는 것이 지금의 실제이고 사실이다.

지금 대중들이 보듯이 건축은 두 가지 종류만 있다. 어렵고 멋진 건축과 싸구려고 못생긴 건축이다. 그 사이의 보편적인 질서를 만드는 진실한 건축은 아직 부재하다.

우리는 승효상의 작업이 건축의 사회적 지위를 높이며 여러 가지 실천들을 이뤄낸다는 점에서 높이 인정한다. 단지 그 모습이 책임으로만 일관돼, 그 건축의 표현이 이상적인 가치개념으로 표현되는 것만이 아닌 우리의 건축현실에 조금 더 연결돼 삶을 이야기하는 실제(Reality)가 되길 바란다. 건축계 선두자로서 본의 아니게 접근하기 어렵고 추상적인 건축이 아니라 대중과 호흡하는 일상으로의 현재성이 담겨있는 건축으로 자리매김하길 기대하는 것이다. 그래서 이 도시가 지금 이해되고 있는 오브제의 건축에서 일체화된 도시건축으로 보다 단단해지길 바라는 것이다.
건축의 공간과 연출이 따로 만들어지는 게 일반화 된 이 사회에서 승효상에게 거는 기대란 우리 시대의 몽상적 현실로부터 실제를 열어주는 것이며, 근본주의자나 영원한 본원의 세계를 추구하는 구도자이기보다는 진정한 침묵의 몸짓을 통해 본질을 추구하는 교훈적 작가로 계속 서있기를 요구하게 된다. 그러나 그의 순수하고 단순한 예술이 상표로서 예술이 되는 게 아니라 그의 철학에 있는 진정한 ‘실천적 윤리학’으로 건축의 사회적 의무가 현실에 이어져 보편적 대중들이 진정 공유할 수 있는 건축의 모습으로 전진하길 바라는 것이다.

임종엽 / 인하대  건축사

필자는 이탈리아 밀라노 건축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신사동 프로젝트와 담제헌 등을 설계했고, 역서로는 ‘건축 속으로’와 ‘실내 디자인론’ 등이 있다.

●한국 현대건축의 두 계보: 김수근과 김중업 

▲김수근 ©
▲김중업 ©
한국 건축예술계는 두 계보로 나뉘는데, 그 물줄기는 김중업과 김수근이라는 양대산맥에서 시작한다. 김중업(1922~1988)은 서구 모더니즘을 한국건축으로 승화시킨 최초의 건축가로 한국건축의 현대화를 이뤄냈다. 1952년 이탈리아로 건너가 르 코르뷔지에게서 수학해 유럽건축을 보고 배우게 된다. 콘크리트 디자인으로 형태가 대담하고 디테일은 섬세하며, 여기에 한국적 전통을 재현하려는 것이 김중업의 전형적인 미학이다. 그는 특히 한옥의 지붕이 주는 양감에 주목했는데, 그의 건축에선 굵게 움직이는 선과 작은 원이 서로 병치되면서 하나의 전체가 구성되고 예각으로 된 삼각형의 선이 더해져 깊이와 미묘함이 느껴진다. 대표작으로 서강대 본관, 주한 프랑스대사관, 제주대학본관, 삼일로 빌딩, 육군박물관 등이 있다.

한편 김수근(1931~1986)은 한국 현대건축 1세대들이 서구 근대건축의 도시질서와 정체성 개념을 그대로 도입하는 것에 반해 한국전통예술에서 깊이 있는 안목을 보여왔다. 즉 서구의 합리적 도식에 반발해 한국의 무정형적인 자연적인 모습들에서 건축미학을 완성해나갔다. 그의 건축은 사용자가 친밀감을 느낄 수 있는 적절한 공간의 크기와 휴먼 스케일로 구성돼있다. 또한 의도된 작의성으로 인간을 억압하지 않고 공간 내에서 다양한 해프닝과 놀이가 이뤄지도록 해 기능적인 것과는 다른 창조적인 공간을 만들어낸다. 김수근의 이런 미학은 ‘사이’, ‘멋’ 으로 표현된다. 대표적인 작품으로는 공간사옥, 자유센터, 이란 테헤란의 엑바탄 주거단지,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내 올림픽 주경기장, 마산 양덕성당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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