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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를 돌아보는 시선
뒤를 돌아보는 시선
  • 김재호
  • 승인 2020.10.12 13: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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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상일 지음 | 소명출판 | 444쪽

 

모두가 ‘앞’을 향해 질주하는 지금, 한국 문학은 그 어느 때보다도 ‘뒤를 돌아보는 시선’이 필요하다. 뒤를 돌아본다는 것은 단순히 ‘힐링’을 하거나 자기위안이 필요하다는 뜻은 아니다. 문학평론가 하상일의 신간 『뒤를 돌아보는 시선』은 돌아보고 성찰하며 곱씹음으로써 바로 그 문학의 역할을 다시 일깨우는 평론집으로 문학이 잊혀져 가는 오늘날 다시 문학을 돌아보고자 한다.

 

평론집의 제1부는 최근까지 우리 시단의 뜨거운 논쟁과 화두였던 ‘시와 정치’의 문제로 시작해 윤리와 생명으로 나아간다. 관념과 수사의 한계를 넘어 저자의 조심스러우면서도 차분한 성찰로써 ‘비평’이 갖추어야 할 윤리를 진지하게 고민한 글을 담았다.

 

제2부는 시집을 중심으로 지금 여기 놓인 시인의 운명을 논한다. 작금의 시대를 ‘죽은 시인의 사회’라고 상징적으로 명명하는 토대 위에서, 이러한 세상을 살아가는 시인의 운명이 어떠한 시세계를 펼쳐가고 있는지를 살펴보았다.

 

제3부는 따뜻하고 아름다운 시선으로 세상을 보는 시인들의 시세계에 특별히 주목했다. 모두가 새로운 언어, 새로운 구조에 열광하는 언어 과잉의 시대에 별말 없이도 웃을 수 있는, 그저 평범한 일상의 한 가운데에서 따뜻하고 아름다운 세상을 발견하는 시적 힘은 과연 어디에서 오는 것인지를 진지하게 묻는다.

 

제4부는 문학과 역사의 관계 속에서 비평이 실천해야 할 올바른 방향과 주제에 대해서 논의했다. 이 또한 결국은 ‘뒤’를 돌아보는 시선의 문제와 무관할 수 없다. 식민과 분단 그리고 민주화의 과정을 거치면서 우리 문학은 온통 아프고 상처 입은 흔적들로 가득하다. 이제 문학은 이러한 상처와 고통의 자리를 감싸고 위무해주는 차원을 넘어서 잘못된 역사를 바로 잡는 비평적 실천에도 매진해야 함을 보인다.

 

엄중한 코로나 시대는 개인성에서 공공성으로, ‘앞’을 향해 달리는 시선에서 ‘뒤’를 돌아 멈추는 시선으로 우리의 행동 양식을 바꿀 것을 촉구한다. 그렇다면 이 시대 문학은 어때야 하는가. 공동체성의 실현을 과제로 해야 할 우리 문학의 미래를 밝히기 위해, 이 책은 우선 소외된 이들, 그동안 외면당해온 이들을 돌아볼 것을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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