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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내밀한 역사
인간의 내밀한 역사
  • 김재호
  • 승인 2020.10.12 12: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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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도어 젤딘 지음 | 김태우 옮김 | 어크로스 | 736쪽

 

옥스퍼드의 역사학 석학 시어도어 젤딘은 독창적인 역사 연구로 역사학계에 우뚝한 발자취를 남긴 역사가이자 사상가다. 『인간의 내밀한 역사』는 그의 대표작으로 지금까지 27개 언어로 번역되며 전 세계 독자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아왔다. 이 책에서 그는 고독, 사랑, 공포, 호기심, 연민, 우울, 대화법, 섹스와 요리법, 이성애와 동성애, 운명 등 독특한 주제를 중심으로 ‘인간의 마음속에서 살아 움직이는 인류의 경험’을 고찰한다.

 

이 책은 각 장의 전반부를 각계각층의 프랑스 여성들과의 인터뷰로 열어젖힌다. 가정부, 순경, 농부, 간호사, 세무 조사관, 의사, 시장, 화가, 언론인, 실업자 등에서부터 심지어는 부랑자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속해 있고, 또 우리 주변을 이루고 있는 사람들과의 만남을 통해 이들이 번민하고 소망하는 주제들, 무기력, 사랑, 욕망, 외로움, 우정, 권력, 존경심 등을 중심으로 인류가 이런 주제들에 어떻게 대처해왔는지를 살핀다.


1장에서 독자들은 “내 인생은 실패했다”라고 결론짓는 쉰한 살의 쥘리에트를 만나게 된다. 그녀의 어머니는 가정부였고 그녀도 평생 가정부 일을 해왔으며 자식들 또한 그와 흡사한 일을 하고 있다. 그녀의 삶이 바뀔 수는 없었을까? 만약 바뀔 수 있었다면 어떻게 해야 했을까? 미래에 대한 새로운 삶의 비전은 과거를 새롭게 봄으로써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까닭에 저자는 인류사 전체를 통해 이 문제에 접근한다. 쥘리에트의 불행 이면에서 젤딘은 자신을 실패자로 간주하거나 혹은 그렇게 취급되어온 모든 사람들을 본다. 자기 삶을 소유하지 못하고, 독립적인 인격으로 대우받지 못하며, 남들의 의지에 따라 생이 결정되어온 사람들의 역사를 본다. 젤딘은 여기서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노예제의 역사를 살피기 시작한다. 노예제 폐지가 삶에 대한 체념을 종식시킨 것은 아니었다. 젤딘은 자유란 단지 법으로 보호되는 권리의 문제만은 아니며, 오늘날 희망은 무엇보다도 새로운 사람들과의 만남이라는 전망에 그 토대를 두고 있다고 역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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